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노동직군이자 서비스 최정점...호기심 최대한 절제, 고객 정보에
얼마 전 서울 모 호텔 로비를 지나는데, 호텔을 방문한 고객들이 로비 샹들리에를 배경 삼아 즐겁게 사진을 찍고 있었다. 호텔 로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그런데 로비 직원들은 그런 고객들의 모습을 그저 바라보거나, 사진을 찍어주거나, 안전을 위해 긴장하는 모습을 보였다.
문득 "호텔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어떤 성격이며, 어떤 자세로 일을 할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호텔을 찾는 대부분 고객은 호텔에서 만족감을 느끼며 즐기기 위해서일 것이다. 커피 한 잔을 마시더라도 만족감이 있어야 하고 숙박을 하더라도 편안하고 만족감 있게 잠을 자야 할 것이다.
호텔을 방문하는 수많은 고객의 기대 수준은 제각각이겠지만, 그들의 공통분모는 '만족감'이다. 그 만족감이 충족되지 못했을 때 고객들은 "내가 여기를 얼마나 비싸게 주고 예약했는데", "이렇게 비싸게 판매하면서 이렇게밖에 못하나요" 등의 컴플레인을 제기할 수 있다.
이런 수많은 고객의 기대치를 충족해주고 만족감을 최대치로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호텔리어의 역할이 아닐까 한다.
누구는 즐기고 누리기 위해 호텔에 가지만, 누구에게는 일하는 공간이다. 호텔리어는 전문성과 어학 능력 등을 갖추기에 앞서 일반 직장인과는 다른 자세와 마음가짐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 호텔리어는 서비스 산업의 최정점이자 대표적 감성노동자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호텔리어도 감정노동자로서 보호받아야 할 직군이지만,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역할도 있을 것이다. 대단히 힘들고 어려운 직군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개인적으로 호텔을 다니면서 '호텔리어의 조건'은 어떤 것이 있을까 고민해봤다. 가장 먼저 갖춰야 할 조건은 '호기심이 없어야 한다'가 아닐까 생각한다.
호텔을 방문하는 수많은 고객은 대부분 호텔에 즐기기 위한 목적이 크다. 그래서 호텔에 대한 기대치가 클 수밖에 없다. 그들은 될 수 있으면 호텔에서 즐거운 경험을 얻어가고자 한다. 이런 고객들의 만족감을 최대치로 끌어올리는 게 호텔리어의 역할이다.
그런데 만약 어떤 직원이 고객과 함께 놀고 싶다거나, 고객을 부러워하면 어떨까. 심지어 "저 고객은 도대체 어떤 일을 하길래 이런 비싼 방을 예약했을까?", "저 고객은 왜 올 때마다 파트너가 바뀔까" 등의 호기심을 가지게 된다면 어떨까.
심지어 자신은 호텔에서 일하는 직원인데, 자신의 개인 SNS에는 마치 자신이 그곳의 손님인 것처럼 사진과 동영상을 올릴 수도 있다. 이런 호텔리어는 현실과 이상을 구분 못하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든다.
만약 이런 호기심을 가지고 있는 직원이 있다면 빨리 다른 일을 찾아보기를 권한다. 또 고객의 정보를 가족이나 지인에게 알리는 직원도 호텔 직군에 적합하지 않다고 본다. 고객과 충돌이 있고 갈등이 있어도 절대 고객의 정보를 악용해서는 안된다. 물론 '험담'도 최대한 자제하는 것이 좋다.
호텔리어는 호텔의 직원인 동시에 고객의 만족감을 최대치로 끌어올릴 수 있는 일을 하는 서비스의 최정점에 있는 사람이다. 그런데 고객 개인에 관해 관심을 나타내거나, 사생활을 궁금해하거나, 고객의 라이프스타일과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을 비교하는 경우가 있다면 직장 다니기가 정말 힘들 거 같다.
물론 호텔리어도 휴식이 필요하고 즐길 권리가 있다. 호텔 경영진들도 직원들을 보호하고 쉴 수 있고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호텔들은 전 세계 체인 호텔들을 직원가로 이용할 수 있게 하는 등의 복지 혜택을 갖추고 있는 것 같다. 어떤 호텔은 직원들의 피로 해소를 위해 마사지사도 고용한 곳도 있다고 한다.
다음으로 호텔리어가 갖춰야 할 점은 '인내심'이 아닐까 한다. 수많은 고객을 접하면서 정말 별의별 일을 다 겪을 것이다. 세상에 정말 이상한 사람들 많다. 그럼에도 호텔리어에게는 "내 탓이오"라는 인내심이 절실히 요구된다고 본다다. 억울한 부분도 많고 고객과 싸우고 싶은 경우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고객과 싸워 좋은 소리 듣는 호텔 직원들을 본 적이 없다.
호텔리어들이 직장 내에서 언성을 높이거나 싸웠다는 얘기는 주방 이외에는 거의 들어본 적이 없다. 그래서 호텔리어들이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술을 많이 먹는다는 안타까운 얘기도 들었다.
호텔리어는 일반 사람들이 휴가를 떠나고 놀러 갈 때 오히려 더 바쁠 것이다. 거기다 서비스의 최정점에 있는 직종이다 보니 기대하는 수준도 높을 것이다. 따라서 호텔리어는 호텔에 대한 전문성이나 어학 능력 못지않게 '인품'이 요구된다.
정말 어려운 직업일 것 같다. 그래서 그들은 그렇게 높지 않은 연봉 체계에도 불구하고 업에 대한 소명감과 자부심을 느끼고 일하는 것 같다. 그들로 인해 한국 호텔의 발전과 한국 서비스업이 한 단계 발전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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