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은 남의 남자.
오늘 아이들 학교에서 7학년(한국 중1) 아이들이 판매하는 플리마켓 행사가 있었어요.
아침부터 아니 어제 부터 아홉 살 막내 요엘은 오늘 꼭, 자기도 돈을 가져가서 물건을 사겠다고 다짐을 했습니다.
"엄마, 나 내일 뭐 살거니까 돈 필요해요. 한 100란드?"
"너 100란드가 얼만지 알고 말하는 거야? 너 계산도 잘 못해서 비싸게 바가지 쓰면 어떻게 하려고 그래? "
"바가지? 바가지를 어떻게 써요? 머리에 ? 이렇게? 크크크크"
장난기 발동한 막내 앞에서 알아듣지 못하는 단어를 습관적으로 내 밷고는 저도 아이고 두야,를 외쳤습니다.
어쨌든 막내는 오늘 돈을 가져갔어요. 제가 주기도 전에 자기 용돈 지갑에서 100란드(한화 약 8천원)를 꺼내서 손에 쥐고 아침부터 바쁘게 호닥거렸습니다.
학교에서 뭘 파는 지 저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는데, 7학년 아이들이 직접 물건을 사와서 (집에 있는 걸 가지고 올지도)
판매 하는 거에요. 간식거리도 있고, 악세서리나 자질구레한 용품을 팔기도 하는 듯 합니다.
학교 다녀 온 막내의 도시락통을 열자 거의 다 먹고 바닥에 주황색 물이 조금 남은 300ml 환타 패트병이 나왔습니다. 그 안에는 손바닥만한 파우치 안에 보라색 진주(가짜) 팔찌가 들어있었어요.
그걸 보는 순간 피식 웃음이 났습니다.
'짜식, 귀엽기는!'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고 강의 준비를 위해 방으로 들어오면서 옆 방 요엘에게 가서 물었습니다.
"요엘아~ 도시락 가방에 든거 뭐야? 그거 왜 샀어?"
가만히 있으면 짠하고 가져다 줄 텐데 그래도 한 번 물어 보고 싶었어요.
"아, 그거~ 그거 있잖아 엄마."
이 말이 나왔을 때 속으로 생각했어요. '그래, 알아 자슥이, 엄마 가져다 주려고 샀구나. 귀연녀석 ' 이라고 말하고 있었지요. 그런데 그 때 아들의 입에서 나온 말은 달랐어요.
"그거 남자도 여자도 같이 쓸 수 있대요. 내가 할라고 샀지! "
그 말을 하면서 여자것을 남자가 쓰는 게 쑥스러운지 배시시 웃으며 몸을 저한테 기대더군요.
와...... 저는 생각도 못했던 말이었어요. 설마 제 선물이 아니더라도 누나를 위해 샀겠구나 했거든요.
그런데 김칫국 제대로 마신 거죠. 황당하면서도 웃음이 났습니다. 예상 밖이라 놀랐어요.
그리고, 하고 다니지 않을 것을 너무 잘 알기 때문에 굳이 이걸 사야했나 싶었지요.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죠. 실망할 일은 아니었지만 살짝 서운한 마음도 들더라고요.
엄마를 생각한 게 아니었다는 사실에, 이 녀석 나중에 여자 친구 생기면 엄마 버리고 놀러가는 날 오겠다 싶언 마음이 들더라고요. 세상, 다 그런거죠?
역시 아들은 내 남자가 아닌가 봅니다.
김칫국 제대로 들여 마시고 저는 손도 안댔습니다.
끼고 다니나 두고 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