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측할 수 없다면, 대응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혁신하지 않는 기업은 결국 사라진다.
엔비디아 CEO 젠슨 황이 강조했듯,
"기업의 영구적 생존은 보장되지 않는다(there are no companies that are assured survival)."
5단계는 더 이상 내부 효율로 외부에 맞서 경쟁하는 단계가 아니다.
외부와 연결하고, 협력하며, 생태계 전체로 확장하는 단계이다.
혼자 완벽해지는 것이 아니라, 어제의 경쟁자와도 함께 성장하는 구조를 만들 수 있는 것.
이것이 5단계의 본질이다.
앞에서 우리는 한 회사의 5단계 위기를 보았다.
판이 바뀌었다. 그것도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체계적 폐기를 하고 있었고, 신사업을 준비하고 있었지만, 준비가 완성되기 전에 판이 바뀌어버렸다.
지금껏 모든 고비를 넘겨 성장의 정점에 선 5단계로 성장한 조직들도 결국은 다시 같은 질문을 마주하게 된다.
판이 바뀔 때, 우리는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조직의 성장단계를 정립한 그라이너의 이론에 따르면, 5단계는 협력을 통한 성장(Growth through Collaboration) 단계다. 원래는 조직 내부의 협업 구조에 초점을 맞췄지만, 현대 경영학에서는 그라이너의 5단계를 외부 협력과 생태계 기반 경쟁까지 포함하는 형태로 확장하여 이해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현실의 많은 조직은 그런 이론적인 경로로 갈 수 있는 여유를 갖지 못한다.
산업의 판이 예고 없이 바뀌고, 사업 전환을 급하게 결정해야 하며, 당장 생존이 걸린 상황에 놓인다.
그래서 이 글에서는 5단계 조직이 작동하는 두 가지 방식을 살펴보려고 한다.
첫 번째는 그라이너가 말한 이론에 가장 부합한 이상적인 방식이다.
엔비디아의 성장 뒤에는 전략적 협력 구조가 있다. GPU 설계는 엔비디아가 하지만, 생산은 TSMC와 삼성에 맡기고, 메모리는 SK하이닉스와 협력하며, 클라우드는 Microsoft, Amazon, Google과 파트너십을 맺는다. 이를 통해 각 분야 최고의 파트너들과 함께 생태계를 구축한다.
혼자서 모든 것을 만들고, 모든 과정을 독식하지 않는다. 각 분야 최고의 파트너들과 협력해 생태계 전체를 설계하는 것이다.
이것이 그라이너가 말한 "외부와의 협력을 통한 성장(Growth through Collaboration and Alliances)"이다. 조직 경계를 넘어서며 부드럽게 확장해 가는 방식.
두 번째는 많은 조직이 마주하는 현실이다.
현실에서는 이론처럼 부드럽게 진화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산업 내 판도가 갑자기 바뀌거나 산업 자체의 판이 없어지기도 한다.
조직 내에서는 사업 전환이 급격하게 일어나며, 살아남아야 하는 절박한 과제를 안게 된다.
앞서 사례로 든 그 회사와 같이.
넷플릭스가 DVD에서 스트리밍으로 전환할 때 기존 산업은 그 자체가 도태되었고, 그로 인해 기존의 역량 중심의 구조를 해체하고 새로운 역량을 재배치하는 속도가 생존을 결정했다.
그나마 준비된 구조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실제 현실에서 5단계로 진입한 조직은 이 두 가지 가정을 모두를 준비해야 한다.
하나는, 엔비디아처럼 부드럽게 확장하며 성장하는 상황. 외부와 연결되고, 생태계를 만들며, 협력을 통해 지속 성장하는 조직. 판이 바뀌기 전에 이미 다음 판을 준비하고 있는 조직.
다른 하나는, 판이 급격히 바뀌어도 살아남아야 하는 상황. 사업 전환이 빠르게 일어나도 무너지지 않고, 무너져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조직.
어느 상황이든 중요한 것은 하나다. 조직이 살아남아야 한다.
어떤 파고가 와도 견딜 수 있는 조직. 무너져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조직.
이나모리 가즈오가 JAL 재건 당시 강조했던 것처럼, 조직이 살아남아야 후일을 기약할 수 있다.
그렇다면 그러한 생존력은 어디에서 나오는가?
조직을 실질적으로 움직이게 하는 구조가 있어야 한다.
평상시에 만들어둔 구조와 시스템. 그것이 위기를 견디게 만들고, 다음 성장을 가능하게 만든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가?
먼저 "판이 바뀌기 전"을 살펴봐야 한다.
위기는 예고 없이 오지만, 그 구조가 위기를 견디게 만든다.
