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를 위해 만들어 준 음식에 대한 추억
음식은 자고로 맛이 있어야 한다.
오늘 오랜만에 요리 레시피 겸 요리에 관한 포스팅을 하나 올렸어요.
매일 음식을 만들어 먹기는 하지만, 정말 끼니 때우는 용으로 만들어 먹고살기 바쁜 것 같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틈을 내서 무성하지만 맛있는 가지 피자를 만들어 먹었지요.
<글로다짓기> 글 쓰기 챌린지를 하는 우리 커뮤니티 멤버들이 쓸 글 제시어를 떠올리다가
'누군가를 위해 만들어 준 음식에 대한 추억'을 써 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 떠오르는 저의 추억은, 청년부 시절이에요. 교회에서 소풍을 갔지요. 셀 원들을 데리고요. 야외로 나가는 소풍이라 좀 들떠있었습니다. 제가 리더였는데, 저희 팀원들 맛있는 거 먹이고 싶어서 장을 바리바리 사 와서 닭가슴살 샌드위치를 만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 당시에 정말 잘 만들고 싶었거든요. 닭가슴살 마리네이드까지 해가면서 노릇하게 구워 샌드위치 속도 꽉꽉 채워 뚠뚠샌드위치를 만들었어요. 당시에는 뚠뚠샌드위치가 없던 시절이었는데, 그때 장사 했으면 성공했을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이 불현듯 스칩니다.
당시 도시락 평가는 대 만족이었습니다. 요리도 잘하는 맏며느리감으로 불렸지요.
그런데 기억에 요란하게 요리를 하면서 주방을 어지른 내 모습을 보던 엄마 얼굴이 기억에 나요.
20대 초반까지 매일 밖에서 바쁘게 사느라, (중고등학교 때에 교회서 사느라 거의 매일 집에 11시 귀가하는 날이 많았어요.) 엄마 아빠를 위해 제대로 요리해드린 적이 없었거든요. 지금 생각해 보니 불효녀네요. 그렇게 약간은 애석한 마음이 들었던 때가 기억이 납니다.
나이가 좀 더 먹고 엄마 아빠 생신을 위해서 미역국을 끓여드린다고 요란법석을 피웠던 때도 기억이 납니다. 그때 말고 제대로 거하게 상을 차려드린 건 결혼 후 첫 아빠 생신 때였어요.
대하, 갈비찜, 미역국, 나물 반찬, 단호박찜 등 꽤나 정성스럽고 푸짐하게 차려 드렸습니다. 아빠는 그날 제 상을 받고 함박웃음을 지으셨지만, 눈에는 눈물이 촉촉하게 묻어있었어요. 지금도 생각하니 코끝이 찡해집니다.
그때 생각했어요.
"아, 이제 매년 부모님 생신상을 직접 차려드려야겠다!"
다짐이 무색하게도 그 뒤로 몇 번 엄마, 아빠상을 차려지드리지 못하게 되더라고요.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지방에 살게 되었습니다. 익산, 부산, 경기도로 돌아다니게 되었지요. 기념일에는 상을 차려드리기보다는 밖에서 대접하는 일이 늘었고, 좋은 음식점에서 식사를 대신하는 게 더 효율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히려 엄마 밥상을 제가 받아먹는 날이 더 많아졌습니다.
결혼해서 아이 낳고 주부 14년 차로 살고 있습니다.
누군가를 위해 음식을 차려 주고, 내가 차려 주는 음식을 맛있게 먹어주는 사람이 있다는 이유만으로도 참 소중합니다. 내가 차려 준 음식 맛없어 꾸역꾸역 먹는다고 해도 고마울 텐데, 늘 가족들은 엄마가 해 준 음식은 최고! 여보가 해 준 음식은 최고!라고 말해주니까요.
이건 말하고 싶지 않지만, 신혼 초에 남편은 제가 해준 음식이 너무 싱거워서 맛이 없었대요. 그렇지만 티를 내지 못했다고 하더라고요. 기억에 맛있다고 먹었으니까요!
몇 년 지나고 이야기해 줬는데, 몇 년 지나고 나서 요리할 때는 충분히 간을 해줘야 맛있다는 걸 깨닫고 나서 한 제 요리가 맛있어졌나 봅니다.
이것도 말하고 싶지 않은데, 친정 아빠는 대 놓고 말씀하셨어요!
"간이 너무 약하면 음식이 맛이 없다. 간을 적당히 해야 하는 이유도 있는 거야!"
그러니까, 저는 한 동안 간을 약하게 하는 게 건강에 좋다는 상식을 가지고 그대로 요리를 했었던 탓이었어요.
조미료는 소금, 설탕, 간장, 고춧가루, 고추장, 된장 외에는 아무것도 쓰지 않았으니까요! 티브이 광고나 요리하는 사람들이 건강 프로그램에 나와서 "싱겁게 먹어야 오래 산다." , "싱겁게 먹는 게 건강에 좋다."는 말을 몹시 많이 했던 시기였습니다. 덕분에 그게 진리인 줄 알고 살았어요.
물론, 간이 세면 건강에 좋지 않죠. 자극적이니까요.
그러나 음식은 '맛'이 있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매일 먹는 음식, 언제 먹어도 맛있게 한 끼 뚝딱 할 수 있으면 거기서 느끼는 행복이 또 있잖아요.
지금은 가끔 마법의 가루도 씁니다. 요리를 하면 할수록 누군가가 맛있게 먹었으면 하는 마음에 요술을 부리기도 하지요.
글을 쓰다 보니, 글에도 적당히 마법의 가루를 쳐야 글이 맛깔스러워지는 걸 경험합니다.
글에서 필요한 맛깔스러움은 적당한 형용사 부사와 눈에 훤히 그려지는 보이는 글이라 생각합니다.
그 누가 읽어도 상상이 마구 되며, 현장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나는 글이요!
요리 이야기 하다가 또 글 이야기로 빠졌네요.
오늘은 그냥 요리 이야기만 하려고 했는데, 글쟁이라 어쩔 수 없나 봅니다.
오늘 제 글을 읽으신 분들은 요리에 대한 추억 한번 떠올려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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