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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마 Nov 11. 2024

늦은 가을 여행

청남대 대통령 별장

2022년 11월 20일 가을 여행

목적지는 청남대


먼저 다녀온 아들이 경치가 좋다고 "주말인데 집에만 있지 말고 다녀오자"고 한다.

내키지 않아 꾸물거리니 아들이 재촉한다 오전 중으로 출발하자고!


날씨가 흐려서 갈까 말까 망설이는 사이 아들이 잔소리를 시작했다.

요즘 우리 부부의 귀차니즘을 비롯해 운동으로 이어지는 걱정 담은 잔소리 폭격에 더 이상 견딜 재간이 없어서 늦은 시간에 서둘러 출발하게 되었다.


막바지 가을 보자고 등 떠밀려 나온 여행 탓인지 흐린 날씨 탓인지 차창으로 스치는 가을 풍경이 을씨년스러웠다. 입동이 이미 지났지만 바람이 불지 않아 추운 날씨는 아니었다.


청남대 가까이 접어들자 도로로 이어진 길은 붉은 단풍이 멋진 그림이다.

큰 나무 아래에서 자라고 있어 햇볕을 늦게 받은 키 작은 단풍나무들이 늦가을 햇살에 멋들어지게 물들었다.


가을 축제가 끝난  청남대는 사람이 많았다. 대통령길을 시작으로 탐방이 끝날동안 운동을 싫어하는 우리 부부에게는 생각지도 못한 무한의 걷기가 시작되었다.


호반으로 이어진 대통령길은 외부 침입에 대비한 것인지 철조망이 호숫가를 둘러싸고 있었다.

아들과 '권력'에 대한 이야기 하며 걷던 남편이 대통령 경호작전에 대해 일장연설을 이어간다. 

옆에서 나란히 걷던 아들이 "그렇죠. 그렇죠"를 반복하고 시작된 군대얘기에 나는 듣는 둥 마는 둥 호수를 따라 길게 이어진 대통령길을 홀로 침묵하며 걸었다.


목적 없이 걷다가 들어선 산책로는 수국이 지고 있었고 간간히 가을 국화가 피어있는 정원 같던 길에서 만난 분수는 장관이었다. 음악에 맞춰 춤추는 음악분수였다.

춤추는 분수는 한참을 걸어온 우리에게 '잠시 쉬었다 가라고' 시선을 뺏고는 걸음을 멈추게 한다.


회색빛 구름을 잔뜩 품어 해를 내어주지 않던 흐린 하늘과 제법 잘 어울리던 음악 분수는 늦가을여행 추억의 페이지에 즐거움을 추가한다.

테크닉 한 음악분수

메타세쿼이아은 아쉬움이었다.

가을 메타세쿼이아숲에서 느낀 건 쓸쓸함이었다.


아쉬운 마음에 사진 한 컷 남기고 국화향 가득한 청남대 본관에 도착하였다.


본관 내실을 둘러보며 휴가 온 대통령을 상상도 해보고 밖으로 나와 본관 둘레를 따라 온통 노랗게 국화에 꿀을 찾아온 벌들과 함께 우리도 같이 코를 박고 향기를 맡으며 가을에 취하고 국화향에 취했다.


마지막으로 향한 곳이 대청호반에 자리 잡은 청남호였. 

가을로 가득 찬  청남는 가히 절경이었다.


흐드러지게 핀 갈대밭과 붉은 단풍구름 낀 하늘을 그대로 담은 호수는 한 폭의 그림이었고 잘 찍은 한컷의 사진이다. 사진 속 가을 풍경을 직관하는 느낌적인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호수는 완벽히 가을의 향연이었다.


 아름다운 호수대통령 별장이 된 이유를 말해주고 있었다.


시대는 늘 변하고 격변하는 시대에 우리는 저항하며 새로운 시대를 이끌어내고 순응하며 앞으로의 시대가 좋아지길 희망하는 현재를 살아가고 있다.


가을이 이토록 아름다운 청남호와 대통령 그들만의 별장이었던 청남대를 국민에게 돌려준 걸 감사하다고 해야 하는가? 다행이라 느껴야 하나? 아니면 당연하다고 해야 할까?


지나고 나면 역사가 되고 이야기가 되는 결과에 대한 판단은 각자의 몫인 것 같다.

시대를 잘 만난 일반인 우리가 대통령 별장에서 즐긴 늦은 가을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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