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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세스 Jul 08. 2024

110. all A를 받겠다던 중3 아들, 말하는 대로

직장맘 상담소(육아 편)

중3 아들이 기말고사 한 달 전 말한다.

"엄마, 나 왜 중2 때 공부 안 했을까? 했으면,

OO자사고도 갈 수 있고, OO외고도 넣어볼 수 있을 텐데."

영수는 평균정도 하는 아이고,

중학교 시험은 워낙에 변별력이 없다 보니 잘한다 못한다의 판단이 안 서는 단계라고는 하지만,

본인도

2학년 기말고사 결과가 아주 죽을 쑨 상태인지는 아는 모양이다.

중3에 본인 점수가 드디어 객관화가 되었다.


1년 전, 2학년 시험기간!

"공부 안 해?"

", 엄마 나 할 게 없어?"

"공부를 할 게 없다고? 설마. "

신랑에게 말했더니,

"공부하는 법을 몰라서 그래. 공부하는 법을 알아야 공부를 하지. "

우잉? 공부하는 법은 그냥 학교에서 알려준 대로 하면 되는 거 아닌가?

이건 또 뭔 말이야. 

내가 진짜 저 두 남자 때문에 할 말을 잃었다.


튜터를 붙여 공부하는 법을 알려주잖다.

아~ 아~ 도대체 할 말이 생각이 나지 않는다.

과외도 아니고 공부하는 법을 알려주는 튜터라.

그냥 알아서 하게 내버려 두자. 결론 내리고 기다리기로 하였다.


역시나 2학년 성적은 폭망이다.

국영수가 그나마 A이고 으으음 나머지는 말을 아끼겠다.


"아들아 뭐 한 거야?"

"엄마, 나 팔도 부러지고 그래서 공부를 할 시간도 부족하고, 수행평가 점수도 낮고~ 블라블라"

"그래 , 다음에 잘해라."

이미, 엎질러진 물!


1년이 지나고,

갑자기 3학년 중간/기말고사는 잘 보겠단다.

중간고사는 2과목이니, 뭐 대충 보면 될듯하고,

기말고사가 문제인데,

all A, ㅎㅎ

대부분의 중3이 all A인지는 모르겠으나, 울 아들의 2학년 성적을 떠올려보면,

저건 좀 과하다 싶을 정도의 점수다.


"그래 아들아! 너는 할 수 있을 거야~"

"근데, 갑자기 왜? all A 받을 생각을 하는 거야?"

"엄마 말대로 자사고 한번 써보게~"


자사고는 보내면 좋은데, 울 아들이 갈 수 있을까? 의문문 투성이었다.

하지만 이 녀석이 전교회장이 되고, 주변에서 그래도 넣어바.

가까운데 좋은 곳 많은데 왜? 시도도 안 해?

내 귀는 이미 팔랑거리고 있었다.

팔랑귀 아니랄까 봐.

아들에게 자사고를 넣어 보는 것이 어떠냐고 몇 번 말을 했었다.

아들은 신경을 쓰고 있었다.


"그래 그럼 한번 써보자."

"경험 삼아해 보고, 안되면 그냥 가까운 고등학교 가면 되는 거지 뭐. "

결심은 했다.

엄마가 결심할 일은 아니지만, 엄마인 내가 결심했다.


그랬더니, 말 그대로 결과를 턱 하니 보여준다.

시험지를 잔뜩 들고 와 어디가 틀렸고,

엄마 한번 풀어보라 하고,

밥 먹다가 말고 관련된 얘기가 나오면

신라시대에 엄마 말이지, 라며 술술 외운 것을 읊는다.

역사 시험 보기 전날은 갖고 있는 문제집을 다 풀었으나,

전에 다니던 학원에 문의해서 문제집을 더 구해줄 수 있냐고 한다.

바로,

학원 원장에게 전화해서

문제집을 얻어다 주었다.

학원에서 자체 제작한 문제집이었다.

너무 고맙고 감사한 일이다.


아 코미디~

디가 따로 없다.

2학년 폭망, 3학년 all A로 자사고를 갈 수 있을지,

가서 얼마나 잘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못 가면 어떤 선택을 할지.


뭐 근데 이게 시작이다.

어떻게 될는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 하지만 자발적으로 동기부여가 된다니, 매우 뜻깊은 일이다.


아들아!

말하는 대로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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