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남세스 Feb 10. 2023

90. 팀장이 되어도 퇴사는 하고 싶다.

직장맘 상담소(조직 편)

동기들이 하나둘씩 팀장이 되어가고 여자 동기들 마저 팀장 타이틀을 거머쥐기 시작했을 때, 멘붕이 왔다.

이러다가 나만 낙오자가 되는 건 아닐까?

나도 빨리 승진열차에 탑승해야 하는데.

걱정이 앞서고 늘 전전긍긍해야만 했다.

어떻게 하면 좋은 결과를 얻어낼 수 있을지에 대한 생각뿐이었고,

늘 제자리인 나의 입장과 위치에 화가 났으며,

툭하면 눈물이 났던 것도 같다.

이를 바득바득 갈며,

팀장만 되기만 해 바라.

즐길 수 있는 것은 모두 즐겨버릴 테다.

다짐했다.


그리하여 팀장이 되면 "퇴사" 생각은 머릿속에서 사라질 줄 알았다.


결과는 참담하다.


나는 여전히 "퇴사"가 너무 하고 싶다.


놀고먹으면 얼마나 좋을까?

회사에서 벗어날 수만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으로 나는 다시 "퇴사"키워드 검색하고 있다.


최근에 도서관에서 빌린 책 제목만 해도,

1. 오십부터는 노후 걱정 없이 살아야 한다 : 자식에게 기대던 시대에서 셀프부양의 시대로

2. 나는 퇴직이 두렵지 않다 : 삶의 마지막까지 행복하고 여유롭게 사는 법

3. 나는 5년 후에 퇴사하고 싶다

4. 적게 벌어도 잘 사는 노후 50년

5. 죽는 날까지 지적으로 살고 싶다 : 은퇴 후, 행복한 노후 30년을 이끄는 아름다운 삶


도서관 퇴사 알고리즘에 따라 닥치는 대로 위시리스트에 담아 빌려왔다.


그러고는 정작 신랑이 최근에 구입며 극찬을 했던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이야기 시리즈를 읽고 있다.


나도 참!!


퇴사는 하고 싶어 책은 잔뜩 빌려왔으나

팔랑귀인 나는 신랑이 재미있다고 산 책부터 쳐다보고 있다.

뭔가 앞뒤가 안 맞는 행동이다.


오늘도 회사 책상에 앉아

한심하다.

생산적인 일을 좀 해라.

퇴사할 용기도 없으면서 매일 찾아보기만 하면 뭐 하니?

결단을 내려라.

회사에서 일을 열심히 할 생각을 해라.

딴짓을 하려거든 좀 너를 위해 필요한 딴짓을 찾아보거라. 

등 지속적으로 내면의 나와 충돌이 일고 있다.


퇴사를 하고 싶은 이유는

자고 싶을 때 아무 때나 자고 싶다.

여유롭고 싶다.

사람 스트레스에서 벗어나고프다.

일 고민 그만하고 싶다.

잘하고 싶단 생각 멈추고 싶다.

편안해지고 싶다.

2시 이후에도 커피를 마시고 싶다.


수도 없이 많다.

사소한 것처럼 보이는데 왜 이리 어려운 걸까?


퇴사가 하고 싶을 때는

루틴처럼 가계 재무제표를 꺼내든다.

오늘도 역시나 노트북을 들고 출근한다.

엑셀로 만든 자산, 부채, 현금흐름 시트를 보며

언제 그만두면 나의 노후가 안정적일까 다시 한번 들여다본다.


대답은 작년과 별반 달라지는 것이 없다.

그럴 리가 없어. 방법이 있을 거야.

........

없다.


신랑은 레버리지를 이용해 상가에 투자를 했고

월세 소득 구조를 만들어 놓으려 했으나

상당히 높은 부채비율과 높은 금리, 공실율로

이자금액이 월세소득을 추월해 버린 상태이다.

내가 재무제표를 만들기 시작한 이래로 최악의 구조이다.


신랑은 내가 그만두고 싶다는 의견을 표력할때마다

조금만 더 버텨주라.

우리 벌려 놓은 것들이 너무 많아.

당장 세금도 내야 하는데

자기가 그만두면 방법이 없단 말이야.

딱 5년만 더 다니자.


5년만 5년만이

20년이 되었다.

5년만 더 5년만 더가 되어

30년이 되진 않길 바라본다.

그땐  정년 채우고 하는 퇴사가 되어버린다.


나는,

단지,

쉬고 싶을 뿐이다.


하지만 현실은!

재산세, 종부세, 사업소득세, 자동차세, 이자까지 하게 되면 금융비용이 감당이 되지 않는다.

1월 소비를 살펴보면,

보험, 세금, 기타 금융 : 32.9%

교육 25%

식비 13.1%

주거 통신 5.4%

쇼핑 4.3%

교통 4.1%

총합계가 1천만 원이 훌쩍 넘어가 버린다.

 

쉽게 어플에서 나의 소비행태를 살피다 보면, 도저히 그만둘 엄두가 나지는 않는다.

늘 딜레마에 빠진다.

그만두고 싶지만 대안이 없다.



--------------------------------

오늘은 휴가다.

아들들과 점심을 먹으면 괜히 한마디 던진다.

"얘들아, 내가 집에 있는 게 좋아? 회사에 가는 게 좋아."

큰아들이 말한다.

"장담점이 있지. 근데 엄마가 없는 게 편해."

점심식사 후 아들 둘과 셋이 침대에 누워 각자의 일을 하며 몸을 비비고 있으니 행복하다.

이것들아!

언제 날 필요로 하지 않을 정도로 커버린 거니?


이래서 나이 든 직장맘들이 애들이 크면 육아가 아닌 다른 고민거리가 생기는데,

아이들이 생각보다 나를 자주 필요로 하지 않아.

자유시간이 많아지면 회사를 다녀도 되겠구나. 싶을지도 몰라.

전적으로 공감할 수 없지만 점점 그 반열에 섞이고 있는 듯하다.

나도 모르게~!

---------------------------------



작가의 이전글 89. 울 아이는 대치동 학원가는 보내고 싶지 않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