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카와 카페를 갔다가 몬스테라를 물에서 키우는 걸 보고 동생이 키우고 싶다는 말에 무인꽃집에서
뚜벅이 조카가 양손 무겁게 고생고생하면서 사 온 몬스테라를 화분분갈이를 한다고 도와달란다.
스파게티 해준다는 말과 동시에 튕기듯 일어나 고양이 세수를 하고서 동생집으로 갔다.
분갈이 도 중 남편에게서 전화가 왔다.
"뭐 해? 영덕안 가?"
"엉?영덕? 지금 갑자기?"
토요일 오전근무를 하는 남편의 바다를 가자는 생뚱맞은 전화다.
동생집으로 온 남편과 같이 분갈이를 마무리하고서 계획도 없던 영덕으로 바다를 보기 위해 무작정
출발하였다. 고속도로 휴게소도 들르지 않고논스톱으로5시쯤 영덕 강구항에 도착하였다.
우리는 바로 숙소부터 알아보았다. 주말이라 방이 없으면 어쩌지? 하는 걱정도 되었다.
다행히 강구항 공영 주차장 가장 가까운 곳에 빈방이 있다는 그곳에 숙소를 정하고해파랑공원 산책을 갔다.
영덕 해파랑 공원
10월 중순 바다는 춥지 않아 산책하기 좋은 날씨였다.
바닷바람을 맞으며 일렁이는 쪽빛바다를 바라보고 있노라니 역시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아들과 같이 오지 못함이 못내 안타까움이었지만 커다란 꽃게 앞에서 사진을 찍어 아들에게 '여기는 영덕'
이라고 자랑을 좀 하고선 어슴프레 해가 지고 있는 바다를 뒤로하고 저녁을 먹기 위해 대게거리로 향하였다.
영덕 하면 대게이다. 하지만 지금은 대게철이 아니라 대게가 많이 비싸서 부담스러운 가격이었다.
좋아하는 회와 특산물 영덕대게를 두고 즐거운 고민을 하고 있던 내게 "뭘 먹을래?" 남편이 묻는다.
"회도 먹고 싶고 게도 드시고 싶으시다면대게 코스는 두 가지를 다 먹을 수 있다"고 사장님이 추천하신다.
"대게코스로 주세요~"남편의 동의도 구하지 않고 냅다 주문해 버렸다.
대게코스라는 말에 남편이 화들짝 놀라는 눈치다.(참고로 큰 대게 한 마리가 20만 원 호가이다)
오늘의 갑작스러운 여행이 남편으로부터 비롯한 것이기에 여행의 모든 경비는 남편이 제공한다.
기회는 지금이다 싶어 주문한 메뉴에 놀라움은 잠시인 듯 "그래 맛있게 먹으면 되지" 하고 능청스레 웃는다.
적당한 알코올과 맛있는 음식으로 기분이 좋아진 남편은"나도 바다가 보고 싶었다"며 다음에는 아들과 같이 오자고 한다. 계속해서 나오는 음식으로 과식은 했지만 만족한 저녁식사를 한 후 숙소로 향했다.
아~숙소
무계획으로 잡은 숙소는
주차장에서 가까운 곳에 정한 숙소로
근처 숙박업소 중 가장 높은 층에 위치하고 있어서 숙소에서 바라보는 오션뷰는 참으로 좋았다.
침대가 놓여 있고 작은 티브이에 미니멀한 숙소였다.
"어머, 바다가 잘 보이는 곳에 숙소를 잘 잡았네"하며침대에 노곤해진 몸을 던지는 순간
삐걱삐걱! 삐걱!!!
아~ 이 소리는 오래된 마룻바닥 밟을 때 나무가 틀어져 났던 중학교 다닐 때 복도에 양초 칠할 때(라때는 나무로 된 복도가 매끄러워지라고 양초를 칠했다) 나던 소리가 몸을 뒤척일 때마다 삐걱거려도저히 잘 수가 없는 상태이고 방음 또한 안되어 옆방에서는 우리 부부가 열정이 과도하게 넘치는 신혼일 듯한 오해의 소지도 다분하기에 침대에서의잠을 포기하고 방안에 있는 이불을 있는 데로 가져다가 바닥에 깔고서 누웠다.
불편한 잠자리에 돌아 누우려면 바닥에 닿게 되는 등과 모든 관절들이 베기다고 소리 없는 아우성이었고 잠 못 이루는 밤이었다.
