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국에 기차여행?
남편과 함께 델리를 다녀왔다.
여행은 아니었지만 기차를 탔기 때문에 여행을 가는 느낌이었다.
우리가 델리로 온 이유는
바야흐로 2020년 10월 결혼식과 동시에 혼인신고를 준비하던 우리는 3주 만에 혼인신고서를 받았지만,
나의 한국 주소가 잘못되었다고 한다.
GU를 6U로 잘못 표기되어서 변호사(우리는 변호사를 선임했다)에게 정정 요청을 했지만
이미 돈을 받은 변호사는 "디왈리만 지나면, 새해만 지나면"을 시전 하더니 결국 우리가 했다.
우리가 델리로 온 이유는 한국에 혼인신고를 하러 대사관을 방문하기 위해서이다.
겸사겸사 한국 식료품도 사고 일도 보기로 했다
남편의 일이 끝나고 오토 릭샤를 타고
'암발라'로 갈 수 있는 버스 정류장으로 갔다.
이 버스 정류장은 전에 '오디샤'를 가기 위해 델리로 가는 버스를 탔을 때 왔던 곳이다.
버스를 타니 안에 사람들이 북적북적했다.
마스크를 단단히 쓰고 남는 자리에 앉아 있으니 버스가 출발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티켓을 끊어주는 바이야가 버스 안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버스 정류장에서 암발라까지는 Rs.90(두 명)
생각보다 저렴한 버스비에 잔돈을 준비하지 못해 Rs.500를 내니 버스표 위에 Rs.400를 적고 Rs.10와 함께 건네주었다.
나중에 돈을 주겠다는 말이었다.
잔돈을 거슬러 준 뒤에는 Rs.400이라고 적은 부분을 찢어갔다.
이 버스가 델리까지 가는 걸로 알고 있는데,
(전에 탔던 델리행 버스도 이거였다.)
이번에는 농민 시위로 델리 경계가 막혀있어서 버스를 타고 기차를 타러 가기로 했다.
버스를 타고 암발라(Ambala) 역으로 가는 길,
우리는 톨게이트에서 시위대를 볼 수 있었다.
그렇게 버스를 타고 우리가 사는 펀잡 주를 지나 하리아나 주로 들어서니,
전화나 문자는 가능했지만 갑자기 인터넷이 되지 않았다.
남편 말로는 인도 정부에서 하리아나 주(펀잡 주와 인근 한)의 인터넷을 모두 끊어 두었다고 한다.
기차역에 도착하니 생각보다 사람이 없었다.
늦은 저녁이기도 했고, 록다운 이후로 사람들이 많이 이용을 안 하는 것 같기도 하다.
기차 도착 1시간 전에 기차역에 도착했기에 자리를 잡고 기다리는데 3시간 딜레이라고 한다...
기차역까지 가는데 시간이 걸려서 늦기 않기 위해 일찍 나왔는데 3시간 딜레이라니...
딱히 할 수 있는 것이 없어서 남편과 함께 기차역 안의 가판대에서 짜이를 주문했다.
나는 짜이의 맛을 잘 모르지만,
이 짜이는 정말 맛이 없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짜이가 아니라 찻잎을 담갔다 뺀 물이라고 봐도 무방했다.
이걸 총 Rs. 20나 받다니 날강도다...
기차는 3시간이 연착이 되고,
우리는 원래 시간보다 1시간 더 일찍 도착하고,
총 4시간을 기차역에서 보내는 것은 고역이었다.
한 겨울보다 날이 좋았다고는 하지만,
아직 저녁시간은 추웠고 할 것이 없었다.
남편은 델리에서 신세 질 친구에게 연착 소식을 알리고 나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요즘 힌디를 다시 공부하기 시작하면서
주변에 글이 보이면 읽는 연습을 하고 있다.
통화가 끝난 남편을 부르고(제대로 읽는지 검사받기 위해) 차근차근 읽어보았다.
중간중간 영어를 힌디로 적어둔 것이 있어 해석을 하는 데는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
"이와 같은 행동을 할시 벌금 Rs.500,
혹은 6개월 징역"
나도 이렇게 '퇴~'하면 감옥가?
라고 하니 그렇다고 한다.
남편과(사실상 나 혼자 읽기 연습하고 남편의 교정해주고) 놀다가 춤추다가,
다시 읽기 연습하다가를 반복하다 보니 기차가 들어왔다.
이번에 우리가 예약한 기차는 CC 칸으로 KTX처럼 의자로만 되어있는 칸이었다.
(주로 인도 여행하는 분들은 SL칸을 탄다.)
암발라가 중간 역이라 그런지 이미 많은 분들이 기차를 타고 있었고 띄어 앉기는 없었다.
기차 안에서는 괜찮다고 생각한 건지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들도 종종 보였다.
다행히 기차는 2시간 정도 소요가 되었고,
Ola를 이용해 오토를 불렀다.
평소에 델리에 가면 머무는 친구는 이번에 둘째가 태어나 방문하기 예매했고,
결혼식을 할 때 나의 아버지 역할을 한
(부모님이 올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I 바부지(힌디어로 아버지)의 집에 머물기로 했다.
주소를 입력해서 오토를 불렀지만 델리의 길 찾기는 복잡했기에 한참을 헤매다가 I 바부지의 마중으로 무사히 도착하게 되었다.
어찌나 날이 추웠던지 마스크 안으로 콧물 범벅이 되었다.
오자마자 I 바부지는 배고프지 않냐며
우리를 위해 머튼 커리를 해두었다며 진짜 아빠같이 우리를 맞이 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