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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로다짓기 최주선 Jun 30. 2021

할머니 강아지는 웁니다.

먼 훗날 다시 만나요 우리.











" 할머니 10시에  천국가셨다."  


아침에 일어나니 엄마로 부터 카톡이 하나 와있었다. 

할머니는 3주 전 코로나 백신을 맞고 고열에 시달렸고, 

폐가 망가진 상태로 병원에서 중환자실로 옮겨졌다. 

산소 호흡기에 의지해 정신도 못차리시고 사경을 헤매시다가도 

다시 정신이 들면  자식들을 찾으며 걱정하셨다고 했다. 

엄마는 창문 밖에서 의료진에게 조르고 졸라 간신히 얻어낸 기회로 

창 밖에 놓인 전화로 할머니와 통화하셨다. 


"사랑해" 


할머니는 손을 흔들면서 이렇게 인사했다고 했다. 

입원하신 지 3주차였다. 

전북 순창에 사셨던 할머니는 자식들이 있는 서울에 자주 다녀가셨다. 

한번 가시면 한 달, 두 달도 계셨다. 

키우는 농작물이 걱정이 될 때면 다시 시골로 내려가셨다. 




슬하에 4남 3녀를 둔 할머니는 20년 전에 할아버지를 먼저 보내셨다. 

할머니를 제외하고, 할아버지의 마지막 모습을 본 사람은  온 가족을 통들어 나 뿐이었다. 

대학 초년 시절 혼자 버스를 타고 외가집에 놀러 갔었다. 

20년이 지났지만, 기침을 하시며 무심한 듯 내 이름을 부르셨던 할아버지 모습이 아직도 기억난다. 


"우리 아부지 아프싱께, 못질 하지 마소." 


할아버지의 모든 장례 과정이 시골 집에서 이루어졌었고,  

깨끗하게 염한 시신을 관에 넣고 못질하는 소리를 들으며 셋째 이모는 울면서 말했다.  

딸랑 딸랑 종을 울리며 자식들과 동네 사람들이 함께  관을 어깨에 메고 온 동네를 돌았던 장면, 

땅을 파고 관을 내렸던 장면도 기억이 난다. 


할머니 보내드리는 과정은 볼 수 가 없다. 

이미, 시신은 화장했고, 더 이상 할머니를 볼 수 없다. 

꿈에라도 한번 다녀가시지, 




꽃 가라 옷을 입고 있어서 그런가,  

할머니 사진을 들여다 보고 있자니,

아직도 꽃같은 할머니인데 너무 빨리 가셨나 싶기도 하고, 

고생 할만큼 하셨으니, 이제 편한 곳에 가서 쉬세요 라고 생각이 들기도 한다. 


"당신 살만큼 살았소, 이제 가도 괜찮소." 


80년을 살았든 100년을 살았든 세상에 어느 누가 이렇게 말할 수 있을까?

인생의 살만큼 살 수 있는 기한은 사람에게 속한 것이 아니다.

아무리 저 천국이 이 세상에 비할바 없이 좋은 곳이라고 해도 아쉬움이 남는다.  


할머니가 돌아가실 거라는 생각으로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마음의 준비는 소용이 없다.

더이상 할머니를 볼 수 없다는 생각에 먹먹한 마음 뿐이다. 


"어이구~ 내 강아지, 내 강아지 어딨냐? " 


할머니는 영상전화를 하면 항상 나를 먼저 찾았다. 

나이 40 되도록 나는 할머니에게 강아지였다. 

얼마 전에 전화 왔을때 하고 있는 일이 바빠서 인사만 간단하게 하고 

남편과 아이들에게 전화기를 넘겼다. 

하던 일을 마저 했다. 

좀 더 길게 대화 좀 할걸...... 

아마 대화를 했었어도 아쉬움이 가득한 것은 마찬가지였을거다. 




나는 천국을 믿는다. 

나도 죽으면 천국에 갈거다. 

할머니는 믿음이 좋은 권사님이셨고, 

마지막에도 이제 하나님 곁으로 갈거라고 하셨다고 했다. 


그래도, 

사람의 마지막 길 앞에서 웃을 수는 없다. 

아쉽지 않을 수도 없다. 



시골 집에 언제 가게 될지 모르겠지만, 

할머니가 문 앞에서서 기다리실 것만 같다. 

마지막 시골에 갔던 날 할머니가 입을 틀어 막고 소리도 못내고 우셨던 얼굴이 생생하다. 




아침 식사 후 설거지를 하는 데 옆에 남편이 다가왔다.


 "당신 울어?" 


"아니." 



"나는 슬퍼. 그래도 이제 나한테 남은 할머니셨는데......" 



말 끝나기가 무섭게 눈물이 흘렀다. 

가지도 못하고 잠 한숨 제대로 못자고 맘졸이며 할머니 소식을 기다렸을 

엄마가 걱정되어 영상통화를 걸었다. 



"괜찮다. 걱정마라" 



퉁퉁부은 얼굴과 떨리는 목소리가 들렸다. 

모두 다 예상하고 있었지만, 

엄마를 떠나보내는  엄마의 마음은 어떨까......?




외출을 해야 해서 옷을 골라 입었다. 

옷을 다 입고 보니 , 내가 고른 옷이 검정 원피스, 속에 입을 바지도 검정 옷이었다. 

흠칫 놀랐다. 

의도한 것은 아니었는데, 내 마음과 손이 그러했나보다. 



바람이 많이 분다. 

한국에서 날려 보내는 할머니의 뼈가루가 바람타고 이곳엔 한번 안오려나, 

터무니 없는 생각을 해본다. 

그렇게라도 할머니를 한 번 더 보고 싶은 마음인가보다. 




할머니, 천국에서 예수님 만나 좋으시죠? 

아픔과 고통이 없고 

평화와 기쁨이 넘치는 그 곳에서 

행복한 시간 보내세요. 

훗날, 

그 곳에서 다시 만나요.  

사랑해요 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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