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길

by 로마

한적한 시골길을 달리다 보면 쭉 뻗지 못한 도롯가에 노랗게 핀 꽃이 있다.

코스모스처럼 키가 크고 길쭉한 꽃잎이 하늘을 향해 핀 노란 꽃이다.

바람이 쉬지 않고 부는 봄날의 끝자락에서 피는 꽃인가 보다.


구부러진 도로를 돌아 한적한길로 접어드니 이름 모를 그 노란 꽃들이 언덕에 무리 지어 피어있다.

수많은 꽃들이 일제히 바람에 일렁이며 춤을 추는 한 무리의 노란 꽃 시선을 빼앗는다.

꽃의 언덕은 무어라 형용할 수 없을 만큼의 장관이다.

봄의 끝자락의 바람은 꽃대가 땅에서부터 길게 자라나 키가 큰 노란 꽃들을 살랑이게 한다.

바람이 지날 때 마치 군무를 하듯 일제히 흔들리는 노란 꽃은 노란 바다이다.


일요일 점심을 먹자고 나선길에서 아름다운 꽃길을 만났다.

드라이브를 하자고 옛길로 접어든 길에서 그 꽃을 보게 된 것이다.

꽃이름이 궁금하여 찾아보니 국화과로 이름이 큰 금계국이란다.

그 꽃은 길에서 만난 즐거움이었고.

그 꽃은 길에서 보게 된 노란 꽃길이었고.

그 꽃길에서 만난 노란 바람의 언덕이었다.


퇴사하고 백수가 된 그날에 나는 꽃길만 걷자고 다짐했었다.

그러나 나의 바람은 바람이었을 뿐 현실은 그렇지 못하였다.

백수의 느린 시간 속에서 시간은 또 다르게 빠르게 흘러갔다.

꽃길만 걷자던 그 시간 속에는 소소하게 행복했던 시간도 수없이 많았다.

그러나 때론 슬픔이 심연 속으로 깊게 가라앉아 걷잡을 수 없는 우울감에 허우적이던 나날들도 있었다.


꽃길만 걷고 싶었던 나의 기대와 희망은 점점 간절함으로 변하여갔다.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고 했던가?

기대감은 실망감을 안겨주고 그렇게 맞닥뜨린 좌절감은 나를 더욱더 절망케 하였다.

그렇게 간절함으로 힘들었던 5월의 마지막주.

마지막으로 기대했던 그 일이 이루어졌다.

간절함이 이루어지고 6월이 시작되던 그날에 길에서 마주한 노란 꽃길이었다.


꽃길만 걷자던 나의 인생 2막의 희망을 그날 그 길에서 만난 노란 꽃길에서 느꼈다.

살면서 꽃길만 걸을 수 없다면 그래 이제는 꽃길만 보자.

꽃길만 봐도 좋아하자.

세상사 마음먹기 달렸다고 꽃길만을 걷지 못한다면 뭐! 꽂길을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5월의 힘들었던 주말 6월이 시작되던 그 길에서 마주한 노란 꽃길 행복이었다.


인생 2막 꽃길만 걸을 수 없다면 꽃길만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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