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을 맞이해 초5, 초1 아이들이 본격 요양 모드에 들어갔다. 일주일 넘어가니 방 안이 우주 대혼돈 상태다. 참다가 한 마디 했다.
"애들아, 방 좀 치우자. 어떻게너희들 방보다 장롱 정리한다고 난리통인 안방이 더 더럽니!!!"
엥?
첫째가배고픈 하이에나처럼 눈을 번뜩였다.
"그래요~ 안방보다 깨끗하니까 그냥 둬도 되겠네요~~ 엄마는 방 좀 치우세요~~~"
아뿔싸. 또 헛소리가 튀어나왔다.
잔소리를 계속하자니스스로도 어이없어 그만두었다. 비교법을 쓰면 안 되는 여자가 방심했다.
고등학교 시절, 비교하다가 망신당한 적이 있다.
다니던 고등학교는 동아리가 활성화된 학교였다. 벽이 높은 동아리를 넘봤다가 보기 좋게 떨어지고 난 후 친구, 선배들과 합심하여 새로운 동아리를 창단했다. 웬만한 동아리는 이미 현존했기에 특이한 독일어 노래부로 정했다. 정체성 의심을 받으면서도 아랑곳하지 않고 독일어 노래와 요들송을 배우러 다녔다. 매년 개최되는 교내 축제에서노래는 어설프게 불러 젖혔지만 소속감과 유대감은 점점 높아져갔다. 2학년이 되자 입시체제에 돌입한 고3선배들이 결연하게동아리 운영 전권을 물려주었다.
두 번째 참여하는 축제 공연이 코 앞으로 다가왔다. 밤늦게까지 야자를 해야 하는 빡빡한 일정이었지만 식사 시간을 줄이고 틈틈이 연습을 이어갔다. 공연을 앞두고 1학년들이 연습에 무더기로 지각을 하거나 나타나지 않는 일들이 비일비재해졌다. 연습 와서 가만히 있는 아이들도 있었다. 가뜩이나 부족한 실력인데 공연을 무사히 치르기 힘들겠다 싶었다. 2학년들끼리 모여 불성실한 1학년들에게 한 마디씩 하자고 의견을 모았다.
인상더럽다고 자부하는 친구가 1학년들을 동아리방으로 소집했다. 그녀가 먼저 시작했다.
"너희는 연습에도 맨날 선배보다 늦고, 못 오면 못 온다고 미리 얘기를 해줘야 할거 아니야!"
선도부인 친구는 연습 와서 다리 꼬고 앉아 아무것도 안 하는 수동적인 태도를 지적했다.
목소리만 큰 친구는 "너희는 정말, 어, 진짜, 어, 뭐 하자는 거니!!" 하고 큰 목소리를 자랑했다.
2학년들이 7명이나 있었기에 굳이 나서지 않았다. 동생도 없는 내가 어린애들을 뭐라고 다그쳐야 할지 난감했다. 연년생 오빠와의 전투로 다져진 샤우팅 솜씨와 괴력은 쓸모없었다.
나 빼고 모든 2학년들이 잔소리를 마쳤다. 자기 소임을 다한 정년 퇴직자들처럼 나를 쳐다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