그리고 그럼에도 판이 바뀌었을 때, 그때도 할 수 있는 일이 있다. 구조를 다시 그리는 것이다.
우선 판이 바뀌기 전, 평상시에 만들 수 있는 구조부터 살펴보자.
앞서 본 회사가 놓친 것은 "산업 내" 프레임에 갇혀 있었다는 것이다.
경쟁사 분석은 완벽했다. 2위와 3위의 합병 가능성, 신기술 도입 시점, 시장 점유율 변화. 모든 분석이 정교했다. 문제는, 그 모든 분석이 "산업 내"에만 집중되어 있었다는 것이다. OTT가 존재한다는 건 알았다. 하지만 그것이 "다른 산업의 일"처럼 보였다.
파괴적 변화는 대부분 산업 밖에서 온다.
경영학자들은 이를 "학습의 근시안"이라 부른다.
조직은 자신이 잘하는 것에만 집중하고, 새로운 가능성 탐색을 소홀히 하는 현상을 일컫는 것으로, 기존 고객에게만 집중하다가 파괴적 혁신의 기회를 놓치는 현상이 이에 해당한다.
그리고 외부 변화 감지가 조직 안에서 현실화되려면, 몇몇의 개인이 가지는 감각이 아니라 조직 안의 시스템으로 제도화되어야 가능해진다.
이것을 조직 안의 제도와 구조로 풀면 어떻게 될까?
이를 위한 대표적인 대안으로 다음의 세 가지를 보자.
첫째, 산업 경계 밖을 보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조직의 분석이 모두 "같은 산업 내 경쟁자"에게만 향하면, 정작 다른 곳에서 오는 변화를 놓친다.
의도적으로 "우리가 아닌 산업"을 보는 시간과 구조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분기마다 경영기획팀, 전략팀, HR이 함께 모여 "다른 산업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리포트하고 토론하는 세션을 정례화하는 것. 혹은, "10년 후 우리 산업은 어디에 있을까?" "지금 전혀 다른 산업에서 일어나는 변화가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줄까?" 이런 질문을 정기적으로 던지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둘째, 내부에 '이질적 시선'을 확보하는 것이다.
이전의 조직성장 단계에서는 산업 내 경쟁력을 더욱 높이기 위해, 동종산업 혹은 같은 업계에서만 경력을 쌓은 사람들의 영입을 선호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경우 같은 프레임으로 세상을 본다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
다른 배경을 가진 사람이 들어오면, 상대적으로 "이상한 질문"을 던지게 되는데, 바로 그 질문이 변화의 시그널을 포착하게 만드는 단초가 될 수 있다.
전체 신규 채용의 일정 비율을 다른 산업 출신으로 채우는 것. 이것은 단순히 다양성이 아니라, 조직 내부에 "다른 시선"을 확보하는 전략이 될 수 있다. 그들이 던지는 "당연하지 않은 질문"이 변화를 감지하는 센서가 되기도 한다.
셋째, 누군가는 '외부를 관찰하는 역할'을 의도적으로 분리해서 해야 한다.
모두가 내부의 업무에 집중하면, 외부 변화를 감지하거나 관찰할 사람이 없게 된다.
외부를 보는 것이 누군가의 명시적인 역할이 되도록 의도적인 분리가 필요하다.
가령, 전략기획팀이나 혁신팀의 역할을 재정의하여, 외부 트렌드 분석을 조직의 업무로 만드는 것. 혹은 다른 산업 리더들을 자문위원으로 초빙하여 정기적으로 간담회를 열고, 그들에게 "우리 산업을 외부자의 시선으로 보면 어떻게 보이는가?"를 묻는 것이다.
아마존은 "Day 1" 철학을 유지한다.
매일이 창업 첫날이라는 마음으로, 항상 외부를 경계하고 변화를 찾는다.
구글은 '20% 룰'이라는 창의 실험 문화를 통해, 직원들이 본업 외 프로젝트를 탐색하도록 장려했고, 그 과정에서 AdSense, Google News 같은 혁신이 탄생했다.
중요한 것은 "우리 산업의 경계가 어디인가?"를 계속 질문하는 것이 개인의 감각이 아니라 조직 시스템으로 작동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점진적 확장이 가능한 상황에도, 판이 급변하는 상황에도 모두 필요하다.
래리 그라이너가 5단계를 정의한 방식을 다시 보자.
"외부와의 협력을 통한 성장 (Growth through Collaboration and Alliances)" 5단계는 더 잘하는 게 아니다. 조직 경계를 넘어서는 단계다.
내부 효율 중심에서 생태계 기반 경쟁으로 이동하는 것이다.
5단계는 혼자 완벽해지는 단계가 아니며, 외부와 연결되는 구조를 만드는 단계라는 점을 이미 언급했다.
