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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로다짓기 최주선 Sep 30. 2023

남아공에서 보내는 보통의 휴일

연휴 스케치.




남아공에서 맞이하는 한국의 휴일은 내게 꿀 휴가다. 이번 추석 연휴는 남아공에 사는 나도 좋다. 한국 시간에 맞춰 일을 하는 통에 한국에서 쉬면 나도 이곳에서 같이 쉬는 덕이다. 지난주부터 이번 주를 간절히 기다렸다. 며칠을 연달아 쉴 수 있다는 생각에 이번주가 가까이 될수록 기대감은 고조됐다. 매일 하루 24시간이 모자라게 산다. 오늘 다 못한 일 다음날로 넘어가는 날이 다반사다. 급한 일 먼저 하면 쳇바퀴 돌듯 살게 되는데, 요즘은 중요한 일도 해야 하지만, 급한 일을 먼저 하느라 손 발이 바빴다. 그렇게 바쁠수록 '좀 쉬고 싶다'는 마음이 불쑥불쑥 찾아온다. 그럴 때마다 크게 달리 할 일이 없어서 보냈던 시간을 떠올린다. 바쁘게 살 수 있는 게 감사하고, 할 일이 있다는 게 감사하다. 딱히 여행을 가지 않으면 휴일을 보낼 때 밀린 집안일을 하게 되는 일이 다반사지만 말이다. 읽겠다고 추려둔 책을 읽고 글을 쓴다 다짐하고, 결국 자꾸 눈에 보이는 다른 일에도 손을 댄다. 중요하긴 하지만 급하지 않은 일은 잠시 미뤄두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것 같다.  정리해야만 한다. 아이들 옷장이 난장판이다. 결국 마스크를 끼고 옷장을 열어 옷을 죄다 꺼내 다시 서류함처럼 정리했다.


27일 수요일 오후부터 연휴가 시작된 것 같다. 모처럼 글쓰기 수업이 없는 날, 코칭도 빨리 끝났다. 매주 가는 아이들 태권도도 없는 수요일 저녁이었다. 남아공은 연휴도 아닌데 다음 주부터 아이들 방학이다. 방학 전 주는 학교 분위기도 파장 분위기다. 이번주는 뭔가 톱니다 딱 들어맞는다. 목요일도 줌이 없고, 금요일도 정규 강의도 없었다. 오늘은 한글학교도 방학이다.

목요일 오전에는 치과에 다녀왔다. 책 읽고, 글 몇 편 썼더니 시간이 금방 갔다. 왔다 갔다 일을 보며 틈새 시간을 이용해 책을 읽었다. 목요일 저녁에는 좀 쉴까 해서 유튜브를 열었다. 어쩌다 우연히 본 <셀러브리티> 2시간 요약판을 보는 바람에 저녁 시간을 거기에 썼다. 스토리에 빨려 들어갔다. 요즘 셀럽들의 삶의 그린 드라마를 넋놓고 봤다. 금요일에는 아이들 방학으로 오전 10시에 끝났다. 아이들을 데리고 잠시 가까운 교외로 바람도 쐬고 장을 볼 겸 다녀왔다. 집에 오자마자 남편과 두 아들의 머리를 이발해 줬고, 저녁식사 후엔 함께 둘러앉아 가정예배를 드렸다. 질문이 쉴 새 없이 오가고 대화가 이어졌다. 토요일인 오늘은 아이들과 새벽 5시 50분에 일어나 남아공 플리마켓에 다녀왔다. 오전 시간은 테니스까지 다 치고났는데도 11시 밖에 안 됐다는 사실에 여유만만이었다. 집에 돌아온 이후, 이제 남은 시간은 자유다!  각자 알아서 할 것 하기로!  


"아, 안 돼 벌써 3일이 다 지나갔어! 아 금방 남은 시간도 금방 지나갈 텐데! "


휴일에 해야 할 일이 산더미였는데, 뭐였더라 기억이 잘 안 난다. 그저 부담 없이 쉴 수 있다는 사실이 좋았다. 한 번에 다운로드하여 놓은 6권의 책 중에 3권을 읽었다는 사실이 뿌듯하다.  

한번 흘러가면 다시 돌아오지 않는 시간, 지금 이 순간도 곧 과거가 될 테고 세상에서 붙잡을 수 없는 게 여럿 있는데 그중 가장 큰 게 시간이다. 주어진 시간을 가장 알차게 살고 싶다. 할 일 없이 어영부영 지내다가 맞이하는 휴일보다 바삐 살다 맞이하는 휴일이 더 값지다. 보통 한국 명절이면 이곳에서도 조촐하게나마 음식도 해 먹고 분위를 낸다. 이번 추석은 어떤 명절음식도 하지 않았다. 그저 평소와 다름없는 보통의 하루를 보내고 있다. 잠시 시간을 내어 여기저기 다녀오고 집에서 시간을 보내는 평범한 휴일이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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