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맘 상담소(조직편)

2. 육아휴직시마다 난 딴 짓을 했다. 근데 늘 제자리걸음

by 남세스

(2009년 첫째 육아휴직날)


눈을 떴다.

꺅~~

폭신폭신 말랑말랑 샴푸향이 나는 내 침대 위다. 나는 회사를 가지 않아도 된다.

나는 자유다.

"행복해 죽겠다"란 생각을 정말 오랜만에 했다.


뒹굴뒹굴 한참을 뒹굴거리다 나는 주섬주섬 옷을 챙겨 입고

가까운 아울렛으로 향한다.

돈을 벌지 않는다는걸 몸이 아나보다. 백화점가서 100만원짜리 옷도 서슴치 않고 사던 내가 만원 이만원 짜리 매대위의 옷을 고르고 있다.

임신중에 무슨 비싼옷이 필요하랴


그리고 점심을 먹기 위해 집에서 마을버스로 2정거장 거리의 엄마집으로 향한다.

걸어갈만하다.

밥을 먹고 함께 탄천에서 운동을 하고 다시 나의 집으로 향한다.


(그리고....)

가끔은 조조 영화를 보기 위해 집을 나선다.

가끔은 서점에 들러 기웃거리다가 만화책을 사들고 나온다.

가끔은 친구를 만나 수다를 떤다.

그냥 내가 원하는 삶은 소소하게 즐기며 행복하게 사는거였다는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육아가 쉬웠다면 육아휴직이란 제도 자체가 없었겠지라고 생각이 들만큼 바쁘고 피곤하고 힘들다. 보람을 있을지언정 아이의 웃음에 정신줄을 놓을지언정 쉴틈없이 바쁘다.

내 시간을 만든다는 것은 상상에서나 가능한 일이었다.

육아에 대한 지식은 책이나 육아맘의 구전으로 익혔다. 그리고 엄마에게 많은 도움을 받아 육아 경험이란걸 난생 처음 해본다.

나도 엄마가 처음이니까.


시간은 생각한것보다 쏜살같이 지나간다.

앗! 하는 순간에 저만치 내 시간들이 타들어간다.


(복직을 해야하는 날이 다가온다. 휴직 6개월차 즈음)

'아직 승진을 못했는데, 도태되지 않으려면 복직이란걸 생각보다 빨리 해야겠지? '

'아니야 그냥 천천히~ 아이 2돌까지는 키워보자. '

'그래도, 동기들은 승진하는데, 나는 만년대리일 순 없잖아. '

란 생각을 하면서, 딴짓을 해야겠단 마음을 먹는다.

세무사를 준비하자. 약대 시험 준비를 위해 방통대 과정을 듣자. 중구난방으로 아무거나 될만한 자격증을 따려한다.

그러면, 우선 토익부터 시작하다. 오전에 아이 수유를 하면서 음악방송이 아닌 AFKN, 아리랑을 듣는다.

아이가 잠든 시간이 되면 온라인으로 교육을 받는다. 시험준비를 한다. 그리고 시험일정에 따라 계획을 세운다.


(복직을 해야하는 날이 다가온다. 휴직 9개월차 즈음)

회사에 복직한다고 전화를 해야하나?

어느 부서에 갈지도 모르는데 막연한 불안감이 엄습한다.

그리고 초조 불안 우울 가질 수 있는 부정적인 단어와 행동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난다.

엄마에게 조언을 구하면 "남둥아! 복직부터 해 엄마가 아이 돌바줄께.. 너의 삶도 중요하잖아. 승진해야한다면서, 동기들은 승진하고 있다면서" 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전적으로 도와줄테니 하고 싶은대로 하면된다고 말씀해주신다.


(결국 휴직 11개월차가 됐을때, 복직을 했다.)

세상에 나라를 잃어도 이것보다 더 슬프지 않을 것만 같다.

나는 다시 회사라는 지옥으로 출근을 한다. 지옥열차에 올라타고 출근을 한다. 1시간에 걸쳐 긴 여행을 떠난다. 그리고 다시 불행해짐을 느낀다.


육아휴직도 나에게 주어진 소중한 시간이다. 내가 할 수 있는 무언가를 해낼 수 있는 시간이다.

