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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로다짓기 최주선 Dec 15. 2023

집을 떠난다는 것

여행이 주는 의미 



짧은 시간이지만 외출이 아닌 외박이었다. 혼자가 아니라 가족과 함께였다.

(원래는 떠나는 날 차 안에서 쓰다가 완성을 못하고 이후에도 자꾸 오류가 뜨는 바람에 결국 접어 뒀다가 다시 꺼내서 쓴다.)


작년 이맘때에는 한국에 방문했었다. 1년이라는 시간이 훅 지나갔다는 사실이 소스라치게 놀랍다. 진심 놀랍다. 지인이 얼마 전 홀로 한국에 다녀왔다. 한 달이면 그리 길지 않은 기간이다. 워낙 먼 거리이기도 하고 비행한 편도 20시간이니 길게 날아 간만큼 머무르는 것도 왜인지 한 달은 부족한 기분일 거다. 나도 그러니 다른 사람도 그럴 거다라는 추측이 아니라 대부분 한 달은 너무 짧다고 말한다. 지인은 한국에 5년 만에 아이들과 떨어져 혈혈단신 다녀온 게 후유증이 무척 크다며 다녀온 지 한 달이 넘었는데도 우울한 마음을 감출길이 없다고 했다. 아무것도 하기 싫고 만사 귀찮다는 그 말을 들으면서 살짝 염려가 됐다. 지인이 아니라, 내 걱정이다. 마음 한편엔  머지않아 나도 홀로 다녀오고야 말겠다는 마음이 있는데 나도 다녀와서 시름시름 앓을까 봐 말이다. 

주변에는 한국에 매년 방문하는 분도 있고, 올해만 2번 다녀온 가족도 있다. 나는 그럴 수가 없다. 비용도 부담이 되지만, 올해 말, 내년 초 현지 사역을 오픈해야 되는 탓도 있다. 작년 방문 또한 4년 만이었다. 그래서 더욱 소중한 시간이었다.  한 동안 굳이 한국에 가고 싶지 않던 마음이 있을 때도 있었는데  보고 싶은 친구, 만나고 싶은 사람 이 생겨 마법의 문을 열고 한국으로 잠시 다녀오는 말도 안 되는 상상 해도 해 본다. 


이번 주 며칠간 여행을 나오면서 집안 단속을 했다. 언제나 그렇듯 여행을 나올 때 단도리하고, 다녀와서 짐 풀고 정리까지 정말이지 참 번거로운 일이다. 그러거나 저러거나 얼마만의 여행인지 아이들은 신났다. 특히 막내 요엘은 잠을 못 잘 정도로 설렘의 극치였다. 매일 손가락 열개를 펴고 하나씩 접었다. 단순히 여행을 간다는 기대감에 설렌 게 맞지만, 설렘의 의도는 따로 있었다. 형, 누나는 수영을 잘해서 레슨을 따로 받지 않았는데, 요엘은 레슨 받을 곳이 없었다. 아빠가 해줄 수도 없고, 수영 레슨을 따로 해주지도 않았다. 1년간 노래를 부르다가 올해는 좀 시킬까 싶어서 학교 방과 후에서 하는 유료 수영 레슨을 신청했었다. 약 2개월 동안 배웠을 뿐인데 자유형과 배영을 배웠다. 아직은 좀 더 연습이 필요하지만 제법이었다. 직접 연습현장을 보지 못한 나에게 자기 실력을 뽐내고 싶어서 안달이 났던 거였다. 물개가 된 요엘을 보면서 웃음이 번졌다. 며칠 내내 물 만난 물개가 되어 신나게 놀고 놀고 또 놀았다. 에너자이저를 보고 말았다. 내 뱃속에서 어찌 저런 아이가 나왔는지 놀랍다. 


‘여행’이라는 단어가 주는 일반적은 느낌은 나에게는 좀 적나라하게 말하면 ‘싸 돌아다님’이다. 좀 고급지게 말하면 ‘경험’이다. 이번 목표는 ‘쉼’이었다. 쉬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주중 수업이 4개나 있고, 매일 코칭도 해야 했다. 틈틈이 책을 읽어야 하고 강의안도 작성해야 했다. 교안이랑 활동 리스트도 만들어야 했지만 그건 할 수 없었다. 그러니까, 장소만 바뀌었지 나는 그냥 일상을 살았다.

장소가 바뀌었고, 충분히는 아니지만 쉼을 갖는 데는 그리 부족하지 않았다. 일상의 해야 할 일을 다 하면서도 쉼을 가지는 느낌이었달까, 


짧은 기간의 시간을 보내고 집에 돌아왔다. 돌아보니 호사를 누린 감사다. 여유롭게 물에서 한량처럼 있다가 빠져 죽을 뻔하기도 했지만, 최소 6개월 이내에는 다시 찾아오지 않을 시간이다. 버벅거리는 인터넷을 쓰고, 내 손때 묻지 않은 살림살이로 밥 하느라 애쓰다가 집에 오니 이 또한 안정감과 감사다. 


생각의 전환, 일상의 감사, 오늘도 살아 있음에 감사하는 시간으로 충분했다. 

묵은 일화는 글로 다 풀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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