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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로다짓기 최주선 Aug 29. 2023

서브웨이 샌드위치 없으니 만들어 먹자!

샌드위치 러버의 행동 일기 



 



샌드위치를 좋아합니다. 빵은 호밀빵을 좋아하고요. 사워도우(야생 효모(yeast)와 유산균으로 발효시켜 만든 빵)를 좋아합니다. 흰 빵 잘 안 먹습니다. 건강에도 좋지 않을 뿐 아니라, 씨드가 들어가 있거나 통곡물이거나 견과류가 들어간 빵이 더 좋아합니다. 처음에는 딱딱한 것 같아 별로였는데 먹으면 먹을수록 고소한 맛도 납니다. 그냥 구워 버터나 잼을 발라먹어도 맛있고요. 샌드위치 빵으로 만들어 먹어도 좋습니다. 가끔은 썬드라이드토마토나 아보카도 혹은 바질페스토를 발라서 먹으면 특별한 빵을 먹는 맛도 납니다. 여기에 노른자가 줄줄 흐르는 소프트 에그하나 얹어먹으면 간단하고도 특별한 한 접시가 완성됩니다. 


서브웨이 샌드위치를 자주 먹었습니다. 한국에 있을 때요. 혼자 있는 시간에는 왜 그렇게 밥이 먹기 싫은지요. 예나 지금이나 그렇습니다. 아이들 유치원에 보내놓고 혼자 밖에서 일 볼 때 서브웨이 샌드위치 자주 먹었습니다. 혹은 파리바게뜨, 좋아했던 최애 샌드위치 하우스 샌드위치도 종류를 가리지 않고 먹었었죠. 


남아공에 처음 왔을 때 샌드위치 가게부터 찾았습니다. 잘 안보이더라고요. 그러다 쇼핑몰 안에 서브웨이 샌드위치 집이 있는 걸 발견하고 무척 반가웠습니다. 피자나 햄버거보다 샌드위치가 더 맛있고, 한 끼로 때우기에도 딱이거든요! 토마토, 양파, 피망, 오이, 할라피뇨, 치즈와 햄, 한 두 가지 소스만 들어가도 맛있습니다. 서브웨이 샌드위치 가게에 가면 주문할 때 내 취향대로 만들어 먹을 수 있습니다. 먼저 빵을 고르고 야채를 고릅니다. 치즈의 종류를 고르지요. 어울리는 소스를 고릅니다. 한국에서는 내가 원하는 대로 요구해서 만들어먹었습니다. 남아공에 왔을 때는 영어로 내 의견을 말하는 것조차 왜 그렇게 어려웠던 걸까요. 처음에는 버벅거리면서 겨우 제가 원하는 메뉴를 부탁했죠. 가끔 다른 메뉴로 만들어져도 아무 말 없이 받아먹었습니다. 햄은 또 왜 그렇게 짜던가요. 한국에서 먹었던 맛과는 조금 달랐습니다. 


어느 날, 서브웨이 샌드위치 가게가 문을 닫았습니다. 철수했죠. 다른 지점을 찾아봤지만 모두 철수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무척 아쉬웠습니다. 세상에 어떻게 그렇게 아쉬울 수가 있는지요. 그 뒤로 샌드위치 맛집을 찾고 싶어 안달을 했습니다. 제가 못 찾는 거겠지만 샌드위치 전문 맛집은 없었습니다. 남아공은 pita(아랍빵, 납작한 빵, 난과 비슷하지만 더 통통) 혹은 wrap(토르티야 베이스)류가 더 많습니다. 일반 음식점에서 파는 샌드위치 중에도 제가 원하는 스타일의 샌드위치는 찾을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샌드위치 대신 wrap을 더 즐겨 먹었습니다. 



wrap
pita


특별한 샌드위치가 먹고 싶은 날에는 집에서 만들어 먹기로 했죠. 처음에는 재료만 있으면 손쉽게 만들 수 있어 자주 만들어 먹었습니다. 특별한 소스도 없고 케첩, 마요네즈, 머스터드로 양념했습니다. 갖가지 야채와 햄, 치즈, 계란 꼭 넣었습니다. 그렇게 먹으니까 서브웨이 샌드위치 맛은 안 났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맛있었습니다. 가장 기본 재료로 파는 샌드위치보다는 뚱뚱한 샌드위가 먹고 싶을 때가 종종 있습니다. 밋밋한 맛에서 벗어나고 싶어 스위트칠리소스를 뿌렸습니다. 달콤하니 맛있더라고요. 워낙 매콤한 맛을 좋아해서 스리라차 소스까지 진화했습니다. 입맛 없을 때 데친 숙주에 스리라차 소스 뿌려 먹으면 그렇게 맛있습니다. 스리라차 소스는 삶은 달걀에 뿌려도 맛있습니다. 무튼 그렇게 조금씩 재료에도 변화를 주면서 만들어 먹었습니다. 슬슬 귀찮아지기 시작하더군요. 그 뒤로는 간단하게 아이들 도시락 쌀 때 아니면, 제 몫은 만들지 않았습니다. 그냥 대충 있는 대로 먹자로 슬슬 게을러지기 시작했습니다. 적당히 보이는 걸로 사 먹기도 했습니다. 마트에 가면 일반 샌드위치 많이 팔거든요. 그저 '서브웨이' 샌드위치가 먹고 싶었나 봅니다. 


