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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세스 Nov 01. 2024

122. 23년차 직장맘으로 산다는 것 feat.아들둘

직장맘 상담소(나 편)

여행스케치의 '산다는 건 다 그런 게 아니겠니" 란 노래가 있다.


산다는 건 다 그런 게 아니겠니. 원하는 대로만 살 수는 없지만

알 수 없는 내일이 있다는 건 설레는 일이야, 두렵기는 해도

산다는 건 다 그런 거야. 누구도 알 수 없는 것


정말 좋아하는 노래다.

나의 얘기 같은 가사다.

서정적면서 따뜻하다.

들으면 들을수록 곱씹게 된다.


산다는 게 다 그런 워킹맘이란 생각을 해본다.


네이버에서 워킹맘의 뜻을 찾아보면,

워킹맘(직장맘) : 자녀가 있으면서 경제활동을 하는 모든 여성,

식당 등을 창업해 자영업을 하는 엄마들도 워킹맘으로 볼 수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직장에 취직해서 일하는 엄마들만을 의미하는 경우가 많다.

거기다 10살 미만의 미성년자를 키우고 있는 경우로 한정적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워킹맘이 뭔데? 워킹 대드는 왜 없는데?

워킹 대드는 그냥 직장인이 늘 남자였기 때문에 특별하지 않은 용어라고 생각해서

굳이 명명하지 않았겠지?

그냥 직장인이라고 통용되었을 테니까.


직장맘은 굉장히 부정적인 단어라고 생각했다.

직장을 다니면서 아이를 키우는 현실이 녹녹지 않다는 것을 누구보다 몸소 겪어보았기 때문이다.

15년 전까지만 해도 맞벌이에 대한 처우는 그다지 좋지 않았으니까

당연히 부정적인 의미로 많이 쓰였을 수밖에 없다.


반추해 보면,

아이가 어렸을 때는 육아를 도와줄 사람이 없으면 도대체가 문제 해결이 불가능했다.

아이가 신체적/정서적으로 아프거나, 학교에서 문제가 생겼거나, 괴롭힘을 당하거나

소풍을 가거나 등 워낙에 다양한 문제들이 동반된다.


아이들이 어느 정도 커서 초5, 중3이 되니 나의 고민은 이제 좀 변화되었다.

육아에서 교육으로 카테고리가 바뀌었고, 

진로를 함께 고민해야 할 시기가 왔다.

막연하게 직장인은 되지 라고 가볍게 말하던 때와는 그 마음가짐 자체가 다르다.

아이의 미래가 달려있다. 그러므로 신중하게 고민해줘야 한다.

진로는 알아서 찾겠지? 아니다. 이제는 서로 의논하고 아이가 관심 갖는 것에 대한

map을  함께 만들어야 한다.


레벨테스트를 통해 학원을 알아보고

입시설명회를 다니고

아이와 함께 다니기보다는 내가 먼저 학원을 가보고 아이에게 선택권을 주게 되는 매니저 역할이 된다.

뭔가 해방이 될 줄 알았는데, 나의 역할을 바뀌었을 뿐 해야 할 일은 늘 많다.


어쩜, 올해는 특히 중3 아이의 학교일로 바빠서 더 그런 듯하다.  

학부모 임원이 되면 서다.

그냥 최선을 다하면 되겠다 싶고, 하는 수 없이 했는데,

올해는 일이 많았고, 게다가 너무 열심히 했다.

열심히 했는데 내가 느낀 보람이 없었다면, 그건 시간 낭비이다.

내가 올 한 해를 시간 낭비 한 것 같다.


시간낭비라고 생각하는 이유가 뭘까?

아이의 진로를 고민하면서부터다.

자사고를 가겠다는 아이의 말에, 진로를 찾고 있다.

그냥 가까운 고등학교 진학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자사고는 얘기가 다르다.

그러면서, 나는 고민에 빠져버렸다.

아이의 진로를 찾으면서 나도 모르게 이입이 되어버린다.


나의 진로는?

내가 하고 싶은 거는?

나는 무엇을 위한 삶을 살았는지 돌아보게 된다.


기존에는 나를 잃어버린 것 같아 나를 찾아다녔는데,

지금은 현재의 나의 상황에 주저앉아버리려 한다.

3년 넘게 나를 브랜딩 한다는 명목하에 나에 대한 무언가를 찾아다녔고

어느 정도 이뤘다고 생각했는데 아닌가 보다.


