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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댁 Nov 28. 2022

05. 또 까먹었지 뭐야

게으른 ISFJ의 삶이란

브런치를 다시 x3 시작하면서 매주 토요일마다 한 편씩은 에세이를 발행하기로 했다. 힘 많이 빼서 주 1회. 한 달 잘 지키더니 5회차 발행을 또 까먹었다. 글을 발행하는 오늘은 월요일이니까 이틀이나 흘려보냈다. 아잇 짜증 짜증 나 자신한테 짜증이 난다.


그래 이번엔 무슨 핑계를 대볼지 한 번 지켜보자. 일단 첫 번째. 금요일에 상큼하게 연차를 냈다. 놀아야지. 얼마 만에 오는 평일 휴일인데. 이리저리 놀다 지쳐 잠들었을 거다. 그러고 맞이한 토요일. 오전에 두어 시간 정도 등산을 다녀왔고, 집에 오자마자 씻고 외식하러 나갔다. 다시 돌아오니 배는 빵빵하고 잠은 오고, 이미 시간도 많이 늦었다. 그래, 그렇게 그냥 자버렸다.


글을 쓸 시간이 없었다고 하자니 민망할 정도로 시간이 차고 넘쳤다. 아침에 일어나서 뭐했는데? 게임하고 가계부 만들고 하던 그 시간에 잠깐, 한 30분만이라도 브런치를 열었다면 휘뚜루마뚜루 뚝딱 에세이 한 편은 만들었을 거다. 어디서 되지도 않는 핑계를!




이런 일이 참으로 많았다. 많았다? 가 아니고 많다! 라고 해야겠다. 지금도 툭하면 까먹고 안 하고 미루기 일쑤니까 말이다. 대문자 ISFJ는 누구보다 뛰어난 계획형 인간이지만, '게으른'을 장착한 잇프제는 계획을 실행하지 않을 계획도 세워버리는 미친놈이다. 아 이건 내일 하긴 안될 것 같으니 내일모레로 미루는 계획을 세우자! 아 이건 그냥 체크리스트에서 지우자.(원래 없었던 것처럼 말이지!)


계획을 미루거나 안 하는 이유가 대단한 것도 아니다. 어딘가에 멋들어지게 세워놓고는 까먹는 경우가 1순위. 머릿속에 저장된 계획이고 계속 맴돌고 있으나 귀찮아서 내일모레 계획으로 변경하는 경우가 2순위. 애초에 지키려는 의지 자체가 보이지 않는 거다. 이래 놓고 또 계획을 '쓰겠다고' 플래너든 다이어리든 사놓는다. 망할. 자기반성적인 의미로 쓰는 글인데 자기분노적 감정이 올라온다.


그나마 루틴으로 정착한 편인 앱테크 출석체크 찍는 것도 그렇다. 오늘 보니까 11월에 구멍 난 출첵이 더러 보인다. 개근상은 글러먹었다 쳇. 사실 루틴으로 정착했다 하기도 민망하다. 매일매일 출첵을 시작하기 전에 너무나도 귀찮으니깐. 그래 정확히 말하자면 Routine은 아니고 강제성이 부여된 To-Do라고 해야 한다. 강제적이지 못한 수많은 나의 계획들은 To-Do조차 될 수 없고, 그래서 또 까먹어버린 계획이 되나 보다.


이쯤 되면 슬슬 겁난다. 올해 말에 또 거창하게 계획을 세워대고 의지가 충만한 척을 할 텐데. 내년엔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하고 아주 그냥 갓생 오브 갓생을 살 테야! 할 텐데. 그래 놓고 1월 한 7일 정도부터는 플래너가 어디 있는지도 모를 거면서. (참고로 2023년 플래너는 이미 장만한 상태다!)


그래 게으르지 않다는 건 정말 대단한 거다. 내년엔 나도 대단한 놈이 되고 싶은데 쉽지 않겠지. 그래도 내 나이 40대를 향해 폭주기관차처럼 달려가고 있는데, 더 늦기 전에 착실해져야 하는 건 맞다. 40살엔 은퇴할 테야! 하는 꿈이 한낱 꿈이 되지 않으려면, 꿈이 아닌 실현 가능한 목표가 되려면 착실해져야 하는 게 맞다.


그러려면,

게으른 등딱지를 좀 벗어버려야 한다.


다 알고 있는 내용이니 오늘도 복습한다 치고 리마인드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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