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로다짓기 최주선 Jul 11. 2022

잘 못 보낸 문자가 다시 이어준 인연

지난 연애스토리 회상하기



메시지 잘 못 보낸 경험?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메시지를 잘 못 보낸 경험을 해봤을 거다.

특히 요즘에는 카톡창이 워낙 많아서 메시지를 보내야 할 곳에 안 보내고 다른 톡방에 올려서 급하게 지워본 경험이 있을 거라 생각된다. 나도 몇 차례 있다. 카톡 오픈 챗방만 대체 몇 개인지 가끔 실수로 올려서 진땀 흘리며 빛의 속도로 지운 적도 있다. 때론, 이미 5분이 지난 후에 알게 되어 지우지도 못하고 단톡방에 민폐를 끼진 적도 있다. 또 다른 때에는 나도 잘못 보낸 메시지를 받고 웃음이 터진 적이 몇 번있다. 그래도 친한 사람에게는 "똑똑 이방이 아니에요"라고 웃으면서 이야기 하지만, 혹여나 좋지 않은 내용이었다면 얼마나 난감했을지 걱정도 된다. 지금이야 카톡이 활성화되어 이렇게 카톡방에서 혼란도 생기지만, 옛날에는 카톡이 아니라 번호를 헷갈려서 잘 못 보낸 적도 있었다. 어떨 때에는 성은 다른데 이름이 같은 사람에게 잘 못 보낸 때도 있었다. 그러고 보니 그런 실수 했던 때가 주마등처럼 스친다.


남편을 만나기 전에 만났던 남자가 있었다. 남편도 안다 그를, 그런데 이 이야기는 모를 텐데...

그와 3년간의 연애를 하면서 헤어졌다 만났다를 수차례 반복했다. 내 핸드폰에는 그와 이름이 같은 다른 사람이 있었다. 흔하지도 않은 이름인데 성은 다르지만 이름이 같았다. 그와 마지막으로 헤어지고 더 이상 연락하지 않기로 한 뒤 몇 개월이 지난 어느 날, 나는 문자를 잘 못 보냈다.


"정민아, 오랜만이야.  지내고 있지? 이번 주에  먹을까?"

교회 후배, 그것도 남자인 후배가 통 보이지 않아 리더였던 나는 후배를 챙기려고 연락을 건넨 거였다. 몇 시간이 지나도 대답이 없어서 다시 휴대폰을 들여다봤는데, 맙소사. 내가 보낸 정민(가명)은 그 정민(가명)이 아니었다. 전 남자 친구이었던 거다.

등줄기에서 식은땀이 줄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도통 아무 생각도 떠오르지도 않을 무렵 엉뚱하게 전 남자 친구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이걸 받아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에 빠졌지만 이미 손가락은 통화 버튼을 누르고 전화기를 귀에 대고 있었다.


잘 지내지? 무슨 일이야?
네가 나한테 반말을 하면서 이름을 부를 것 같지는 않고, 혹시 잘 못 보냈어?


그 말을 듣자마자 빛의 속도로 대답했다.


"어 미... 미안, 내가 헷갈렸네. 교회 후배한테 보낸다는 게 어쩌다 보니...... 오랜만이야. 잘 지내지?"


솔직히 궁금하기도 했던 안부였다. 어색한 인사를 나누고 어쩌다 보니 한번 만나는 게 어떻냐는 대화가 오갔다. 지금 기억하려고 해 보니 그 당시 상황이 또렷이 기억이 안 나지만, 잘못 보낸 메시지가 아직도 남았던 서로의 미련을 이어줬었다. 그 뒤로 만나 이야기를 나눴고 다시 만나 시간을 보냈던 기억이 난다. 강남 어딘가 카페에서...

지금 기억으론 그 당시 몇 년 뒤에도 서로에게 아무도 없다면 다시 만나는 게 어떻게냐는 이야기를 들었던 기억도 난다. 내가 먼저 밀어냈던 거였고, 당시 너무 힘들었다. 지역적으로 먼 장거리 연애였고 당시에는 물리적, 거리적 여러 가지 문제가 많았기 때문에 더 만날 수 없었다.

벌써 15년 전이다. 어렴풋해질 때도 됐다. 그 당시 잘 못 보낸 문자, 전화 그리고, 잘못 건척 했던 문자와 전화도 있었다. 참 비겁하지만 당시에는 마음이 그렇게 움직였던 것 같다.



지금의 남편과 연애하던 시절 우리의 이야기를 다른 사람에게 보냈던 웃지 못할 해프닝도 있다. 이 이야기는 따로 글로 담아봐야겠다. 연애스토리만 한 바가지다.


이따금 옛 친구에게 모른 척 , 잘 못 보낸 척 문자를 보내볼까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남자 아니고 여자다.

깨어진 관계를 생각하면 아직도 답답하고 궁금하고 면대면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은 마음이다. 진작에 접었다고 생각했는데, 잘못 보낸 문자 이야기를 하면서 이야기의 끝에서 그 친구가 떠오르는 건 아직도 내 안에 그 친구에 대한 애잔한 마음이 있기 때문이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인생에서는 수많은 인연을 만난다. 과거와 과거의 인연에 얽매일 필요도 없고 붙잡을 필요도 없다. 그러나 아주 가끔은 지난 추억을 부정하고 싶지 않아서 다시 소환할 때 그 사람도 함께 소환되는 마법에 빠지곤 한다.

오늘이 그런 날인가 보다.



매거진의 이전글 남의 떡이 커 보이는 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