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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로다짓기 최주선 Aug 05. 2023

멀지만 진하게 평생지속

진한 친구형 마음팩



"어떻게 해! 소포 반송됐어!!"


비보다. 이럴 수가. 소포 반송이라니.

3주 만이다.

UPS는 1주일이면 오는데, 3주 걸렸다.

반송된 이유는 품목 검열에서 입으로 들어가는 음식이 있으면 안 됐기 때문이다.

그 탓에 친구는 다시 물건을 받아 뺄 것을 덜어내고, 더할 것을 채워 재 포장해서 보냈다.

마치 우리 엄마스럽게.


파스가 왔다. 몇 봉지가 아니다.

몇십 봉지가 왔다.


이것도 덜어낸 거란다. 원래 더 있었는데 너무 무거워 덜어낸 거다.

그럼 핫팩만 보냈을까? 아니다. 사진은 올리지 않지만, 화장품과 책 그리고 아이들에게 필요한 물건까지 꼼꼼하게 싸서 보냈다. 박스를 오매불망 기다리며 웨어하우스에 전화만 수십 통 했다. 세금 지불하면 보내주겠다더니, 1주일간 배송이 되질 않아 다시 연락했다.


"너네. inspection fee를 안내서 못 받는 거야!"


이게 무슨 말인지, 여태까지  inspection fee는 낸 적이 없다. 그런데 이번에는 왜 그게 붙었는지 모르겠지만, 결국 확인한 후에 지불하고 1주일이나 오버되어 받게 됐다. 2배의 세금을 더 지불한 사실은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무사히 내 손에 와서 안겼음에 안도했다. 과정은 험난했지만, 박스를 받아 든 순간 입술에 미소가 번졌다.


나를 위해 손글씨로 꾹꾹 눌러쓴 정성스러운 손 편지(꼭 카드도 자기 같은 걸 골랐더라)

친구 딸인 귀염둥이 꼬맹이가 직접 그린 내 얼굴 그림.   

딸 별이를 위한 특별 선물,

엘 형제를 위한 가벼운 옷과 학용품,

나를 위한 직접 만든 화장품과 깨알 선물들.

내가 보고 싶다던 책 2권.

자기 물건을 사면서 내 것도 미리 주문해 뒀다가 보냈다는 여름 썬 캡까지.

돌돌 말아 테이프와 비닐로 잘 감싸서 보낸 몇 가지 물품까지.

선물 받는 게 이렇게 신나는 일일까 싶다.


사실 선물 받는 것도 좋지만  이 물건들을 포장하면서 무사히 내게 와서 안기길 얼마나 기도하며 쌌을지 짐작이 됐다. 어떤 손길로 꼭꼭 쌌을지 상상했다. 이걸 받고 내가 어떤 표정을 지으며 좋아할지 혼자 들떴을 거란 생각에 손이 바쁘게 움직였다.



나이 40에 만난 친구와 2년을 함께 했다. 멀리서, 멀리서, 그리고 우리는 멀지만 누구보다 가깝게 지내고 있다. 중년의 나이에 마음이 맞는 친구, 서로에게 좋은 시너지를 내는 관계를 만나기 쉽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오프라인에서의 만남은 생각지도 못하는 거리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라도 달려갈 수 있을 것 같지만, 환경은 여의치 않다. 그럴 때마다 마음이 먼저 달려간다.


"나 오늘 Off야. 나와! 만나자."


언제라도 이렇게 말하고 뚜벅뚜벅 걸어가 잠시라도 시간을 보낼 수 있으면 좋겠는 요즘이다.


남아공은 많이 춥다. 실외보다 실내가 더 춥다. 글을 쓰는 지금도 손가락이 시리다. 내가 하도 춥다고 성화를 해서 안타까워 보내 준 핫팩이 내 옆에 쌓여있다.


핫팩이 와서 주머니도 손도 따뜻해졌다.

마음이 같이 와서 내 마음도 따뜻해졌다.


핫팩에 쓰여 있는 글 귀는 "빠르고 따뜻하게 12시간 지속"이라고 쓰여있다.

핫팩을 보내는 친구 덕에 내 마음에는 "멀지만 진하게 평생 지속"이라고 새겼다.


진한 친구형 마음팩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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