대학 졸업해서 좋은 직장 갖고 결혼해서 아이 낳고 잘 사는 모습이 정답인 줄 알았고 

그게 아니라는 것을 깨달아, 책을 읽고, 일기를 쓰고, 코칭을 받고

내가 누군지에 대한 의문문에 대해 가까이 다가간 줄 알았는데

나는 다시 혼란이 생기고 고민이 된다.

어떤 삶을 살아야 할지에 대한.


계속 이 꿀맛 같은 월급을 받으며,

시키는 대로 하면서 사는 삶!

새로운 도전을 통해,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사는 삶!


결과는 불 보듯 뻔하다. 그냥 주저앉겠지.

그게 편한 건 너도 나도 모두가 안다.


이런 고민이 증폭이 된 이유는

중3 아들의 기말고사 시험 감독을 하기 위해 휴가를 내고

8;40~11:40분 동안 교실에 있는 아이들을 지켜보다가 갖고 온 감정 때문인 듯하다.

아이들에게

화이트 달라고 하면 주고,

화장실 가고 싶다고 함 동행하고,

질문하면 대답해 주고,

교실에 앉아 있으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나는 왜 여기에 앉아 있는 거지?

내가 저기 앉아 있으면 떨릴까?

시험 시작 20분 만에 엎어져 자는 아이,

나에게 질문만 3~4가지를 하는 아이

(동그라미 안에 까만 색칠을 좀 더 해야 할까요? 과목코드가 12가 맞아요?

한문이란 글씨를 썼는데 잘 보이세요?)

시험감독으로 가서 이렇게 많은 질문을 받아보다니, 난 선생도 아닌데~

한참을 속으로 웃었다.


아이들의 모든 모습에서 나는 주체할 수 없는 오만가지 생각에

머릿속이 폭발할 지경이었다.

왜?

왜?

왜?

대체 왜?

이유를 모르겠다.

이 복잡한 심정을~


학년이 올라가면 학교 설명회를 하고

그곳에 참여한 학부모들에게 자발적으로 시험감독을 요구한다.

대부분의 엄마들이 마다할 이유가 없다.

억지로라도 하게 된다.


휴가를 낸김에 자동차 점검을 하러 왔다.

오후 3시 정도 누가 돌아다니나 주변을 살펴본다.

내가 만약 이 시간에 집에서 놀고 있으면 무엇을 하고 있을까?

불현듯 두렵다.

나는 요즘에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는 나를 생각해 본다.


직장 다니면서, 아이들 일을 하나라도 놓칠까 봐 모두 참여하는 나인데,

만약에 일이 없이 그냥 아이들만을 위한 일을 한다면 나는 과연 만족할까?


입사 때부터 회사를 그만둔다고 노래를 부르던 내가,

혹시나 일이 없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는 건 아닐까?

내가 5년 안에 회사를 그만둔다고 하면서 10년까지 다니려는 마음을 먹은 건 아닐까?

나도 내 마음을 요즘에 모르겠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찾고 싶다고 해놓고는 회사에 나가게 되면 어찌 될까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고 있으니 말이다.


학교에 가면 나보다 나이 많은 선생님들도 많다.

세종시에 공무원들과 회의를 하러 가면 여즉 나보다 나이 많은 공무원들이 많다.

티비를 보면 여성들이 주요 직책에 앉아 자기 능력을 발휘하고 있는 모습에 대단함을 느낀다.


나는 왜?


지난 1년 학부모 임원으로 있던 나를 돌아보니 ,

휴가의 대부분을 아이 학교에 가느라고 썼다.

친한 엄마 2명에게 부회장과 감사를 부탁했으며 둘 다 전업맘이었다.

내가 회사일 때문에 못 오면 알아서들 한다고 했으나,

둘 다 내가 못 간다고 하면 너무나 불안해했기에 1번도 빠지지 않고 100% 참석율을 보였다.

나는 누구를 위해 이토록 열심히 학교를 들락날락하는 걸까?

우리 아들에게 뭐가 도움이 된다고?

결국엔, 잘하는 아이는 엄마가 이렇게 학교를 왔다 갔다 하지 않아도 알아서들 잘해주는데

나는 왜 여기서 이 짓을 하고 있는지 근본적인 의문이 들었다.

어쩜 쓸데없는 짓을 하고 있지는 않을까?

후회가 됐던 듯하다.


울 둘째가 학생회장이 된다고 해도 다시는 이런 감투를 쓰지 않으리라 마음먹었다.


이거 저거 심난한 기분을 오래간만에 두서없이 적어본다.


결국 아이 고민이라고 하지만

나에 대한 고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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