그렇다면, 이런 조직을 만들기 위한 구조는 무엇인가?
먼저 우리 조직이 지속적으로 끌고 갈 핵심 영역과 외부와 협력할 수 있는 영역을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 물론, 핵심과 비핵심을 구분하는 것은 사업 전략의 영역이다. 무엇을 직접 할 것인가? 무엇을 파트너와 할 것인가? 이것은 각 해당 부서, 사업부와 전략팀이 판단한다.
하지만 그 결정 이후에는 조직을 어떻게 운영하고 관리할지의 구조와 시스템의 설계 영역이다. 이러한 생태계 협력이 실제로 작동하려면 다음의 세 가지 구조를 갖추어야 한다.
첫째, 협업 역할을 구조화해야 한다.
파트너십을 관리하는 역할을 조직 안에 어떤 형태로 배치할지를 고려해야 사업적으로 의도한 성과를 가져갈 수 있다. 즉, Partner Manager, Alliance Director 같은 역할이 단순한 실무 담당자가 아니라 사업 성과에 책임을 지는 핵심 역할로 설계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런 조직 구조 안에서 이들의 성과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를 고려해야 전사의 성과를 누락하지 않고 관리할 수 있게 된다. 가령 내부 개발팀은 "개발 속도와 품질"로 성과를 관리해야 하지만, 파트너십 담당은 "협업 성과"로 관리되어야 하므로 성과관리 방식도 그에 맞게 정비되어야 한다.
둘째, 협업역량을 인정하는 체계와 제도들이 마련되어야 한다.
협업을 통해 성과를 낸 리더나 실무자가 있다면, 그 결과 역량과 성과를 어떻게 인정할지에 대한 고민을 구조에 담아야 한다.
하나는 협업으로 이루어낸 성과 자체이다.
즉, 파트너와 함께 달성한 매출, 프로젝트 성공, 시장 확대 등을 성과로 어떻게 인정할지가 평가에 반영되어야 한다.
다른 하나는 협업을 이끌어낸 역량이다.
"내부 인력만으로 해결했다"가 아니라 "최적의 방식으로 자원을 조합했다"는 것 - 이것은 중요한 조직 운영 역량으로 볼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이것을 평가 체계에 어떻게 반영할 것인가를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 예컨대 성과평가에는 '외부 협력을 통한 사업 성과'를 명시하고, 역량평가에는 '파트너십 관리 역량'을 항목으로 추가할 수도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평가 결과가 승진, 보상, 경력 개발로 이어지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단순히 내부 성과만 평가하는 기존 방식으로는 생태계 협력을 실제로 작동시킬 수 없다.
셋째, 외부 협력이 실제로 작동하도록 운영가이드 정비가 필요하다.
외부 인력과 내부 인력이 함께 일할 때에는 현실적인 난제들이 생긴다. 가령, 노동법 준수는 어떻게 할 것인가. 정보보안은 어떤 수준으로 관리할 것인가. 의사소통은 어떤 프로토콜로 진행할 것인가. 조직문화는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 등이 있다. 이런 것들을 외주니까 알아서 하겠지 하고 방치하면 협력은 혼란이 될 수 있다.
이를 위해 명확한 운영 가이드를 만들고, 법적 리스크를 최소화하며, 내부와 외부가 함께 일하는 방식을 제도화해야 한다.
물론 생태계 협력이 쉬운 것은 아니다. 의사결정 권한, KPI 불일치, 지적재산권 같은 현실적 난제가 있다. 하지만 그것을 피하려고 혼자 가려고만 한다면, 조직은 5단계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협력의 복잡성을 관리하는 것. 그것이 5단계의 과제다.
점진적 확장이 가능한 상황이라면, 평상시부터 생태계 파트너를 발굴하고 외부 협력 창구를 제도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장기적 관점에서 전략적 제휴를 맺고, 시간을 두고 관계를 쌓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판이 급변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면, 빠른 파트너십 구축 능력이 더 중요하다. 위기가 왔을 때 즉각 외부 자원을 활용할 수 있는 체계, 신속한 협업 의사결정 구조가 생존을 가른다.
어느 상황이든, 핵심은 그것을 실행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어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5단계는 혼자 완벽해지는 단계가 아니라는 것. 외부와 연결되는 구조를 만들고 실행하며 생존해야 하는 단계라는 점이다.
앞에서 본 회사가 예전의 영광을 다시 찾는데 어려움이 있는 이유는 새로운 성장동력의 타이밍 문제였다. 신사업을 준비하고 있었지만 제대로 시작할 준비를 하기 전에 기존 사업의 판도가 바뀌어버렸다.
