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작가에서 콘텐츠 작가로, 콘텐츠 작가에서 스타트업 대표로.
꽤 오랫동안 브런치를 잊고 살았다. 브런치에 처음 글을 쓸 때만 해도 방송작가 14년차 현업에 있었고, 내가 일해온 이야기를 남기고 싶었는데 나는 벌써 두 번의 이직을 했다. 평생 방송작가로 먹고 살 줄 알았는데, 평생 직장은 없다는 말이 딱 맞았다. 더 이상 하고 싶은 방송이 없어짐과 동시에 방송계에 불어온 불황 (이건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에 결혼이라는 개인사까지 겹치면서 그렇게 방송작가를 그만두었다.
말로는 결혼준비를 편하게 하고 싶어서 일을 잠시 쉬는거라고 했지만 솔직히 말하면 방송 일에 질렸었다. 예상할 수 없이 변하는 스케줄, 끝없는 밤샘, 수많은 사람들과의 의견 조율, 프로그램 런칭을 위한 영업, 선배의 비위 맞추기와 후배 달래기 등등 크고 작은 일에 14년 넘게 단련되어 왔다고 생각했는데 질릴 대로 질린 거였다. 그렇게 결혼준비를 핑계삼아 일을 쉬며 썼던 글들이 브런치에 남아있다.
오늘도 오랜만에 브런치에 접속해서 임시 보관되어 있던 저장글을 발행하고 보니, 내가 방송작가에서 멀어진 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났다는 게 실감이 났다. 글감으로 생각해뒀던 글들도 어떤 말을 써야 할지 아득해질만큼 시간이 지난 거였다.
2021년 2월에 결혼을 하고, 6월에 첫 이직을 했다.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글 쓰는 일을 해온 사람이라 아예 다른 분야로의 이직은 꿈도 꿀 수 없었다. 나는 한 회사의 콘텐츠 작가로 입사를 했고, 6개월만에 퇴사해서 스타트업 공동대표가 되었다. 그리고 지금 2025년 사업 4년차가 되었다. 사람 일은 정말 모른다고 하던데 정말 나도 내 인생이 이렇게 될 줄 몰랐다.
나에 대한 기록을 이어가고 싶은데 방송작가 시절의 이야기는 너무 멀어졌고, 지금 내게는 콘텐츠 기획자로의 삶, 스타트업 공동대표로서의 삶이 가장 가까이에 있다. 그래서 별거 없는 나의 이직 이야기, 사업 이야기, 일 이야기를 써보려고 한다. 스타트업이라고 하기에도 무색하게 작은 회사지만 어쨌든 내 이름이 걸려있는 일이니까. 내 인생이 또 어느 방향으로 갈지 모르지만 우선 시작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