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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세스 Jul 05. 2024

109.팀장님께서 제가 탄 커피 갖다 버려라고하셨어요.

직장맘 상담소(조직 편)

입사 때부터 특이하단 얘길 많이 듣긴 했다.

유니폼을 안 입었던 나의 22년 전 입사 시절로 돌아가본다.

여직원들이 사무실에서 유니폼을 입고 앉아 있던 그 시절!

너무나도 입기 싫어, 당당하게 안 입고 다녔다.

뒷담이란 뒷담은 엄청 듣던 시절!


커피를 타는 게 싫어 어떻게든 발악을 하던 시절!

왜 나만 타요? 남자동기들은 커피 왜 안 타요? 같이 해요.

안 하겠다는 말이 아니잖아요. 같이 하게 해 주세요.


아직도, 나의 그 시절을 알던 사람들 중에는 나를 싫어라 하는 사람들이 있다.


어제 회식,

지금에서야 나의 그 행동을 이해할 수 있다는 말을 들었다.

그 발언을 한 사람은 부대표!

그때 팀장님이 시대의 흐름에 맞았던 거 같아요.

요즘 MZ들을 보면서 그때의 MZ란 생각이 든단다.

안 입겠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했던 시절.

커피 서빙은 내 업무가 아니라고 소리치던 사람.

어느 세대나 변화의 바람은 불고, 조직 문화도 시대에 맞게 바뀌어야 하는데,

그 시절엔 그게 맞았던 거 같아.

그래서 팀장님이 여기까지 온 게 아닐까? 싶네요.


웬일로 칭찬일색!

술을 너무 많이 마셨나?

 

근데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어느 날에는 바뀌었을 거다.

하지만 좀 더 빠른 바뀜, 새로운 변화

조금 이른 변화는 저항이 많다. 늘 그렇다.

변화의 바람을 좋아하는 이는 아무도 없다.


근데 그 변화의 바람에 한 획을 그었다고 임원에게 칭찬을 받긴 처음이다.

늘 후배들의 몫이었다.

대단하세요.


우쭐할 생각은 없다.

나는 오지게 힘들었고, 타인을 위해서라기보다는 나를 위한 행동이었기에.

대의를 위한 행동은 아니었다.


2017년 신입직원이 들어왔다.

역시나 그녀가 들어오자마자 커피 서빙을 시킨다.

나는 기획과장 업무를 하고 있었다.

손님들은 무조건 내 자리를 지나 부장님 자리로 간다.

내 자리는 그 코스에 있다.

나를 모두 지나쳐야 한다.


손님이 많은 부서다.

사람들이 많이 다녀가는 부서다.


어제 그 직원이 내게 말한다.

팀장님이 저한테 그러셨어요.

"OO 씨, 그거 갖다 버려!"

"네?"

"버려, 그리고 자리에 앉아서 일해."

"넵"

잽싸 갖다 버리고 자리에 앉았다고 한다.


이 일련의 사건이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다음의 나의 행동은 분명 남자 직원에게

"OO 씨 커피 좀 타주시겠어요?"

라고 하지 않았을까?


7년도 되지 않은 일이 기억에 나지 않다니.

역시 대의를 위한 일은 아니었나보다.

그냥 즉흥적인!

나의 행동~


그러면서 그녀가 말한다.

"제가 울면서 화장실을 가면 꼭 따라오셨어요."

"그래 그건 나도 기억해."

"근데, 토닥여주시기도 했지만, 문을 두드리면서 울지 마. 뭐 그 딴 새끼 때문에 울어."

"울면 더 힘들어."

"그냥 전화 나한테 돌려. 내가 대신 받아줄께. 나 하는거 보고 배워."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내가 왜? 그랬을까?


나는 희한한 병이 생겼다.

여직원들이 뭔가 불이익이나 불공평한 상황에 처하면 나도 모르게 나서고 있다는 것을!

히어로병도 아니고,

그때부터 그녀는 내게 충성의 싹이 돋았다고 한다.

그래서 부르면 어디서든 나타난다.

강요가 아닌 의리.

나도 그렇게 존경하는 부장이 있다.

충성이 절로 생기는.


어떤 사건이든 결국은 사람으로 연결되는 듯하다.

늘 좋은 사람들과 일하고 싶다.

하지만, 나의 위와 같은 성격으로 늘 적이 만들어진다.

어쩔 수 없다고 생각은 들지만,

가끔은 나를 탓한다.

하지만 여전히 나는 그렇게 살고 있다.


"그래서 네가 이 자리까지 온 거야."

부대표님의 말씀에 한번 더 힘을 내보려 한다.


확실히 끈끈한 의리를 지키는 몇몇의 그녀들이 있으니. ^^


나는 그냥 그런 사람이다.

남을 위해서가 아니라

나를 위해서 행동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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