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한글학교 협의회 교육 이후,
패스트푸드와 인스턴트 음식은 먹고 나서보다 먹기 전이 기분이 좋다.
운동은 가려고 할 때 보다 끝나서 나서 기분이 좋다.
이번 강연은 시작하기 전보다 끝나고 나서 더 좋았다.
끝나고 나서 좋은 게 진짜 좋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모임, 사람, 만남, 대화, 자극, 도전, 기회, 기대, 성장.
이번 모임 후 내게 남은 키워드이다.
교사로서 강사로서 많이 주워 담고 싶었고, 내 안에 교사로의 열정과 사명은 얼마큼이나 있는지 점검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한편으로는 나는 다른 교사들만큼의 열정이 없나 반성하는 시간도 되었다. 한글학교 교사이지만, 강사로서의 관점에서 더욱 포커스를 두고 참여했다. 또 다른 측면으로는 관계에 대한 열망이 좀 더 커진 시간이었다. 아프리카의 여러 나라 교사들을 만났고, 풀타임 강사로 한국에서 초청받아온 <택카데미>의 김택수 교수님을 만났다. 먹고 듣고 대화하고 듣고 대화하고 먹는 시간이었다. 먹은 음식에 배가 불러 더 먹고 싶어도 먹지 못하지만, 지식을 더 먹을 수 있겠다 싶었다. 금세 지나가버린 1박 2일은 짧디 짧았다.
아프리카 한글학교 교사 연수회에 참여하기 위해 2박 3일간 집을 비워야 하는 게 부담스럽기도 하고, 개인 일정으로 1박 2일만 참여했다. 끝나고 나니 2박 3일 다 갈걸 후회가 됐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느끼는 힘이 다른다는 걸 느끼는 시간이었다. 택 교수님은 이번에 오프라인으로 처음 봤지만, 작년, 재작년 두 차례 온라인에서 만났었다. 일대 다수로, 이번에도 역시 일대 다수였지만, 일대일로 대화할 수 있는 시간이 사이사이 있었다. 대화하고 싶어서 근처를 서성거리기도 했다. 묻고 싶은 게 있었고, 얻고 싶은 것도 있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내 이야기를 좀 전할 수 있었다. 그리고 내 이야기에 귀 기울여 주셨고, 궁금해하셨다.
같은 아프리카이지만 어디에 붙어있는지도 몰랐던 앙골라, 익히 듣고는 있었지만 그 지역의 상황도 환경도 전혀 무뇌 했던 다양한 아프리카의 나라, 우간다, 탄자니아, 케냐, 가나, 에스와티니, 알제리 등. 그곳에 사는 분들로부터 새로운 이야기를 듣고 에피소드가 공유될 때마다 나는 스마트 폰을 들고 각 나라를 검색했다. 아프리카에 살아도 내가 관심을 갖지 않고 들여다보지 않으면 전혀 모르고 평생을 살 수 있다는 생각이 새삼 들었다. 어디 아프리카의 이야기겠냐만은, 한국이든 어디든 지금까지 내가 살아가는 환경을 벗어나지 못한 채로 숱한 시간을 그리 살아왔다는 사실이 안타깝게만 느껴졌다. 우물 안 개구리를 벗어나려면 발을 떼서 간접적이든 직접적인 세상을 구경하러 나서야 한다는 사실이 다시 한번 입증이 되었다.
탄자니아에서 온 두 명의 교사를 알게 되었다. 나이가 비슷한 또래 교사였고, 같은 선교사였고, 알고 보니 한국에서 보냈던 청소년 시기 학교마저 같은 지역에 있었다. 그리고, 한 다리 건너 지인의 이름을 대면 서로 어? 어? 하면서 어떻게 아냐고 되묻는 일이 생겼다. 신기하고, 재미있고 감사했다. 궁금해서 이것저것 물었고, 내게도 질문했다. 이로서 전혀 만날 수 없는 환경에서 아프리카 교사라는 접점을 통해 새로운 관계의 문이 열렸다. 그뿐 아니라, 정작 연수 기간에는 말 한마디 섞지 못했지만 연수가 끝나고 나서 다른 사람들의 SNS를 통해 연락이 닿고 온라인으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누군가가 나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하고 관심을 두어 질문을 던진다는 건 그냥 겉치레로만 끝나기는 어렵다. 관심이 없다면 그 마저 에너지 소모가 되는 탓이다. 또한 관계나 대화가 진전되려면 궁금한 점이 없고서는 이어지기 어렵다. 서먹한 적막을 깨는 건 먼저 던지는 질문인데, 상대에 대한 궁금증과 호기심이 새로운 관계를 이어나가도록 만들어 준다.
벌써 1주일이 흘렀다. 잠시 꿈같았던 시간을 지내고 일상을 살아가면서 솔직하게 연수 이전의 교사 최주선과 이후의 최주선은 크게 다르지 않다. 강사로서의 최주선도 그리 다르지 않다. 다만, 그 시간을 통해서 배운 것들을 적용하고 만났던 인연을 소중히 여기는 태도와 주어진 기회를(살짝 고민했지만) 잡았던 나를 칭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