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를 내기 위해 반드시 해야 할 일
소리튠 영어 훈련에는 1단계부터 5단계가 있습니다. 1단계는 단연 가장 기초적인 음소와 발성, 호흡 훈련을 하는 단계죠. 저도 그랬지만 1단계 훈련할 때는 대체 이렇게 해서 어느 세월에 만리장성을 쌓을 수 있나 싶은 마음이 듭니다. 어느 누구나 다 똑같더라고요. 단숨에 점프 업해서 후루루룩 내가 하고 싶은 말 유창하게 하는 걸 상상하면서 훈련을 시작합니다.
보통 1단계부터 탄탄히 천천히 해 가는 분은 4,5 단계에서도 수월하게 넘어갑니다. 오히려 잘하는 분들이 겸손하게 잘 못한다면서 프로세스에 맞게 차곡차곡 훈련하는 분이 많아요. 반면, 실력과 무관하게 마음이 급한 분들은 늘 설명을 드려도 훈련 단계를 생략하거나 마음대로 훈련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럴 때는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 코치입장에서 볼 때 분명 뒤에 가서 고생할 게 눈에 훤히 보이니까요. 아무리 설명을 해도 안 들리는지 마음대로 하다가 포기하기도 합니다. 자기는 안되나 보다라면서 말이지요. 무척 안타깝습니다. 혹은, 뒤에서 죽을 둥 살 둥 애쓰면서 뒤늦게 다시 앞부분을 반복하면서 훈련하기도 합니다.
바다거북은 결코 파도를
거스르는 방향으로 헤엄치지 않았어요.
대신 파도를 이용했죠.
제가 바다거북을 따라잡을 수 없었던 건,
파도의 흐름과 상관없이 계속 파닥거렸기 때문이었어요.
<세상 끝의 카페> 70p, 밀리의 서재, 아이패드
<세상 끝의 카페> 책을 읽다 예화와 함께 문장을 만났습니다. 한 사람이 수면 아래에 있는 녹색 바다거북은 발은 흔들기도 하고, 그냥 물 위에 떠 있기도 하면서 아주 천천히 움직이는 것처럼 보였답니다. 막상 녹색 바다거북을 따라가려고 하니까 따라잡을 수 없었던 거죠. 느리디 느린 거북은 아무리 헤엄쳐도 못 따라잡은 겁니다. 그 이유는 바다거북은 흐름에 맞춰 움직였기 때문입니다. 자기가 나아가려는 방향으로 갈 때 파도의 힘을 적극 활용하고 있었다는 겁니다.
속도보다는 '방향'이라는 말을 많이 합니다. 속도도 중요하지만, 방향이 중요하다는 건 누구나 잘 알 겁니다.
제가 영어 훈련하고 코칭하면서 느끼는 건데요. 운동이나 춤, 악기 배우는 것과 같습니다. 처음에는 아주 기초적인 것부터 배워나가지요. 이게 뭐하는건가 싶지만, 기초가 탄탄하게 쌓이고 나면 나중에 숙달되었을 때 엄청난 시너지를 내면서 폭풍 성장합니다. 천천히 단계적으로 훈련해야 하는 이유가 있어요. 그래서 SLOW를 무척 강조합니다.
막내 요엘이 학교에서 테니스를 배우는데 재미가 없다고 합니다. 제가 하루는 대체 왜 재미가 없냐고 물어보니 어렵게 말을 꺼내더군요.
"맨날 똑같은 것만 해요."
빨리 라켓을 들고 공을 치고 싶은데, 바닥에 공 튕기는 것만 하고 있으니 지루하다는 겁니다. 시즌으로 열리는 방과 후 운동인 미니 하키와 크리켓을 하러 갔을 때도 같은 이야기를 했습니다. 매번 시원하게 공을 치고 달리는 건 하지도 않고, 배트와 공만 가볍게 톡 하니 맞추는 훈련만 한다는 거죠. 재미없다고 말입니다. 기초가 탄탄해야 한다는 건 누구나 다 잘 알고 있습니다. 중요하다는 것도요. 그런데 막상 배우는 입장이 되면 지루합니다. 속도가 안 나서 주리가 틀려요.
소리튠 영어 훈련에는 1단계부터 5단계까지 갈 때 슬로 과정을 다 넣었습니다. 잘하는 사람도 슬로우 과정을 더 훈련할수록 귀가 더 예민해지고 소리가 더 날카로우면서 단단해지거든요. '나비처럼 날면서 벌처럼 쏘는 사운드'가 완성이 됩니다. 느리게 훈련하면서 몸에 익히고, 입에 익히다 보면 어느 순간 빠른 속도를 냈을 때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거든요.
오늘 오전, 영어 소리 코칭하는 회원과의 대화 내용입니다. 저와 5개월 넘게 꾸준히 훈련해 온 장기 회원이 이제야 아하! 를 했습니다. 한 달 넘게 잘 처리가 안 됐던 호흡을 터득하고는 쾌재를 부르는 중입니다. 잔뜩 불이 화르르 타고 있습니다. 그동안 불편했던 문장 10개를 한 번에 따봉 받겠다고 벼르는 중이지요.
긴 시간 훈련해 와도 대충 흘려듣던 과정을, 직접 경험해 보며 효과를 느끼니까 이제 아하! 합니다. 이걸 무시하는 사람들은 빨리 늘지 않습니다. 다른 사람보다 빨리 성장하고 싶어서 바둥거리다가 시간 다 보내요. 늦게 시작했지만 천천히 계단식으로 밟아 온 사람이 앞으로 치고 나가게 되는 것을 많이 봅니다.
밀려오는 물살의 파도 힘을 이용해서 앞으로 더 나아갈 수 있었던 녹색거북처럼 지금 내게 밀려오는 파도가 뭔지, 어느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 그 방향으로 나가기 전에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도, 점검해 보고 알아차려야 합니다.
일단 방향을 잡고, 느리지만 천천히 가다 보면 빨리 속도를 낼 수 있는 지점이 옵니다. 혼자 힘으로 속도를 내든 무언가에 도움을 받아 속도를 내든 차곡차곡 쌓는 사람에게는 그 시간이 반드시 옵니다. 빨리 달리고 싶다고 방법 무시한 채 정확성 없는 속도로 달리면 넘어지기 마련이지요.
빨리가고 싶다면 반드시 슬로우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