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거 나이 드는 신호야

카페인 탓, 나이 탓




11시다. 잠이 안 온다. 보통 요즘 10시만 되어도 쓰러졌는데, 나는 이쯤에 이게 카페인의 문제인가 체력이 좋아진 건가 고민해 본다.


달리기를 하면 혈액 순환이 잘되고, 맥박이 일정하게 오르락내리락하면서 심장의 피가 잘 돈다고 한다. 덕분에 손가락 발가락 끝까지 피가 잘 돌면서 심폐력 또한 좋아지고 몸에 활력이 돈다.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오전 달리기이고, 컨디션 난조로 며칠 쉬었다가 다시 시작했지만 체력에 도움이 되는 것 같은 요즘이다. 어서 체력이 좋아져서 하고 싶은 일을 활력 넘치게 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아무것도 하기 싫고 버거웠던 시간이 조금 지났다. 좋은 징조다.


본래 카페인이 약한 편인데, 커피가 늘었다. 커피 마니아 남편과 살면서 한 입만 홀짝거리며 뺏어먹던 습관이 반 컵이 되고, 한 컵이 됐다. 글 쓴답시고 작가는 커피를 마셔야 할 것만 같아서 차와 커피를 돌아가면서 먹다 보니 커피가 맛있어졌다. 보리차 맛 같이 옅은 커피를 좋아하다가 어느새 흐리멍덩하다며 점점 진한 커피를 선호하게 됐다. 이제는 커피 맛이 좀 진해야 "음 여기 맛있네!"라는 말이 나온다. "당신 커피 늘었어."라고 이야기하는 남편의 말엔 이 서사가 모두 포함되어 있다. 커피 때문에 밤 잠을 설치다 안 되겠어서 끊어 보기도 했다. 며칠 끊어 볼 수는 있는데 가끔 코에 커피 향이 스치면 먹고 싶어 이미 커피를 찾고 있다. 그래도 하루 한 잔 정도는 잠에 큰 지장을 주지 않는다. 물론 낮 2시 이전까지 마신 커피에 한한 이야기다. 암튼 오후 4시 넘어서 마신 커피는 밤잠을 설치게 만든다. 한동안 커피를 안 마셨었는데, 가만 생각해 보니 그럼 그때 밤에 쉽게 잠이 왔던 것도 커피를 안 마셔서인가하는 합리적 의심도 든다. 원래 카페인에 약한 사람이 있다고 들었는데 그게 나다. 최근 형님과 대화를 나누다가 커피 때문에 잠이 안 온다고 했더니 "그거 나이 드는 신호일 수도 있고."라는 말에 갑자기 눈이 동그래졌다. 나도 사십 대 중반으로 들어섰고, 익숙하던 것이 낯설어지고, 익숙한 것에 몸이 다르게 반응하는 시기가 오고 있다는 이야기다. 역시 건강에 대한 생각을 안 할 수 없는 나이다. 나이 드는 신호야 진작 하나 둘 느꼈고, 뭐 이거 하나뿐이겠는가.


2026년이 되었고, 벌써 3일이나 지났다. 내가 한 살 더 먹었다는 사실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다가 오늘 글 쓰면서 바로 윗줄 4번째 부분을 쓰다가 흠칫 놀랐다. 지금 갑자기 온몸의 열기가 얼굴로 몰리는 기분이다. 나이 먹는 게 놀라운 일은 맞다. 세월의 속도에 놀라지 않을 사람 어딨겠는가.

과한 카페인은 건강한 사람에게도 좋지 않을 테니, 카페인이든 나이 든 탓하지 말고, 나는 내일을 위해 오늘의 건강을 좀 더 관리해야겠다고 마무리 지어본다. 운동, 수면, 식습관의 균형을 잘 맞추어야 건강을 잘 지키고, 내가 하고 싶은 일도 할 수 있다. 알면서도 잘 안 되는 건 의지의 문제도 있겠지만, 시스템의 부재도 크다.

보통 새해가 되면 다짐을 하고, 새로운 일을 시작하곤 한다. 나 역시 올해를 시작하면서 다시 사부작거리고 일상을 만들어가는 중이다. 운동은 꾸준히 할 거고, 독서도, 글쓰기도 내 패턴과 루틴에 맞게 해 나간다. 커피는 끊을 생각이 없다. 그냥 마시고 싶을 때 즐기며 마시고, 과하게만 마시지 않으련다.


예전엔 그랬는데, 지금 예전 같지 못해서 자책하고 아쉬워하기보다. 지금은 지금의 상황에 맞게 나를 다독여 가면서 뭐라도 계획하고 하나씩 차근차근해나가는 것이 좋다.

작심삼일이어도 좋으니, 삼일마다 작심하면서라도 뭐든 해보는 게 어떨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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