조직성장 연구들을 보면, 5단계 위기의 상당수는 "신사업이 늦게 시작해서" 생긴다고 한다.
내부에서 신사업. 즉 미래 동력을 준비하고 있었지만, 준비가 완성되기 전에 판이 바뀌는 패턴이 반복된다. 신사업을 위기가 와서 시작하면 늦는다.
신사업이 "비상 대응"이 아니라 "일상 운영"이 되어야 한다.
사실 신사업이라고 해서 이것은 바로 "사업" 되는 것도 아니고, 또한 단순히 "새 사업부"를 만들고 끝나는 것이 아니다.
신사업은 미래 먹거리를 미리 준비하는 것이다. 판이 바뀌기 전에 다음 성장 동력을 키워두는 것. 그런데 많은 조직이 신사업을 기존 사업 안에서 키우려 하거나 혹은 시험 없이 바로 규모부터 키워서 시작하려고 한다.
그러나 그렇게 되면 신사업은 뿌리를 내리지 못한다.
왜 그런가? 기존 사업과 신사업은 운영 논리가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이다.
기존 사업은 효율과 안정, 실패 최소화, 프로세스 준수를 중시한다. 반면 신사업은 실험과 학습, 빠른 시행착오, 전환 속도를 핵심으로 한다. 만약 이 둘을 같은 구조나 규모로 관리하면, 기존 사업의 승인 절차가 신사업 속도를 막고, 분기별 평가가 실험을 좌절시키며, 리스크 기준이 도전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결국 신사업은 시들어버리고, 기존 사업의 땅에서는 새로운 씨앗이 자랄 수 없다.
그래서 분리가 필요하다.
《룬샷》의 저자 사피 바칼은 이를 "예술가 조직(Artists)"과 "군인 조직(Soldiers)"으로 구분했다.
예술가는 혁신적 아이디어를 실험하고, 군인은 기존 사업을 효율적으로 운영한다. 리더는 두 그룹 사이의 동적 균형(Dynamic Equilibrium)을 유지하는 정원사 역할을 해야 한다.
미래 먹거리가 뿌리내릴 수 있는 별도의 땅. 그것이 분리된 신사업 조직이다.
그렇다면 이런 구조를 만들기 위한 접근은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기존사업과 분리된 구조와 제도를 확보하는 것이다.
성숙기 사업과 신사업은 완전히 다른 논리로 작동하므로 같은 평가 체계, 같은 의사결정 구조로는 불가능하다. 물리적으로도, 시스템적으로도 분리되어야 한다.
신사업 조직은 기존사업과 물리적으로 다른 공간에 두고, 별도의 예산 체계와 평가 방식을 적용해야 한다. 의사결정 구조도 간소화하여 빠르게 움직일 수 있도록 한다.
예를 들어 구글은 X라는 별도 조직을 만들고, 신사업을 분기별 수익이 아닌 실험과 학습 중심으로 평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다음, 여러 개의 새로운 시도와 실험을 동시에 진행하는 것이다.
한 개 신사업이 아니라 최소 3개 이상. 대부분은 실패한다는 전제로. 어떤 것이 성공할지 미리 알 수 없다. 그래서 동시에 여러 개를 시도할 수 있어야 한다.
여러 개를 동시에 실험하고, 가능성 있는 것에 리소스를 집중해야 한다. 그래서 실패한 것은 빠르게 정리하고, 그 학습을 다음 실험에 적용하면서 실패와 성공을 빠르게 가르는 것이 필요하다.
에릭 리스(Eric Ries)는 『린 스타트업』에서 스타트업의 유일한 생존 전략은 누구보다 빠르게 배우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빠른 실행과 빠른 실패를 거듭해서 성공 확률을 높이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의사결정 주기를 짧게 가져가며, 본사의 승인 절차를 거치지 않고 신사업 리더가 직접 판단하도록 권한을 주어야 한다.
또한, 인력 일부를 미래에 의도적으로 배치하는 것이다.
신사업 경험 자체가 개인과 조직 모두에게 학습과 성장의 기회이기 때문에, 일정 부분의 인력을 신사업 조직에 배치하는 것은 비용이 아니라 투자로 볼 수 있다. 신사업 조직에서 경험을 쌓은 후 본사로 돌아오는 순환 구조를 설계하면, 축적된 지식과 노하우가 조직 전반에 공유될 수 있다.
또한, 신사업 실패가 개인 커리어에 불이익으로 작용하지 않도록 명시적 보호와 우대 정책을 마련함으로써, 구성원들이 신사업을 도전과 학습의 기회로 인식하도록 조직 문화를 조성할 수 있다.
