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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6. 아들아! 엄마가 가진 건 돈밖에 없잖아!

직장맘 상담소(육아 편)

by 남세스

육아를 도와주는 시어머님의 영향력 때문일까.

어머니는 연금을 380만 원을 받고 있는 정년퇴직을 한 초등학교 선생님이시다.

늘, 근검절약을 하시고, 함부로 돈을 쓰지 않으신다.

오히려 써야 할 일이 생기면 화끈하게 남에게 베푸신다.

그래서인지~

할머니와 0.5개월부터 함께한 둘째는

늘 돈 계산을 한다.

"너무 비싸지 않아?"

"사도 되겠어?"

"물론이지, 엄마가 이 정도는 사줄 수 있어. "

그렇지 엄마 연봉은 15억이니까.라고 장난스럽게 받아친다.


돈의 소중함을 아는 걸까?

아니면 아끼며 사는 것이 좋다는 것을 아는 걸까?

그냥 아무 생각이 없는 걸까?

진짜 뭘 알고 하는 행동인지 진심 궁금하다.


나의 어렸을 때는 반추해 보면,

나는 늘 사고 싶은 게 있었고, 항상 무슨 날을 기다렸다.

그날이 물욕을 채울 수 있는 기회의 날이니까.

끊임없이 엄마는 내게 옷과 가방 등을 사주셨다.


하지만 이 두 녀석은 그렇지 않다.


생일이 되면

"무슨 선물 사줄까?"

"선물 필요 없는데~ "

"왜? "

"사주고 싶어."

"아냐, 진짜 필요한 게 없어."

"대체 왜 필요한 게 없어?"

"다 있으니까."


나는 첫째가 중학생이 된 해부터는 생일선물을 사준 적이 없다.

멋도 내고 좋은 옷 좋은 신발이 사고 싶을 텐데.

신발이 더러워져 신발 좀 사자. 하면 "아냐 엄마 괜찮아."

올해 초에 사준 운동화가 농구하다가 찢어졌는데, 찢어진 채로 한 달은 신고 다녔다.

문제가 없단다. 신고 다니는 데. 오히려 운동화를 사러 가는 게 더 귀찮단다.

겨우겨우 설득해 ABC마트에서 나이키 운동화 하나를 사들고 왔다.


잘 빨아주기만 해도 될 텐데. 생각해 보니 울 아들 운동화는 한 달에 한 번도 안 빠는 듯하다.

이번 주말에는 운동화나 빨아줘야겠다.


중간고사가 끝나고 친구들과 가로수길로 쇼핑을 다녀온다고 학원을 결석한 날.

나는 한껏 기대했다.

좀 난다 긴다 하는 브랜드의 옷을 사 오겠지?

그래도 가로수길이잖아.

트렌디한 걸로 사 올 거야.

엄카를 주며 마음껏 사 오라고 했다.

"얼마까지 써도 돼?"

"너 하고 싶은 거 다 해."

"맘껏 지르고 와"


그는, 후후 결국 바지와 청난방을 하나 사 왔다. 그것도 에잇세컨즈에서.

굳이!!

가로수길까지 가서.

엄마 쿠키 좋아하니까. 친구가 추천해 줘서 사 왔어.

벤스쿠키다. ㅎ

오히려 벤스쿠키가 더 비싼듯하다.

옷보다.


둘째도 마찬가지다.

와플을 시킬라치면, "엄마 난 아이스티만 시켜줘."

"왜?"

"너도 와플 먹어"

"아냐 난 아이스티만"

"그럼 반반와플로 나눠 먹을래~"

"엄마 하나 다 먹고 싶은 거 아냐?"

"배 터지게 먹을 건 아니야. 맛만 볼 거야. 나눠 먹자."

"그럼 그럴래?"


첫째는 한 달 용돈 한도가 50만 원 둘째는 30만 원이다.

전적으로 먹고 마시는데만 사용하는 돈이다.

그래서일까?

굳이 욕심을 내지 않는 듯하다.

언제든 먹고 싶은 걸 사 먹을 수 있으니까~


나는 좋다.

어차피 나중에 한 번은 명품에 관심을 갖게 되어 있을 테니 어렸을 때는 대충 아무거나 막 입는 것도 좋다고 생각한다.


내 기억 속에 아들들이 뭔가 비싼 것을 산 것은

아이팟, 닌텐도, 농구화, 노트북 정도이다.


하지만

올해부터 와구와구 큰돈이 들어가고 있다.

첫째는 자사고 등록금에 학원비만 1년에 4천만 원 이상, 둘째는 키성장 약물과 학원비로 2천만 원 이상의 비용이 들어가는 거 빼고는.

아들들이 사용하는 비용은 적당하다고 생각는데~


다시 생각해 보니, 아들 둘에게 1년에 적어도 6천이 들어가고 있는 셈이다.

아무리 단발성이라고 해도. 몇 년만 버티면 된다고 해도.

적은 돈은 아니.

부담스럽다.

아이들이 돈을 더 쓴다고 하면 문제가 되겠구나. 싶다.


내가 돈을 벌어야 하는 이유는 100가지도 더 되겠구나.

적다 보니, 아들들이 결국 돈 먹는 하마구나. 결론이다.

아휴~

나는 내일도 출근을 해야겠다.

늘 그랬듯이.

내일은 뭐 입고 갈까~


퇴근이 퇴사가 되는 그날까지.

나는 우선 출근을 한다.


왠지 모를 슬픔이 밀려온다.

스멀스멀~~


그래도 아들들이 있어 행복하다.


벤스쿠키 from 가로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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