셔츠와 유니폼에 남는 우리들의 비릿한 피로
바스락.
호텔 문고리에 걸린 비닐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린다. 런드리 백(Laundry bag), 즉 빨래가방이다.
밤이 깊어지면 복도에는 비슷한 주머니들이 하나둘 매달린다. 같은 유니폼을 입고 하루를 보낸 심판들의 흔적이다. 도시를 옮겨 다니며 호텔을 전전하는 삶 속에서, 이 빨래가방은 어쩌면 오늘 하루의 땀과 한숨을 대신 받아 적어주는 투명한 기록장인지도 모른다.
매일 밤 땀에 절은 유니폼을 봉투에 넣어 호텔이나 대회장에 전달하고, 다음 날 빳빳하게 다려진 옷들을 돌려받는다. 이 직업이 주는 당연한 권리이자 지루할 만큼 익숙한 루틴이다. 심판뿐만 아니라 선수들의 겹겹이 놓여있는 세탁 봉투들, 그 안에는 하루 동안의 땀과 먼지와 긴장이 접혀 들어 있다. 하지만 기계가 지워주는 건 겉면의 얼룩뿐이다. 특히 목이 닿는 칼라(collar) 부분은 세탁을 거쳐도 금방 누런 빛이 도는데, 내 몸에서 빠져나온 소금기가 매일같이 질긴 옷감을 갉아먹고 있다는 증거다. 기계는 오염은 지워주지만, 그 결 속에 박힌 지독했던 시합의 냄새까지는 가져가지 못하는 것이다.
가끔 국내에서 시합을 할 때는 세탁 서비스 대신 좁은 숙소 세면대에서 직접 손빨래를 할 때도 있는데, 세면대 가장자리에 유니폼을 걸쳐 놓고 비누 거품을 문지르다 보면, 이게 빨래인지 하루를 다시 더듬는 일인지 헷갈릴 때가 있다. 비누칠 몇 번으로도 쉽게 가시지 않는 그 끈적한 소금기를 손바닥으로 직접 비벼낼 때, 나는 비로소 그날 내가 겪은 하루의 무게가 생생하게 느껴지는 것 같다. 클레이 코트의 붉은 흙먼지는 1년에 한두 번 뿐이지만, 내 몸이 뱉어낸 이 투명한 얼룩들은 매일같이 내 손바닥에 잡힌다. 물에 젖은 천을 비틀 때마다, 어딘가에서 하루가 조금씩 빠져나오는 것 같은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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