다만, 이 과정에서 기존 사업 구성원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이를 위해 신사업 조직과 기존 조직을 명확하게 구분하고, 역할과 평가 기준을 따로 설계하며, 신사업 경험에서 얻은 학습을 기존 조직과 공유하도록 구조를 설계해야 한다. 그리고 기존 조직에서도 성장과 학습 기회가 충분히 제공되며, 평가와 보상이 공정하게 이루어진다는 점을 투명하게 커뮤니케이션해야 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신사업은 조직 전체의 성장과 학습에 기여하는 전략적 기회로 자리 잡을 수 있게 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실패를 학습으로 전환하는 조직 내 문화가 필요하다.
신사업의 상당수는 실패하지만, 문제는 이를 어떻게 다루느냐에 달려 있다. 실패를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면 구성원들은 신사업에 참여하기를 꺼리게 된다.
5단계 조직의 본질은 ‘현재를 운영하는 구조’와 ‘미래를 실험하는 구조’를 동시에 작동시키는 것이다. 이를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 물리적 분리, 평가 이원화, 인력 순환이다. 구조 없이는 신사업도 혁신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점진적 확장이 가능하다면 장기 호흡으로 신사업을 육성하고, 본사와 시너지를 창출하며 안정적으로 투자할 수 있다. 하지만 판이 급변하면, 빠른 피봇이 가능한 구조를 만들고, 본사와 독립적으로 운영하며 신속한 성과 평가와 재배치가 이루어져야 한다.
어느 상황에서든 핵심은 타이밍이다. 판이 바뀌기 전에 이미 다음 판을 실험하고 있어야 하며, 신사업은 위기 대응이 아니라 평상시 운영해야 할 구조임을 명심해야 한다.
판이 바뀌면 사업도 바뀐다. 그리고 사업이 바뀌면 인력도 바뀌어야 한다.
문제는 이것이 예정된 시나리오처럼 관리 가능한 변화로만 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마치 쓰나미처럼 감당할 수 없이 갑자기 몰려오는 경우가 현실에서는 더 자주 보게 된다.
앞에서 본 회사도 그랬다. 사업 재편이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었고, 평소 내부 인력에 대한 정확한 파악이 부족했다. 누가 어떤 역량을 가지고 있고, 어디로 이동 가능한지 깊게 파악하기도 전에 따질 틈도 없이 급하게, 원치 않는 조정까지 하게 되었다.
이것은 조직에서 마치 쓰나미를 맞이하는 것과 같다. 준비 없는 전환은 조직을 혼란에 빠뜨린다.
반대로 예정된 시나리오는 어떤 모습인가?
사업 전략과 인력 전략이 같은 리듬으로 움직이는 것이다.
사업부가 "내년에 A사업 축소, B사업 확대"를 논의할 때, HR도 함께 앉아 "그럼 인력은 어떻게 재배치할 것인가"를 동시에 준비한다. HR이 사업을 알아야, 인력 조정이 관리 가능한 전환이 된다. 사업을 모르면, 인력 조정은 항상 뒤늦게, 혼란스럽게 온다.
그렇다면 어떻게 준비할 수 있을까?
사업 전략 논의에 함께 참여해야 한다.
사업 포트폴리오 리뷰, 분기별 사업 회의. 여기에 경영진, 사업부장과 함께 HR 리더도 참석한다.
각 사업의 성장, 성숙, 쇠퇴 단계를 함께 파악한다. 사업 재편 결정이 나기 전에, 인력 시나리오를 이미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
"A사업이 변하게 되면 누구를 어디로 배치할 것인가?" "B사업이 확대되면 어떤 역량이 필요한가?" 이것을 사업 논의와 동시에 준비하는 것이다.
전사 인력을 투명하게 파악하고, 이를 데이터로 가지고 있어야 한다.
평소 조직과 인력에 대한 투명한 이해를 가지고 있어야 급변하는 상황이 닥칠 때 빠른 대응을 가능하게 한다. "누가 어떤 역량을 가지고 있는가?" "누가 어디로 이동 가능한가?" 이것을 실시간으로 알고 있어야 한다. 직무별, 역량별, 경력별로 전사 인력을 매트릭스로 가시화하고, 스킬 맵을 구축 하여 시나리오별 이동 가능성을 시뮬레이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시나리오별 인력 계획을 세워야 한다.
"만약 A사업이 축소된다면?" "만약 B사업이 급성장한다면?"
Best, Base, Worst 시나리오별로 인력 재배치 계획을 미리 시뮬레이션하는 것이다. 사업 변화에 따라 어떤 인력이 필요하고, 기존 인력을 어떻게 재배치할 것인지, 외부에서 어떤 역량을 확보할 것인지. 이것을 미리 계획해 두는 것이다.
