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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로다짓기 최주선 Jun 29. 2022

우리 딸 오늘 행복한 꿈 꾸겠다.

네게 없는 것보다 있는 것에 집중하기

      



한달 전, 한인 중고방에 침대 싱글 매트가 올라왔다.

별이가 싸구려 매트에 누워 자느라 허리가 아플까 걱정이 됐다.

이사할  애들 방을 분리하면서 별이를 주려고 샀던 매트는 프로모션 특가로 나왔던 거였다. 침대 바디와 매트세트로 나왔고, 매트는  좋지 않은 스폰지 소재였다. 그래도 쓸만을 하겠다며 저렴한 가격에 사들고 와서 뿌듯하게 자리에 놔줬었다. 그러면서도 마음 한쪽에    들여 좋은  사줄  그랬나 싶었다.  개월채 지나지 않아 침대는 별이가 누웠던 자리의 엉덩이 부분만  들어갔다. 학교에    정리를  때마다 눈에 보여 마음이 불편했다. 얼른 가서 매트를 새로 사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러다, 중고방에 올라온 싱글매트가 눈에 들어왔고, 얼른 누가 찜할까 싶어 빛의 속도로 연락을 했다. 이사가 한달 후라 그 때 돼서나 받을 수 있다고 했지만 상관없다며 저렴한 가격에 튼튼해 보이는 중고 매트를 얼른 찜했다. 그 간에는 푹 들어간 자리를 아래 돌려 매트를 뒤집어 주고 한 달만 버티자 싶었다.

그리고 한 달이 지난 오늘, 약속된 시간에 집으로 찾아가 매트를 받아 왔다.      


세단, 우리 차는 중형세단이다. 침대 매트 실기에는 턱없이 작은 사이즈다. 얼마나 두껍고 얼마나 탄탄한지는 모르겠지만 사이즈 확인을 길이 넓이만 하고 높이는 안했다. 사진으로 보니 얇아 보인 탓이었다. 이전에 이사할 때, 엘형제가 쓰는 매트도 우리 차에 구부려서 넣고 왔으니 이번에도 가능할거란 생각으로 찾아간거다.


가벼워서 힘들지 않게 가지고 내려올 수 있을 거에요.
남편분이 좀 도와주실 수 있을까요?

도착해서 3 집에서 려야한다는 말을 듣자 속에서 이제 내린다고?’ 하는 생각과 함께 3층은 너무 높아 보였다. 아니나 다를까, 계단이 좁은 폭으로 6번으로 나뉜 반층씩 올라가야 하는 곳이었다. 우리도 힘들지만 그 분은 더 이사하기 힘들겠다 싶었다. 올라가서는 다행히 직원이 거뜬히 들어서 1층으로 내려줬다. 도와줄 생각에  걷어붙인 남편은 가볍게 몸만 내려왔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가볍다라는 말에  상상만큼이나 되겠거니 했던 거다. 남편과 둘이 드는데 무게가  나갔다. 그럼 아까 그 직원은 힘이 무척 셌구나 싶었다. 탄탄해 보이는 만큼이나 무거웠다. 그리고   문제는 우리 차에  실을 것으로 보였다.      


와, 이거 어쩌지? 이거 내가 상상했던 사이즈가 아니야.
두께도 더 두껍고 이거 구부러지겠어?     
 
집에서 25 거리, 이곳에서는 25 거리는 그렇게 가깝지 않다. 그리고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하기 굉장히 모호한 거리다. 갑작스레 부탁하기도 쉽지 않다. 반으로 구부려 보니 구부려지기는 했지만 구부려진 두께가 세단  좌석에 들어갈 리가 없었다.


트렁크에 넣어보자 열어보자는 남편의 말에  들어간다고 잘라 말했다. 혹시나 될까 트렁크를 열고 힘겹게 구부린 매트를 넣으려 시도해봤으나 어림도 없었다.  

    

“이거 무를까?”

“이제와서? 어떻게 해.”      


매트 주인이 매트를 내놨을  살짝이라도 구부려지겠냐는  물음에 그렇다고 했던 말만 믿고 쭐래쭐래   잘못이었다. 그냥 놓고  수도 없고 돈도 이미 건네줬고 옆에 서있던 흑인 직원 두명이 우리를 이상한  주시했다. 세단  앞에서 동양인  명이 서서 차에 매트를 넣어 보겠다고 애쓰는 모습이 웃겼겠다 싶다. 지금 그게 중요한  아니다. 어떻게든 차에 넣어 실고 집으로 와야했다. 결국 사투 끝에 보조석 좌석을 뒤로 최대한 눕히고 매트를 요리조리 잡아당기고 밀고 위로 올리고 내리고를 반복해서 뒷자석 문을 닫기까지 성공했다!




그리곤 차에 올라타 의기양양하게  곳을 빠져나왔다. 집에 오는 25 동안 나는 등받이 없이 팔꿈치로 겨우  몸을 누운 의자에 기대 불편하게 와야만했다. 그래도 차에 매트를 실고   있어서 다행이라 생각했다. 집에 와서 내릴 때는 차에 실을 때보다 훨씬 수월하게 빼냈다. 햇볕에 매트를 말리고 막대기로 힘껏 때려가며 먼지를 떨어내고 소독약을 렸다. 저녁이 되어 별이방 매트에 놔주면서 이제 허리  아프겠지 싶은 마음에 안심이 됐다. 그동안 허리 아프다고 말한 적은 없지만  마음이  걸렸던 거다. 한참 성장하는 시기에  좋은  영향을   있을테니 말이다.     

 


집에 오면서 주변에 차만 보였다. SUV차량, 트럭, 봉고, 하다못해 간간히 보이는 버스까지.

왜 우리는 처음에 이 나라에 와서 차를 구할 때, 바퀴가 크고 차체가 큰 차를 탈 생각을 못했을까, 아니 비싸서 엄두도 못 냈다. 왜, 이곳에 사는 사람들이 큰 차를 선호하는지 뼈저리게 느끼는 하루였다. 이곳은 길이 비포장 도로가 많다. 아스팔트 길은 홀이 자주 생기는데 빨리 메꾸지 않는다.  바퀴 펑크가 잘 난다. 벌써 몇 번 바꿨다. 그럴 때마다 눈에는 큰차만 들어온다. 이사할 때도 이 작은 세단에 세간 살림을 꾸려 넣고 하루에 6번씩 왔다갔다를 반복했다. SUV차를 가진 지인의 도움으로 우리가 3번 왔다갔다 할 양을 한 번에 옮겨줄 때 감탄사가 흘러나왔다. 여러 가지 이유로 우리에게는 큰 차가 필요하지만 지금을 살 수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5년간 큰 고장 없이 잘 버텨준 우리 세단이 참 고맙다.

어디든 기름만 넣으면 잘도 굴러가는 차다.      

없는 것은 아쉽지만, 있는 것에 집중한다.

오늘 우리 차가 수고해 준 덕분에 별이는 저녁에 편안하고 기분 좋게 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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