그래서 이왕이면 아이를 갖기 시작했을 때부터 육아휴직에 무엇을 할지를 고민해보길 바란다. 아이를 갖기전엔 아이 없음의 자유와 행복을 만끽하면 된다. 아이가 생기면서 몸의 변화가 생기고 마음도 달라진다. 이때 내가 하고 싶었던 것을 1년, 2년, 3년(요즘엔 육아휴직이 회사마다 차이가 있으니)을 어떻게 써야할지를 충분히 고민하길 바란다.

"쉬는 시간"도 좋다. 굳이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좋다.

하지만 회사를 정년까지 다닐 생각이 아니라면 돈벌이가 되는 취미를 만들라고 추천하고 싶다.

진로에 대한 상담을 해도 좋다.


나의 경우처럼 회사가 정말 죽기보다 다니기 싫은 사람들에겐 육아휴직을 알차게 보낼 수 있는 방법을 꼭! 아이가 생겼어요 라는 말을 들었을 떄부터 시작하길 바란다.


계획했던 2년의 육아휴직이 아닌, 11개월만 사용했기 때문에 나는 1년만에 승진을 했고, 육아휴직을 썼다면 더 늦어졌을거란 생각이다.

어찌되었던 자존감이 무너지지 않으려면 남들보단 앞서가지 못하더라도 따라는 가야하니까. 나는 최선의 선택을 했다고 본다.

게다가 둘째가 생긴다면, 나에겐 3년의 육아휴직이 더 남아 있다.


(2013년 둘째 육아휴직날)


3년이란 시간을 육아휴직을 쓰다니, 이것은 정말 축복이었다.

이미 11개월밖에 쓰지 않아 휴직에 목말라 있던 나는! 쾌재를 불렀고, 상상속에선 이미 하늘을 날아다니고 있었다.


(육아를 해야하는 아이가 2명이 되었어요. 3~4배 힘들어요)


하지만 둘쨰 육아휴직은 첫째아이의 육아와 함께 베이비까지 돌바야하는 더 큰 시련이 있었다.

오전에 잠깐 엄마가 둘째를 바주는 사이, 첫째 어린이집 등원을 시키고 둘째와 함께 독박육아가 시작된다. 둘째를 재우기 위해 잠 잘 시간에 맞춰 차에 태우고 몇바퀴 돌고오면 나는 2시간의 자유를 가질 수 있었다.

하지만 첫째가 먹을 음식을 준비하고, 빨래, 청소, 젖병소독, 쪽잠자기 등 해야할 것들이 산더미처럼 기다리고 있다. 나만의 시간을 갖기는 더 어려워진다.

첫째 어린이집이 끝나면 첫째아이 어린이집 하원에 놀이터 죽순이가 되고 엄마들과의 커뮤니티가 형성되고 세상세상 바빠진다.

이런, 하루가 순삭이다.


(2번째니까 계획적으로 하자. )


나는 이번에는 계획적인 육아휴직을 사용하고자, 대학원을 복학했다. 시간표를 화수목으로 몰아넣고 화수목은 아이를 시어머니와 엄마에게 번갈아가면서 맡기고 대학원을 다녔다.

대학원을 다니는 것까지는 좋았다. 하지만 내가 간 대학원은 경영대학원이었다.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는 돈주고 사는 학위.. 였다.

돌이켜 보면, 이때 심리학대학원을 다녔어야 했다. 내가 정말 무엇이 하고 싶은지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고 그냥 되는대로 한 결과였다.

그래서 그 학위는 나의 인사고과에 1.5점의 영광스러운 점수에만 남아있다. 겨우 1.5점 100점 만점에..


내가 그나마 잘한것은 첫째 1학년때 휴직 기간이 겹쳐 아이의 친구와 그 친구들 엄마와의 친분을 쌓아놓고 반대표 등을 하면서 만들어 놓은 커뮤니티이다. 아직도 그 친구들과 놀고 함께 농구수업을 듣고 정보를 교환한다. 이것은 내가 휴직을 하지 않았다면 얻지 못했을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2번째 육아휴직이라면, 계획을 세우지 못했다면 1년정도 몸 회복기간을 주고 나중에 쓰는 것을 추천한다. 아이가 초등학교 입학때나, 정말 아이가 나를 필요로 할 때가 바로 육아휴직 시기이다. 물론 나의 커리어와 맞춰 조율하는 것도 중요하다.


아이가 1학년때 휴직을 했다면 왠만하면 아이와 늘 함께 다니길 권장한다. 남자아이라면 더더욱! 1학년 친구가 결국엔 6학년까지 간다. 엄마의 관계 또한 그렇다. 1학년 때 알았던 관계로 6년을 거저 먹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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