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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로다짓기 최주선 Jul 08. 2021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인사의 낯선 감정.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언제부턴가 어떤 상황에서 으레 해야 하는 예르바르지만 형식적인 말이 되었다. 

내가 고마워하지 않아도 될 상황에서도 습관처럼 자동적으로 따라 나온다. 


"Thank you" 


외국에 살면서 자주 사용한다. 

대화의 끝에는 항상 붙는다. 


"고맙습니다" 


날 닮았나, 

내 아이들 역시 고맙습니다 라는 말을 잘한다.


"별아, 상 차리게 숟가락 좀 놔~!" 


싱크대 상판 안쪽에 놓인 숟가락 통에 손이 안닿자 까치발을 하고 

배를 상판 위에 올린채로 팔을 뻗어 허공을 휘 저어본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나는 수저통에서 숟가락을 꺼내서 별이에게 전해주었다.


"고맙습니다!" 



"아! 마스크!" 


자려고 침대에 누운 엘이가 코가 막히면 마스크를 쓰고 자라는 엄마 말을 떠올렸나, 

2층 침대의 1층에서 고개를 수그린채 엉거주춤 나와 마스크를 찾는다. 

주섬 주섬 마스크를 찾다 두리번 거리는 엘이를 보고  서랍에서 덴탈마스크를 꺼내어 귀에 걸어주었다.  


"고맙습니다!" 

 



"아~ 물 먹고 자야지!" 


거실 식탁겸 내 전용석엔 항상 머그잔과 물이 놓여 있다. 

그걸 아는 셋째 요엘이는  주방에 불이 꺼지면 무섭다며 내가 먹던 물을 습관처럼 마시러 온다. 

흐를까 한 손은 컵에 받치고 컵 손잡이를 잡아준다. 


"고마워요" :)


매우 흔한 저녁 시간 풍경이다. 

비단 하루만이 아닌 생활 속에서도 아이들의 인사는 수시로 튀어나온다. 


하고픈 말은 아이들을 칭찬하려는 글은 아니다. 

한 번씩 , 아이들의 "고맙습니다" 라는 말에 낯선 감정을 느낄때가 있다. 

이 아이가 내 아이가 아닌 다른 집 아이가 나에게 인사하는 것처럼 느껴질때가 있기 때문이다. 


예의 바른 아이로 자랐으면 하는 마음에 아이들이 태어나 말을 하기도 전에 

무언가를 주면 두손으로 받고 고개 숙여 감사인사를 하라고 가르쳤다. 

한 두번 가르쳐 주었는데 아이들은 그 뒤로도 습득한 인사를 지금까지 사용한다. 

어른이 된 나도 그랬을게다. 


몇 만원짜리 비싼 장난감 사줄  수 없어 뒤에 0 이 몇개인지 세어가면서 

비싼 장난감인지 아닌지 확인하는 아이들을 보기도 한다. 

갖고 싶었던 장난감 비싸 사주지 못해 저렴한 장난감 하나 들고 돌아 올때도

"고맙습니다" 이 한마디는  귓가에서 먹먹하게 맴돈다. 

삶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일들에서 아이들의 고맙습니다는

때로는 귀엽게 느껴지기도 하고,때로는 가슴이 답답해 질 때도 있다. 


감사는 진심이 담기지 않으면 잘 뱉어지지 않는 말이다. 

그렇지만 억지로라도 자꾸  뱉으면 진심인 것처럼 착각이 되기도 한다.

하물며, 진심이 담긴 감사는 어찌 전해지지 않을 수 있을까, 

습관적인 감사는 더 큰 감사를 불러 오는 듯 하다. 


그런걸 알면서도 그런 감사가 오늘은  낯설게 느껴지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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