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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로다짓기 최주선 Jun 04. 2023

남아프리카  CS 엉망 공화국

대체 무슨 일을 이 따위로!!!




무 응답, 음악 소리와 함께 계속 대기 중인 전화만 1시간째.

응답 후 다른 콜 상담원과의 연결만 30분째.

전화에만 사용한 금액이 족히 5000원은 넘는다.

 



느린 나라 남아프리카 공화국. 6년 살아보니 이해도 된다.

상식이 통하지 않는 나라, 이건 너무 한다 싶다.


이번 주 내내 한국에서 오는 소포 안내가 오지 않아 답답했다.

다니던 Gym(헬스클럽, 체육관) 이용 취소가 되지 않아 골머리를 섞었다.

사용하다 바꾼 인터넷 회사에서는 하루 동안 연락이 안 됐다.

며칠 만에 도착한 와이파이 라우터 기사는  문 앞에 있다더니 나가니까 사라지고 없었다. 5분도 안 됐는데,

이런 일이 자주 있다. 이럴 때마다 한국의 울트라 캡숑 아주 빠른 서비스가 간절히 생각난다.


뭐든 이용하다가 취소하려면 한 달 전에는 알려야 한다. 최소 한 달이다. Gym을 이용하다 취소하려면 한 달 전에는 취소 신청해야 한다. 그래야 다음 달 이용료가 안 나간다. 깜빡 잊고 날짜가 임박해 연락을 하면 절대 취소 안 해준다. 한국 같이 생각했다가는 본전도 못 찾는다. 게다가 자동이체 시스템 취소 적용이 안 된다. 그러니, 눈 뜨고 코 안 베이려면 정신 똑바로 차려한다. 그렇게 당하면 꽤나 속이 쓰리다.


몇 년 전에도 그러더니, 역시 이번에도 설마가 사람 잡았다. 대체 왜 나라가 발전하면서 의식은 발전 안 하는지 모르겠다. 서비스는 밥에다 말아먹었나, 내가 너무 많은 걸 바라는 건가. 별 생각이 다 든다. 상식적으로 아무리 이해려고 해도 안 되는 일이 다반사다.  당장이라도 헤드오피스로 찾아가 두 팔 걷어 부치고, 내가 왜 너네가 잘 못 처리한 일에 돈과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해야 되냐고 삿대를 들이대고 싶다.  


2022년 4월, 집에서 가까운 Gym A지점에서 프로모션 가격으로 1년 계약을 했다. 그리고 1년 간 Off-pick(사람이 많이 오지 않는 한가한 시간대, 오전 9시-오후 4시) 시간대로 이용했다. 좀 저렴하게 이용하고 시간을 맞추는 게 꽤 가성비 좋다. 어차피 정시에 출퇴근해야 하는 삶이 아니니 아이들 시간에만 맞추면 된다. 아무튼 계약 사항대로 이용하고 있었다. 2023년 3월 어느 날, 갑자기 출입이 불가하다는 통보를 받았다. 어제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는데 바로 당일 아침 Gym 입구에서 말이다. 어떻게 된 일인지 묻자, 우리 보고 원래 지점으로 가야 된다는 통보다. 원래 지점? 거기다 어딘데? 묻자 B지점을 말하며 원래 거기가 우리 지점이란다.


"우리는 여기서 OO코치와 1년 계약을 했고, 아직 계약 만료는 2개월이나 남았는데?"


황당하기 그지없었지만, 원래 프로모션은 12월에 끝났고, 남은 계약기간 2개월은 B 지점을 다니라는 거다. 이게 무슨 소린지, 지금 3월이라고! 12월에 프로모션이 끝났으면 우리를 1월부터 들어가지 못하게 했어야 말이 되는 거 아닌가? 아니, 애초에 우린 여기서 계약을 했는데 어디로 가란 말인가. 황당한 공방전을 벌이다 그냥 우리는 B지점으로 남은 2개월을 다녔다. 거리는 A지점 보다 좀 멀지만 더 따져봤자 해결 안 날게 뻔해서 놔뒀다. 지점을 옮겨 잘 다니다 만료 1개월 전에 본사에 전화를 했다. 그리고 캔슬 요청을 했다.

서비스 센터와 연결되는 데는 수 분 걸리지 않았다. 남자 직원이 전화를 받았고 '캔슬'이라는 말에 말투가 퉁명스러워졌다. 그리고 우리가 외국인인 걸 눈치챈 듯 자꾸 안 들린다는 듯 말하며 Say again을 말했다. 결국 캔슬 요청을 받아들였고, 그 이후에 모객행위가 이어졌다. 3개월간 50% 할인을 해줄 테니 연장하라는 거다.

됐고, 그냥 캔슬해 달라고 남편이 말한 뒤 나를 바꿔 주렸는데 전화는 끊겼다. 황당하기 그지없었다. 끊긴 게  아니라 그쪽에서 끊었다. 다시 걸었다. 다른 남자 직원이 전화 받았다. 좀 전 남자보다는 친절한 목소리였다. 그러나 '캔슬요청'이라는 단어가 나오자 같은 말이 이어졌다. 캔슬 사유를 묻고 할인 조건을 내걸었다. 꽤  솔깃하긴 했지만, 뚝심 있게 밀어붙였다. 나 안 다닌다고!

