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작가에서 콘텐츠 작가로, 콘텐츠 작가에서 스타트업 대표로.
내가 이직을 할 때도 그랬지만 지금도 방송작가에서 다른 분야로 이직하려는 사람들을 꽤 만나게 된다. 방송작가들이 가장 먼저 알아보는 직종은 아무래도 기획, 창작 관련 분야로 콘텐츠 작가, 콘텐츠 기획, 기업 홍보직 등일 것이다. 평생 배우고 해 온 일이기 때문에 경력을 살릴 수도 있고, 빠르게 적응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선택하게 된다. 실제로 주변에 이직한 방송작가들을 보면 기업 홍보팀, 병원 홍보팀, 유투브 기획 작가, 게임 시나리오 작가 등으로의 이직이 많았고, 개별적으로 가진 능력이나 자격증이 있으면 그 부분을 활용한 이직을 했다.
나도 구인구직 사이트에서 작가, 콘텐츠, 기획 등으로 검색을 해봤을 때 가장 많이 나오는 분야는 출판, 광고, 마케팅 업체들이었다. 그리고 2021년 당시에는 일반 기업에서도 유투브 채널을 만드는 것이 확산되고 있을 때여서 유투브 채널 관련 작가를 뽑는 일도 많았다. 매번 하는 일이 섭외하고 촬영구성안 쓰고 VCR 영상 만드는 사람이었으니 이정도는 별거 아니지 하고 상세 공고문을 확인하면 멈칫하게 됐다.
유투브 콘텐츠 기획자 라고 공고를 올려놓고 공고 상세문을 보면 유투브 채널 분석, 광고 분석, 바이럴, 유통 채널 관리 등 '작가 일'만 하는 것이 아닌 기획 마케팅 총괄 업무를 원하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나는 콘텐츠 기획이라고 하면 자신 있었지만 기업에서 원하는 건 콘텐츠 기획 + 10여 가지의 업무였다. 이제와서 관련 공부를 하고 이직 준비를 다시 하자니 자신감이 확 떨어졌다.
배운게 도둑질이라고, 할 수 있는 건 글 쓰는 일, 타인과 소통하며 조율하는 일, 기획하는 일 등등 광범위하다고 생각했는데 방송이라는 우물 속에 갇혀있던 개구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방송작가 하면서 연차가 좀 쌓여서 시간이 남을 때 뭐라도 배워둘걸, 자격증이라도 하나 따놓을걸 후회해봤자 늦은 것이다.
이력서를 보고 연락이 왔던 헤드헌터들도 조금 난감한 눈치였다. 내 이력은 마음에 들지만 그 외의 업무능력에 대해서는 자신있게 권할 수 없었던 것이다. 자신있게 응대하던 나도 직무 얘기를 하면 할 수록 나도 모르게 주눅들게 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달까. 그래도 이 수 많은 일자리 중에 내 일자리 하나 없겠냐며 나는 매일매일 검색을 반복했다.
되도록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메인 업무로 두고, 추가 업무 같은 경우는 내가 아예 모르는 분야는 배제하고 조금이라도 해본 적이 있거나 어깨 너머로 본 적이 있거나, 나중에 필요하다면 배워서 해볼 수 있는 업무를 위주로 검색하고 추려나갔다. 처음에 100개의 후보지가 있었다면 나중에는 5개도 남지 않았다. 그만큼 내 업무 역량은 생각보다 넓지 않았다는 현실을 마주하기도 했다.
그렇게 고심 끝에 내가 고른 기업은 출판사 한 곳, 광고사 한 곳이었다. 괜히 여러군데 넣고 서류탈락이라는 아픔을 많이 느끼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나는 광고업체에서 면접 연락을 받았다. 내 이직 첫 면접이 잡힌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