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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세스 Apr 29. 2024

101. 초5 아들이 "엄마 생리중이잖아." 라고 한다

직장맘 상담소(가족 편)

흔한 4인 가구다.

4명이 함께 살고 있다.

나 빼고 집에 남자만 셋이다.


우리는 이혼! 음~

잘 때 따로 자는 수면 이혼을 한 상태이다.

결혼한 지 15년이 되었으니 ㅎ 수면이혼도 15년째 하고 있다고 하는게 맞겠다.


코골이가 심해 신혼 초에 수술을 했으나 말짱 도루묵이었다.

결혼 후 15kg이 찌었고, 배도 엄청 나오더니 소리 또한 증폭적으로 커져버렸다.

나는 그와 잠을 자면 아예 잠을 자지 못했다.

별 수 없이 여행 갈 때 정도 같은 침대를 쓴다.


집에 방이 3개니, 하나는 내 것, 하나는 신랑 것, 나머지 하나를 아들 둘이 쓰고 있다.


착한 둘째에게 방을 하나 주고 싶어, 리모델링을 계획하였으나, 생각보다 견적이 어마무시해서

차라리 그 돈으로 넓은 평수로 옮기는 것을 선택했다.

지인도 넓은 평수로 옮기니 삶의 질이 달라졌다고 한다.


같은 단지의 산과 천뷰를 가자니, 생각보다 매물이 없었다.

조금 기다려보기로 한다.


나는 그래서 안방을 쓰고 있다.

처음에 안방은 아들 둘이 사용했다.

둘이 사용하니 제일 큰 방을 주는 것이 맞다고 생각해서 내린 결정이다.


하지만, 어느 날!

신랑이 아이들 방과 내방을 바꾸는 게 좋겠다고 한다.

내가 샤워하고 알몸으로 돌아다니는 것도 그렇고,

우리 집에서 유일한 여자니 방 하나에 화장실, 드레스룸까지 딸린 곳이 내가 쓰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처음에는 남자아이 둘이 나보다 작은 방을 쓰는 것이 맘에 걸려

망설였으나, 나도 뭐. 그것이 편할 것만 같았다.


그래 아직 애들이 어리니까. 둘째는 아직 나랑 자니까.

합리화의 일인자 나와 타협한다.


혼자 넓은 방을 쓴 지 어언~ 7년 차가 되어간다.


아들들은 가끔 한 마디씩 한다. 왜 엄마만 혼자 넓은 방 써?

바꿔줘?

첫째는 "아니" 나는 어차피 그 방이나 내 방이나 똑같아.

(그렇겠지, 너는 네가 방을 거의 독점하다시피 하니까.)

둘째는 "아니" 난 모든 방이 내 방이야. 거실포함해서.

(이구 우리 둘째 맘도 곱지.)


그래서 결국은 나 혼자 넓은 방을 독차지하고 있다.


토요일에 생리통이 심해 침대에서 뒹굴거리고 있었다

"아파" 나 아파.

어디가?

생리통!

다들 그런가 보다 하고 무관심하다. ㅎㅎ

우 씨~ 이해도가 딸리는 남자들!


일요일 오전 둘째의 성화에 아웃백을 갔다.

아빠와 둘째는 미용실을 들렀다 오고, 나랑 첫째는 집에 있다 나왔다.

그마저도 나는 택시를 타고 가고 첫째는 좀 더 늦게 전철을 타고 왔다.


택시에 타자마자

앗! 내 생리대~!

안 갔고 왔다.

아들에게 전화를 해서 가져다 달라고 했다.

가방에 종류별로 다 갖고 왔다.

엄마 너무 많아.

종류가.

어. ^^

알 수가 없지 너희들은. 뭐가 필요한지.

그래도 고맙다.

찍 소리 없이 가져다주니.


그리고 마지막에 달달구리 디저트를 시켰다.

예전에도 먹었던 그 디저트는 오늘따라 왜 그렇게도 맛이 있는지.


"너무 맛있어. 정말 맛있어. 오늘따라 이거 왜 이렇게 맛있지?"

둘째가 한마디 한다.

"엄마 생리중이잖아."

잉?

잉?

너 어떻게 알아?

생리 때 단 게 당기는 줄 어떻게 알아?

첫째가 거든다.

엄마! 우리 다 알아.

아빠도 거든다.

당신만 몰라.

여기 있는 사람 다 알아.


ㅋㅋㅋㅋㅋ

우리 집에선 내가 나를 잘 모르는 거 같다.


고맙다.

남자 셋!

알아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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