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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세스 Jun 08. 2023

93. 만만한 팀장인거 같습니다. 하지만 싫지 않습니다

직장맘 상담소(조직 편)

만만하다 : 부담스럽거나 무서울 것이 없어 쉽게 다루거나 대할 만하다.


만만하다는 말! 썩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만만한거는 맞는거 같다.

처음부터 만만한 인간은 아니었다.

20년 넘게 회사생활을 하다보니,

만나는 사람도 많아지고,

내편도 생기고,

좋아하는 사람도 늘어나다보니,

굳이 싸울 이유를 만들어서까지 싸우지 말아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왕이면 부드러운 표현,

가급적이면 사랑스러운 말을 쓰려다보니

부드러워지고 편한 인간이 되었다.

(물론 나만의 생각일수는 있다.)

나란 인간에 대해서 회사생활 20년이 되어야 깨달은 점은

사람과의 관계로부터 에너지를 얻어간다는 것이다.

불편해지는 상황이 싫다.

좋게, 행복하게, 즐겁게 하려고 하다보니 그 행복감을 계속 유지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입사초기에는 열등감 덩어리였다.

밝고 명랑함으로 커버할 수 없는 조직문화속에서 점점 더 암울한 나를 대면할수밖에 없었다.

수없이 퇴사를 고민했지만 나는 버텼다.

'돈' 때문이다.

그리고 퇴사할 용기가 없었다.

무엇을 먹고 살지? 무엇을 하고 살지?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무섭기도 했다.


날이 선 하루하루가 지속됐다.

빨리 회사에서 벗어날 날만을 기다렸다.


첫째만 낳고 육아휴직 후 퇴사하자.

둘째만 낳고 육아휴직 모조리 쓰고 퇴사하자.

하지만, 너무나도 열심히 팀장 승진을 위해 달려나갔다.

그 목표를 달성만 하면 행복은 따놓은 당상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만약에 팀장이 된다면 이란 상상을 수도 없이 했다.



그럴때마다

허물없이 지낼 수 있는 편한 팀장이 되어보자. 라고 다짐을 했던것 같다.


그래서 자주 듣는 말이 팀웍이 좋다는 말이다.

"너희 팀은 참 팀웍이 좋아. "

팀웍이 좋다는 얘기는 무리없이 일을 진행시키고 성과도 좋다는 말과 일맥상통한다.

직원들의 만족도가 좋은지는 모르겠다.

(추후 어느날 뒷통수를 맞는것은 아니겠지?)

나는 굳이 얼굴 붉히며 일을 하고 싶지 않을뿐이다.

업무 지시는 별개다. 업무는 당연히 제대로 해야한다.



부작용은 있을 수 있다.

직원들의 출근이 늦고 퇴근이 빠르다.

항상 우리팀만 출근시간에 자리가 성듬성 비어있고,

직원들은 6시에 칼퇴를 해버린다.  

싫고 좋고는 없다.

그들도 야근할 상황이면 하고,

일찍 올 상황이면 오기 때문에 비난할 이유도 없다.

다만, 다른팀의 팀원과 부서장이 쳐다보는 눈은 곱지 않다.

왜 너희팀만 야근이 없어? 출근이 왜 이렇게 늦어? 라고 말한다.

특히 부서장!

"저 팀은 매일 야근인데, 너희팀은 칼퇴하잖아."

못났다.


팀마다 업무 성수기가 별도로 있다.

야근을 일부러 하는 경우는 없다.

어쩔 수 없이 업무 성수기에는 야근을 한다.

그 주기가 서로 다를뿐인데, 어느 시기를 꼬집어 말하는 것은 편협한 생각의 결과다.


출장이 많은 팀이 있고, 업무가 많은 팀이 있고

상황에 따라 특성에 맞게 움직이면 된다.

비교하지 말아주길 바란다.


결국,

내가 배려받기 위해서는 남을 배려하는게 우선이다.



하지만 마냥 만만한 팀장을 고수할 생각은 없다.

늘 모든 일과 관계는 적당함이 필수라고 생각한다.

자유와 구속 길은 다르지만 결국 같이 가야한다.

어떤식으로 끌어내느냐가 중요하다.


나도 가끔은 상처 받는다.

내가 이렇게까지 배려해줬는데, 왜 너희들은 나를 배려해주지 않는거야? 라고 생각할때도 있다.

하지만, 그 표현을 함으로써 득이 될 것은 없다.

직원들도 안다.

배려받는 기분을!

저절로 배려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면 좋은거고 아니면 마는거다.

그러면서 내 사람? 나를 따르는 사람? 이 생기는것 같다.



아주 사소한 것이지만

매일의 루틴이 있다.

출근하고 모닝커피 한잔을 위해 지하 커피숍으로 향한다.

그날도 그랬다.

내 커피를 미리 시켜두고 2명이서 대화중이다.

나는 조금 늦었다.

"늦어서 미안해요."

그제서야, 종이 빨대를 꺼내 꽃아준다.

"차가운 물에 담궈놓으면 좋이 빨대가 망가져서요. 커피는 맛나게 먹어야해요."

감동이다.


진심으로 다가오는 그들이 가끔은 또 내 맘을 홀린다.


지금은 좋은 팀원들과 일하고 있다.

언제까지 이렇게 될지는 모르겠다.

우선은, 지금 즐겨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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