캔슬 요청이 접수가 되었고, 남편과 나는 한 달 뒤에 두고 보자고 했다.


한 달 후 바로 어제! 아니다 다를까 5월 말 아무런 캔슬 메일도 문자도 없더니 자동으로 통장에서 돈이 빠져나갔다. 내 이럴 줄 알았지. 불안하더라니 캔슬 접수가 안된 거다. 별 생각이 다 들었다. 대체 왜 고객 대상으로 사기를 치는 건지 이 따위로 일을 하는지 화가 났다. 굳이 여기에 <사기>라는 말을 붙이는 이유는 이런 케이스가 비일비재한 탓이다. 전화를 걸어 15분 만에 첫 직원과 연결 됐다. 그러나 '캔슬'이라는 말을 듣더니 기다리라며 다시 전화 연결음으로 돌아간다. 다시 또 20분을 걸었다. 결국 전화세는(충전식) 계속 나가고 전화는 받지 않았다. 그래. 네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보자는 심정으로 다시 충전해서 전화를 걸었다. 10분 만에 직원과 연결이 됐다. 다시 또 같은 상황이 반복 됐다. 대기 시간 30분. 이런 식으로 전화를 걸다 남편이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았다.


"내가 너네 가만 안 둬!"


페이스 북 회사 페이지를 들어갔더니 난리가 났다. 우리와 같은 일로 화가 난 사람들 댓글이 수도 없이 많다. 다들 회원을 대상으로 사기를 친다는 둥, 너네는 악덕 기업이라는 둥, 심지어 욕도 적혀 있었다. 남편은 이런 일이 처음이 아니었기에 이번에는 컴플레인을 넣겠다며 팔을 걷어 부치고 자리를 고쳐 앉았다. 장문의 댓글을 올렸다.

좀 순화해서 적어보지만, 내가 너네 영국 본사에 연락을 취해야 네가 정신을 차리겠냐. 영국 본사도 이 딴식으로 반응하냐, 대체 몇 번 째냐. 고객이 호구냐. 여기 이렇게 많은 사람이 민원을 넣으면 제대로 일을 처리할 수 없냐는 식의 컴플레인이었다. 영어로 읽으면 좀 세다 싶을 정도로 적었다. 그래 봤자 꼼짝이나 할 거면 이런 식으로 일을 처리했을 리 없을 거 같다. 수차례 전화 걸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성질이 잔뜩 났다. 이미 난리가 난데 부채질을 한 거다. 그렇게 수 분 지나지 않아 댓글이 달렸다. 관계자는 미안하다 곧 처리해주겠다며 어디로 또 뭐를 보내라는 거다. 이미 메일도 보내놓은 상태에서 전화를 걸었기 때문에 더 보낼 것도 없다. 아무튼 결국 아직까지 환불받지 못했다.


한국에서 오는 소포는 이메일 주소가 잘 못되었는지 전화 3번 만에 수정이 됐고, 수정결과 이메일로 안내를 받았다. 아직 소포는 받지 못했다. 진작 받았어야 할 물건이다.


"와. 한국이었으면 이런 상황 상상도 못 했지. 진짜 얘네는 답이 없어."


비슷한 경우가 제법 있다. 이럴 때마다 나오는 말이다.

어쩌면 너무 높은 시민 의식일지도 모르겠다. 서비스 빠른 대한민국에서 살다가 서비스 엉망인 나라에 와서 사니까, 한국에서 받던 각 업계의 대처 빠른 서비스가 당연하게만 생각되는 건 나만 그런 걸까.

반대로, 나라와 국민이 함께 만들어 놓은 좋은 서비스이기도 하지만 그 일을 처리하느라 골머리 썩는 것도 나라와 국민일 거다. 그러니 서로의 책임이 들어있는 말이 서비스가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든다.

그래도, 여긴 좀 너무하다. 다른 외국도 다르지 않다고 들었다. 알면서도 나만 억울하고, 나만 손해 보는 거 같고, 곤란한 상황인 듯한 마음이 들 때는 그냥 고국이 무척 그립다.


느려 터졌어도, 엉망이어도 늦게나마 이용할 수 있게 와 주는 라우터에 깊이 감사하 듯, 당연한 것들로부터 알게 되는 당연함이 아닌 일들이 부지기수다. 그냥 이럴 땐 참을 인이 필요하다. 일이 잘 안 풀리거나 꼬일 때에도 발을 동동 굴러봤자 나만 힘들다. 조금 한 걸음 뒤에서 약간의 시간을 가지고 해결하려고 하면 약간의 느긋한 마음이 생긴다.


알지만 요 며칠은 전투태세다.

(다음 주까지 해결 안 되기만 해 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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