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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세스 Sep 16. 2024

115.시어머니와 시댁식구 14명, 오키나와를 가다.

직장맘 상당소(가족 편)

시댁식구 포함 우리~

시어머니

첫째네(우리, 아들 2) 나이는 중3, 초5

둘째네(부부, 아들 3) 취학아동

셋째네(부부, 딸 1, 아들 1) 학1 미취학1

합하면 14명이다.


10년 전에 혼자가 되신 어머니는 어느 날 추석에 가족여행을 가자고 제안하시고 우리는 모두 흔쾌히 오케이 했다.

물론 나는 겉으론 완전

속으로는 반의 반만 흔쾌히.

신랑이 너무도 원했기 때문에.

그래 그냥 가자.

가서 다 같이 놀.


추석에 시댁식구들과 가족 여행 이번이 4번째이다.

코로나시국에는 갈 수가 없었고,

일본, 태국, 베트남 3번 다녀왔고,

이번에도 일본이다.

4번 다 간 것은 우리 가족뿐이고 사정이 있어 둘째네와 셋째네는 못 왔었다.

신랑이 계획을 세우지 않으면 움직이지 않기에 13명이 신랑만 바라보고 있다.

이번 여행지도 아이들의 나이를 고려해 키즈수영장이 있는 가까운 오키나와 리조트 다.


작년 베트남 여행에서 내년에는 첫째가 중3이라 못 갈건 같다 운을 띄웠으나, 첫째 아들이 계속 함께 가고 싶다는 의사를 표현했기 때문에 이번에도 모두 함께할 수 있었다.

스페인 여행 한 달 후라 오키나와는 쉴 수 있는

쉬는 거면 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생각은 여행의 끝에 바뀐다.


우리의 키맨인 신랑

추석이 시작되기 전 금요일 오전 9시 비행기를 티켓팅했다.

아들이 중3이란 사실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 모양이다.

아들은 말한다.

"하교하고 가야지."

아빠는 말한다.

"뭐? 학교를 간다고? 체험학습 신청서 내면 되는 거 아니야?"

"아빠, 나 그날 수행평가 3과목이나 있어."

"학교 가야 해요."

"아니 왜 진작에 말 안 했어?"

"얘기 안 해주셨잖아요."

"학교 빼고 가자."

"안 돼요."


나는 해외 나가기 3일 전에 폭풍 검색을 했다.

아들만 안가거나

나와 아들이 둘 다 다음날 가거나

아예 안 가거나

세 가지의 선택권이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두 개를 수백 번 새로고침을 하다 보니

매크로가 의심된다며 5자리 숫자를 입력하라는 메시지도 수도 없이 받았다.

지성이면 감천이라.

목요일 10시 회식 마치고 집에 가는 길에~

토요일 발 비행기 2 좌석을 잡았다.

가면 된다.

둘이 오붓하게.


어찌 되었던 우여곡절 끝에 여행을 간다.


토요일

4시 반 기상!

아들 뒤를 따라 열심히도 전철을 타고 인천공항 2 터미널로 무사 안착!

수많은 인파 속에서 겨우겨우 안면인식 스마트패스를 이용해 세이빙 하듯 비행기를 탔다.

 전철을 놓치는 바람에 벌어진 일이다.

ㅎㅎ 게으름뱅이 2명이 움직이니 그럴만하다.

그래도 첫차 다음차를 탔다.

대단한 움직임이다.


즐거울 줄 알았다.

재미있을 줄 알았다.

나는 딱 10년 전에 이곳에 왔었다.


하지만

생각보다 즐겁지만은 않았다.

아이들이 너무 어려 우리 아이들과 눈높이가 달랐으며,

리조트가 너무 어린아이 위주였다.

앵무새와 동물 가족들!

신랑과 둘이 다른 가족 챙기느라 정작 둘째는 못 챙겼다.

마지막날밤 둘째가 그런다. 수영장에서 작은 아빠랑 작은 엄마들은 아이들과 놀아주는데

엄마랑 아빠는 자기랑은 안 놀아준다며 볼멘소리~

나는 그제야 둘째와 수영장을 가  1시간을 놀아주었다.

10시 끝날 때까지.


근데 그때부터 왠지 모르게 기분이 상하기 시작했다.

여행 와서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첫째 아들은 방에서 잠을 많이 잤.

미없단다.


책임감 강한 신랑은 이거 저거 사다주기에 바빴, 운전하기, 식사 장소 예약하기, 장 주기.

13명의 매니저도 아니고!

나도 내 일이라 생각하며 려했다.

아니 우리 것 하면서 한번 더 하면 되지.

내 것 사면서 몇 개 더 사면된다고 생각했다.


특히, 둘째가 너 즐거워했으므로


이 모든 것을 상쇄해보려 했으나,

역시나, 기분이 상한다.

그만 다녀야겠다.


첫째는 내년부터는 안 간다고 한다.

나는 재차 의사를 물었다.

왜냐하면 첫째 아들이  가면

나도 못 가고

그러면 여행의 설계자인 우리 신랑이 못 가기 때문이다.

여행 자체가 성립되지 않을 수도 있다.

바라는 바이긴 한데,

어머니가 너무 아쉬워하신다.

어머니는 첫째 손주에게 묻는다.

"내년에는 평일 말고 주말을 이용해서 출발하자."

"할머니 안 가도 괜찮아요."

나는 거든다.

"어머니 이제 고1이라 힘들 거 같아요."


우린 여행을 그만 다녀도 될만하게 많이 다녔다.


우리 이제 그만 다니자.

아들도 고1이 되고.

여행으로 일상 발란스도 무너지고.

본인이 안 간다는데

이제 우리 여행이건

시댁 여행이건 그만하고 싶다.

 

쉬고 싶단다.


여행 후 신랑과 30분의 대화 후 당분간 여행은 심사숙고하기로 했다. 


나도 여행이 좋지만,

집에서 편히 쉬고 싶은 마음이 더 강하다.


그리고

자꾸만 울 엄마 아빠가 생각난다.

여행이 아니라도 좋은것들 많이 보여드려야 겠다.


어휴, 신난 둘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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