점진적 확장이 가능한 상황이라면, 장기 인재 육성 계획을 세우고 사업 확장에 맞춘 단계적 채용을 진행하며 내부 인력 성장에 집중하는 것이 가능하다. 반면 판이 급변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면, 빠른 재배치가 가능한 유연성을 확보하고 시나리오별 즉각 대응 체계를 갖추며 외부 인력 확보 네트워크를 준비해야 한다.
어느 상황이든, 핵심은 가시성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사업 재편이 갑작스러운 위기가 아니라 관리 가능한 전환이 되도록 하는 것.
평소 조직과 인력에 대한 투명한 이해가 위기 시 빠른 대응을 가능하게 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5단계 조직이 성숙기에 접어들었다는 것은, 해당 사업의 성장 속도가 둔화되었음을 뜻한다.
내연적 확장이 활발하던 시기와 달리, 승진 기회는 제한적이고 임원 자리도 정해져 있다.
조직 내 수직적 성장도 함께 둔화되면서 구성원들의 내부 성장에 대한 동기가 줄어들고, 그에 따라 조직도 예전과 같은 활력이 줄어들게 된다.
이때 문제는 "위로 올라가는 것"만이 성장의 유일한 길이라는 인식으로 인해 대부분의 사람은 정체감을 느끼게 된다는 점이다. 여전히 임원이 될 수 있는 사람은 소수지만 그 외에도 다른 계층에서 연쇄적으로 위로 올라갈 수 있는 포지션이 줄어들면서, 내부 구성원들은 마치 본인들의 성장이 멈춘 것처럼 느껴지게 된다.
이 시기의 이탈은 바로 이런 "성장이 멈춘 것 같은" 데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여기서 더 이상 성장할 수 없다면, 내가 성장할 수 있는 다른 곳으로 가야겠다."
이것이 5단계 성숙기 조직의 딜레마이다.
하지만 성장은 위로만 가는 게 아니다.
옆으로, 깊이, 넓게 성장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 수 있다.
관리자가 되지 않아도 성장하는 길. 임원이 되지 않아도 인정받는 길을 제도적으로 열어주어야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구현할 수 있을까?
여러 개의 성장 경로를 만들어야 한다.
과거에 소위 H자형 인재, T자형 인재 등이 소위 대기업에서 많이 선호되던 인재 유형이라면, 이제는 다양한 방향으로 전문성과 영향력을 확장할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특정 분야에서 깊이를 쌓아 전문가 경로로 성장할 수 있고, 여러 프로젝트를 가로질러 경험을 넓히며 조직 내 영향력 경로를 만들어갈 수도 있다. 또 다른 선택지로는 조직 밖 협업과 외부 활동을 통해 사회적 평판과 네트워크 경로로 인정받는 길도 마련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경로가 모두 제도적으로 명확하게 설계되어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승진이나 임원 직책만이 유일한 성공 척도가 아니라, 개인이 선택한 성장 경로에서 충분히 인정받고 보상받을 수 있어야 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구성원들은 자신의 강점과 관심사에 맞는 방향으로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
한 사람이 여러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개방하는 것이 필요하다.
본업 외에 다른 역할을 추가로 수행하고, 그것을 별도로 평가하고 보상하는 것.
예를 들어, 개발자가 사내 강사 역할도 하거나, PM이 신사업 TF 리더도 맡는 식이다.
본업 외에 사내 강사, 멘토, 신사업 TF 참여 등 여러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하고, 각 역할에 대해 별도 평가와 보상을 제공하면서 회사 안에서도 다방면에서 기여할 수 있는 길을 터 주는 것이다.
조직을 늘릴 수 없더라도, 프로젝트를 통해 다양한 성취와 리더십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
정규 업무 외 프로젝트 참여와 다양한 역할 경험을 통해 구성원들은 본업을 넘어 리더십과 전문성을 동시에 쌓을 수 있다.
점진적 확장이 가능한 상황이라면, 이러한 경험을 기반으로 장기 전문성을 축적하며 내부 성장 기회를 확대하고 안정적 경력 경로를 제공할 수 있다. 반대로 판이 급변하는 상황에서는, 다기능 인력을 육성하고 빠른 역할 전환이 가능하도록 유연한 배치와 전환 체계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어느 상황에서든 핵심은 성장의 다양성이다.
성장은 단순히 위로 향하는 것이 아니라, 옆으로, 깊이, 넓게 확장될 수 있어야 한다. 조직은 이러한 구조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함으로써, 구성원이 각자의 강점과 관심사에 맞춰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어야 한다.
앞에서부터 봐온 조직성장 1~4단계는 대부분의 조직이 실제로 겪는 성장 경로이다. 실제로는 조금씩 각 성장단계가 오버랩되는 구간이 있더라도 대부분의 경로는 지나오는 과정에 해당한다.