며칠 전 남편과 의기를 다졌습니다.


"만들어 먹자! 서브웨이 샌드위치! 뭐 어렵다고, 왜 그걸 만들어 먹을 생각을 못했지. 다른 샌드위치는 만들면서."


그랬습니다. 왜 그 생각은 못했을까요. 다른 샌드위치는 만들어 먹으면서 왜 서브웨이 샌드위치 만들 방법은 생각을 못했는지요. 아쉽다고만 하고 찾아보지도 않았습니다. 인터넷에 정보가 널린 세상인데요. 한. 번. 도 서브웨이 샌드위치 만드는 방법을 검색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모르면 찾아보고 배우면 되는데요. 다른 요리는 다 찾아서 해 먹으면 왜 서브웨이 샌드위치는 생각을 못했을까요?

가는 날이 장날이죠. 마음먹은 날이 하필 주일이라 이미 마트가 문을 닫을 시간이 다 되어서야 장을 볼 수 있었습니다. 5시, 주일에는 5시면 모든 상점이 문을 닫습니다. 더 일찍도 닫아요. 5시까지 열어 둔 마트에 절 할판입니다. 바게트 빵은 구할 수도 없고, 햄을 샀습니다. 살라미, 페페로니, 샌드위치 햄, 할라피뇨 1병, 오이 1개, 초록 야채, 토마토와 호밀빵을 샀지요. 허니머스터드소스와 칠리소스를 샀습니다. 집에 오자마자 손 씻고 바로 1인용 샌드위치 그릴을 꺼내서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10분 만에 뚝딱 한 개를 완성했습니다. 이렇게 쉬운 걸, 이렇게 간단한 걸, 재료만 있으면 비슷한 맛을 낼 수 있는데 세상 다양한 햄을 매번 구경만 하고 살 생각한 번을 안 했다니, 웃음이 나왔습니다. 이렇게나 맛있는 걸. 

한 개 사 먹을 가격에 몇 개는 만들어 먹을 수 있는 걸! 


"서브웨이 먹을 때 나는 냄새 나!" 


그건 빵냄새와 소스냄새, 햄 냄새가 어우러진 냄새입니다. 지금 글 쓰는 시간은 밤 11시가 다 되어가는데 갑자기 배가 무척 고파지네요. 그 맛이 떠오릅니다. 내일은 재료를 사다가 또 만들어 먹어야겠다고 생각하면서 글을 씁니다. 내일은 기필코 바게트 빵을 사야겠다고 다짐하면서요. 


환경이 달라서 없는 게 많습니다. 물론 더 좋은 것도 있습니다. 글로 써보려고 하니 당장 생각나지는 않습니다만, 아쉽기도 하고 불편하기도 하지만 불행하지는 않습니다. 주어진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것을 하면 될 뿐입니다. 대체할 수 있는 것들이 있다는 게 얼마나 감사한지요. 

얻을 수 없는 것, 할 수 없는 것, 먹을 수 없는 것. 

환경 탓하고, 상황 탓하면 아무것도 못 합니다. 6년간 남아공 땅에서 살아올 수 있었던 이유입니다. 말하자면 너무 많은 에피소드가 있어 한 번에 다 풀어낼 수는 없지만, 이 없으면 잇몸으로 살다 보니 요령도 많이 생겼습니다. 무언가 필요한 게 있다면 생각하고 움직여야지만 얻을 수 있습니다. 생각하지 못해도 얻을 수 없지만, 생각만 하고 입맛만 다신다면 얻어 낼 수 없지요. 


귀찮고 힘들더라도 원한다면 얻기 위해서 움직여야만 합니다. 고작 샌드위치에 이런 말들을 가져다 부치는 게 오버스럽고 굳이?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요. 이런 하찮고 간단하다고 생각하는 일조차 귀찮아서 안 하게 되는 게 생각보다 많습니다. 그 생각만 하고 하지 않는 일이 무엇인지 오늘은 하나 더 처리해야겠습니다. 


 


<글쓰기 근육 함께 기릅시다> 


22일 챌린지 3기까지 진행 후 66일로 넘어갑니다! 

9월 1일 시작입니다. 

함께 해요! 

참여비는 무료 입니다. ^^ 


https://blog.naver.com/with3mom/223195237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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