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brunch
110. all A를 받겠다던 중3 아들, 말하는 대로
직장맘 상담소(육아 편)
by
남세스
Jul 8. 2024
중3 아들이 기말고사 한 달 전 말한다.
"엄마, 나 왜 중2 때 공부 안 했을까? 했으면,
OO자사고도 갈 수 있고, OO외고도 넣어볼 수 있을 텐데."
영수는
평균정도
하는 아이고,
중학교 시험은 워낙에 변별력이 없다 보니 잘한다 못한다의 판단이 안 서는 단계라고는
하지만,
본인도
2학년 기말고사 결과가 아주 죽을 쑨 상태인지는 아는 모양이다.
중3에 본인 점수가 드디어 객관화가 되었다.
1년 전, 2학년 시험기간!
"공부 안 해?"
"어, 엄마 나 할 게 없어?"
"공부를 할 게 없다고? 설마.
"
신랑에게 말했더니,
"공부하는 법을 몰라서 그래. 공부하는 법을 알아야 공부를 하지.
"
우잉? 공부하는 법은 그냥 학교에서 알려준 대로 하면 되는 거 아닌가?
이건 또
뭔 말이야.
내가 진짜 저 두 남자 때문에 할 말을 잃었다.
튜터를 붙여 공부하는 법을 알려주잖다.
아~ 아~ 도대체 할 말이 생각이 나지 않는다.
과외도 아니고 공부하는 법을 알려주는 튜터라.
그냥 알아서 하게 내버려 두자. 결론 내리고 기다리기로 하였다.
역시나 2학년 성적은 폭망이다.
국영수가 그나마 A이고 으으음 나머지는 말을 아끼겠다.
"아들아 뭐 한 거야?"
"엄마, 나 팔도 부러지고 그래서 공부를 할 시간도 부족하고, 수행평가 점수도 낮고~ 블라블라"
"그래 , 다음에 잘해라."
이미, 엎질러진 물!
1년이 지나고,
갑자기 3학년 중간/기말고사는 잘 보겠단다.
중간고사는 2과목이니, 뭐 대충 보면 될듯하고,
기말고사가 문제인데,
all A, ㅎㅎ
대부분의 중3이 all A인지는 모르겠으나, 울 아들의 2학년 성적을 떠올려보면,
저건 좀 과하다 싶을 정도의 점수다.
"그래 아들아! 너는 할 수 있을 거야~"
"근데, 갑자기 왜? all A 받을 생각을 하는 거야?"
"엄마 말대로 자사고 한번 써보게~"
자사고는 보내면 좋은데, 울 아들이 갈 수 있을까? 의문문 투성이었다.
하지만 이 녀석이 전교회장이 되고, 주변에서 그래도 넣어바.
가까운데 좋은 곳 많은데 왜? 시도도 안 해?
내 귀는 이미 팔랑거리고 있었다.
팔랑귀 아니랄까 봐.
아들에게 자사고를 넣어 보는 것이 어떠냐고 몇 번 말을 했었다.
아들은 신경을 쓰고 있었다.
"그래 그럼 한번 써보자.
"
"경험 삼아해 보고, 안되면 그냥 가까운 고등학교 가면 되는 거지 뭐.
"
결심은 했다.
엄마가 결심할 일은 아니지만, 엄마인 내가 결심했다.
그랬더니, 말 그대로 결과를 턱 하니 보여준다.
시험지를 잔뜩 들고 와 어디가 틀렸고,
엄마 한번 풀어보라 하고,
밥 먹다가 말고 관련된 얘기가 나오면
신라시대에 엄마 말이지, 라며 술술 외운 것을 읊는다.
역사 시험 보기 전날은 갖고 있는 문제집을 다 풀었으나,
전에 다니던 학원에 문의해서 문제집을 더 구해줄 수 있냐고 한다.
바로,
학원 원장에게 전화해서
문제집을 얻어다 주었다.
학원에서 자체 제작한 문제집이었다.
너무 고맙고 감사한 일이다.
아 코미디~
코미디가 따로 없다.
2학년 폭망, 3학년 all A로 자사고를 갈 수 있을지,
가서 얼마나 잘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못 가면 어떤 선택을 할지.
뭐 근데 이게 시작이다.
어떻게 될는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 하지만 자발적으로 동기부여가 된다니, 매우 뜻깊은 일이다.
아들아!
말하는 대로 해보자.
keyword
자사고
공부
육아에세이
12
댓글
2
댓글
2
댓글 더보기
브런치에 로그인하고 댓글을 입력해보세요!
남세스
직업
회사원
직장인, 이제 내가 하고싶은거 해도 되는거 아니야? 하고싶은걸 지금 찾기 시작했다. 나를 브랜딩하고 싶다. 김이 들어간 라면도 만들고 싶다.
구독자
174
제안하기
구독
작가의 이전글
106. 행복하단 말을 입에 달고 사는 법!
111. 50세 퇴사예정, 퇴사준비기, 월 500만들기
작가의 다음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