즉, 창업과 기술 중심 성장(1단계), 리더십 위기와 제도 도입(2단계), 위임과 통제의 긴장(3단계), 조정과 관료화(4단계)로 이 모든 과정의 조직들은 현실에서 관찰되고 예측이 가능하다.
하지만 5단계는 다르다. 대부분의 조직이 도달하는 경험을 갖기 못할 수도 있다.
왜 그런가?
이론적으로 그라이너가 말한 "협력을 통한 성장"은 극도로 높은 조직 성숙도를 전제하기 때문이다.
문화, 리더십, 역할, 보상, 의사결정 기준 - 거의 모든 조직 요소가 동시에 업그레이드되어야만 작동한다. 하나라도 부족하면 쉽게 무너진다.
실제로 5단계에 완전히 도달하는 조직은 드물다. 구글, 넷플릭스, 아마존. 이 회사들이 자주 "5단계의 예"로 언급되지만, 여기서 현실적인 중요한 사실은, 이 조직들조차 시간이 지나면 다시 관료화와 통제를 강화한다는 점이다.
초기에 극도의 자율성과 협업 문화로 유명했던 조직들도, 최근 5년간 중간관리직이 확대되고 규정이 강화되었다. “자유와 책임” 문화를 강조하면서도, 사업 확장 후에는 역할과 직무가 명확해졌고, 팀 자율성을 강조하면서도, 동시에 KPI 압박과 프로세스 강화가 공존한다.
즉, 5단계는 잠깐 지나가는 상태(state)이지, 영구적 구조(structure)가 될 수 없다.
조직이 커질수록 보고체계, 승인체계, 예산절차가 생기게 마련이다. 안정적 운영을 위해 규칙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5단계는 성장하면 할수록 유지가 어려운 구조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5단계를 포기할 수는 없다. 5단계가 제시하는 방향—외부와의 연결, 협업 기반 자율, 생태계 확장—은 살아남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완벽한 5단계에 도달하는 것이 아니다. 핵심은 5단계의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점진적으로 확장하는 상황이든, 판이 바뀐 상황에서 생존해야 하든, 이 구조는 모두에게 필요한 것이다.
대부분의 조직은 어디에 있을까? 3~4단계 사이, 위임과 조정, 자율과 통제, 혁신과 안정 사이에서 흔들리고 있다. 완전한 5단계로 이동하는 조직은 극히 드물며, 설령 도달한다 해도 오래 머무르지 못한다. 하지만 그 방향을 향해 구조를 설계하는 것. 그것만으로도 조직은 달라진다.
5단계 조직에는 독특한 특징이 하나 더 있다. 한 조직 안에 여러 성장 단계가 공존한다는 점이다.
단순히 "사업이 여러 개"라는 뜻이 아니다. 서로 다른 성장 단계의 조직들이 하나의 회사 안에서 동시에, 각자 다른 논리로 작동한다는 것이다.
왜 이렇게 복잡하게 가는가? 5단계 조직은 한 가지 속도로만 움직일 수 없기 때문이다.
성숙기 사업은 효율을 추구한다. 느리지만 안정적이다.
성장기 사업은 속도를 추구한다. 빠르지만 불안정하다.
탐색기 사업은 학습을 추구한다. 실패해도 괜찮다.
이 세 가지를 하나의 평가 체계와 조직 구조로 관리하려는 것은 각 사업의 성공을 어렵게 할 것이다.
실제로 엔비디아 사례를 보면, 기존 GPU 사업을 성숙기에 유지하며 효율 중심으로 수익을 창출한다. 동시에 AI 칩 사업은 빠르게 확장하며 신규 고객 확보와 시장 점유율 확대에 집중한다. 또 다른 한편으로 자율주행, 메타버스 등 탐색기 프로젝트도 운영된다. 아직 수익은 나지 않지만, 가능성을 찾는 것이 목표다. 이처럼 세 가지 단계가 하나의 조직 안에서 동시에 작동한다. 각각 다른 조직 구조, 문화, 평가 방식이 필요하다.
이것을 경영학에서는
"양손잡이 조직(Ambidextrous Organization)"이라고 부른다.
한 손으로는 기존 사업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고, 다른 한 손으로는 새로운 기회를 탐색한다. 핵심은 이 두 가지를 분리하되 연결하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5단계는 성장의 종착지가 아니라, 서로 다른 성장 속도와 단계를 가진 조직이 공존하는 복합 생태계다.
중요한 것은 5단계 조직은 단일 구조가 아니라는 것. 성숙기, 성장기, 탐색기가 하나의 조직 안에서 공존하며, 각각 다른 구조와 시스템을 필요로 한다. 리더와 HR의 역할은 이 복잡성을 관리하는 것이다. 한 손으로는 안정을, 다른 손으로는 혁신을. 이것이 5단계 조직의 현실이다.