여행의 피로를 풀어줄 숙소가 아니라 잠시 쉬려고 들어온 쉼터 같은 곳에서 휴식을 취한 후 이른 아침 숙소를 나와 해안도로 드라이버를 첫 코스로 결정했다.
창포말 등대에서 바라다본 찬란한 은색바다 (AM 8:30)
해안도로를 따라서 바다가 끝없이 펼쳐지고 그 길을 따라가다 보면창포말등대가 있다.
등대에서 바라다보던 바다는 하늘과 맞닿은 해수면이 아침햇살 받아 은색 물결로 반짝이고 그 반짝거림은
찬란하여 그 찬란함 또한 예술이었다.
한가로이 고깃배가 지나고반짝이는 바다는 그려놓은 듯바닷길이 생겼다.
햇살이 부서지는 찬란함 그대로의 바다는 무어라 형용할 수 없는 아름다움이었다.
바다를 바라보며 7080 음악을 들으며 아침으로 먹은컵라면은 숙취해소에 딱이었다
그 어떠한 미사여구로도 표현이 안 되는 바다를 바라다보고 있노라니 멀리 흡연을 다녀오던 남편이 사진을 찍어준다. 여행에서 남는 건 좋은 기억과 또 남는 게 사진이니 풍경이 이리도 좋은 곳에서 한컷 남기는 게 국룰이지.
서로의 사진을 찍어주다(같이는 찍지 않는 게 또 우리 부부의 사진 찍는 방법이다) 남편이 내게 다가온다.
차가운 바닷바람에 추위를 잘 타는 남편이 따뜻한 커피라도 마시러 가자고 하려나? 하는 기대감으로 남편이 다가오는 걸 가만히 지켜보던 내게 나직이 속삭인다
"이제 가자~ 집에!"
무어라? 뭣이라! 시방 지금 뭐라꼬?
집으로~ 지입으로 오오?
보자! 보자~ 그러니까
01. 예스터데이 어제
갑작스러운 전화 후 PM 3:00 출발 5:00 쯤 영덕 도착.
도착 후 주차장 가장 가까운 곳에 정한 숙소 정산과 동시간대 해파랑공원 산책.
6시 조금 넘는 시간에 대게코스 주문 8시 즈음 저녁식사 종료.
편의점 맥주와 산지에서 건조한 작은 오징어를 구입 후 밤 해파랑공원 산책을 하려고 하였으나
바람이 심한 관계로 숙소 복귀.
9시 되기 전 숙소 도착 하여 맥주 드링킹 중 남편 본인의 루틴에 맞춰 강제 취침 10시.
02. 투데이 오늘
밤새 잠을 못 이룬 탓에 이른 새벽 일찍 눈을 떤 남편의 강제 모닝콜.
새벽녘 간신이 잠들어 시간도 모르는 체 잠이 가득한 눈으로 기상.
7시에 체크아웃 후 해안도로 드라이버.
창포말등대 도착 후 아침 햇살을 받아 반짝이는 바다 감상 듣기 좋은 7080 음악 들으며아침 컵 라면.
'그래 이게 바다쥐이~이게 행복이지~' 느낌 충만. 삘 팍! 받는 지금...
수학여행도 아니고!
동네 나들이도 아니고 AM 9시 '집으로' 라니!
허~ 나를 위해 온 여행이라며?
"바다가 보이는 분위기 좋은 카페에서 커피 한잔 마시고 가자"라고 하였으나
경치가 좋은 바다는 보았으니 커피는 편의점 커피를 마시자며 편의점커피가 더 맛있다고 한다.
"커피는 거기서 거기"라고 말하며 남편은 진지하게 "일찍 집에 가서 푹 쉬자"라고 한다.
하루는 24시간이고 우리의 여행은 18시간이다.
하루가 채 안 되는여행을 끝내고 돌아가는 차 안에서 편의점 2+1 커피를 빨대로 쪽쪽거리며 집으로 간다.
갑작스럽게 바다를 보러 가자던 이 여행은
퇴사를 하고 집에만 있는 내가 답답해할까 걱정하던 남편의 배려이다.
본인 루틴에 맞는 여행과 동시에 퇴사 후 나의 감성마저 아우르고 본인이 추구하는
할 건 다하고 가는 짧디 짧은 이번 여행은 기억저편에서 가끔 꺼내어 회자될 만큼 충분한 추억이 될듯하다.
나를 위해 여행을 기획하고 함께한 남편에게 무척 감사해 마지않는 이 여행을 기록으로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