이것이 5단계의 진짜 어려움이자 성숙한 조직으로써 직면하게 되는 도전과제이기도 하다.
판이 바뀌기 전에 준비하는 것이 최선이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준비가 부족한 상태로 전환기를 맞이할 때가 더 자주 있게 된다.
이미 판이 바뀌었고, 지금의 구조로는 더 이상 버틸 수 없다고 판단했다면...?
그렇다면 끝인가? 아니다.
이때도 할 수 있는 일이 하나 있다. 바로 구조를 다시 그리는 것이다.
물론 이것은 Plan A(평상시 준비) 보다 훨씬 어렵고 고통스럽다.
조직에 큰 충격이 가해질 것이고, 혼란과 저항이 따르게 된다. 하지만 살아남기 위해서는 해야 한다.
전환기에 조직이 할 수 있는 일은 크게 세 가지이다.
첫째, 사업 포트폴리오 재구성
둘째, 조직 체계 리셋
셋째, 빠른 학습 사이클
먼저 사업 포트폴리오의 재구성이 시작된다.
성장하는 사업, 유지할 사업, 정리할 사업을 구분하고, 그에 따라 자원을 재배치한다.
핵심은 단순한 “축소”가 아니라 재배치다. 어디를 줄이고, 어디를 키우며, 인력을 어떻게 이동시킬 것인가가 조직의 미래를 결정한다.
대표적으로 마이크로소프트의 전환기를 볼 수 있겠다.
Nadella는 취임 직후 Nokia 모바일 사업의 실패를 인정하고 18,000명 규모의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동시에 조직의 무게중심을 클라우드와 구독 기반 소프트웨어로 옮겼다. 사업 방향이 바뀌면 조직 구조도 따라 바뀌어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다.
어느 사업에 인력을 집중할 것인가, 어떤 역량이 필요한가, 내부 인력을 어떻게 재배치할 것인가.
이것이 전환기의 핵심 과제다.
두 번째는 기존 조직 체계와 인사 시스템의 리셋이다.
전환기에는 기존 조직 체계와 인사 시스템이 새로운 사업에 맞지 않을 수 있다. 이때는 용기 있게 리셋해야 한다. 직급, 평가 체계, 보상 구조, 승진 경로. 기존 것을 고치는 게 아니라, 다시 설계하는 것이다.
피터 드러커는 이것을 "체계적 폐기(Systematic Abandonment)"라고 불렀다.
본래 드러커가 제안한 것은 사업 차원의 이야기였지만, 여기서는 조직 체계와 인사 시스템에도 같은 원리를 적용해 볼 수 있다. 즉,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 것을 정리하는 용기. 새로운 사업에는 새로운 구조가 필요하다.
과거에 성공했던 방식이 미래에도 통한다는 보장은 없다. 전환기는 구조를 다시 그릴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세 번째는 빠른 학습 사이클을 구축하는 것이다.
전환기의 가장 큰 위험은 ‘틀림’이 아니라 ‘느림’이다.
전환기 이후 조직이 살아남으려면 빠른 결단과 빠른 회복이 필요하다. 즉, 빠른 학습 사이클이 있어야 한다. 실패를 빠르게 인정하고, 방향을 빠르게 전환하는 것.
넷플릭스의 Qwikster 사례를 보면, 2011년 DVD와 스트리밍 서비스를 분리하겠다고 발표했다가 거센 고객 반발에 부딪혔고, 발표 3주 만에 계획을 철회했다.
빠르게 실패를 인정하고, 빠르게 배웠다. 그리고 다시 일어섰다.
전환기에는 불확실성이 높기 때문에 모든 결정이 옳을 수 없다.
중요한 것은 틀렸을 때 빠르게 인정하고 방향을 전환하는 조직 문화다. 실패를 숨기는 문화가 아니라, 실패에서 배우는 문화. 이것이 전환기를 견디는 조직의 복원력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전환기 재설계는 이미 위기 상황에서 이루어지는 것이고, 재설계 과정에서 조직에 깊은 상처를 남기는 것이다. 불확실성, 불안, 신뢰의 훼손이 뒤따를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결국 판이 바뀌기 전에 대비하는 것, 즉 평상시의 구조 설계에 집중해야 한다.
이것이 5단계 조직의 진짜 과제인 것이다.
앞서 우리는 한 가지 질문을 던졌다.
왜 성공이 족쇄가 되었는가? 완벽하게 설계된 시스템이 왜 조직을 가두는가?
이번 글에서 우리는 그 답을 찾아보았다.
산업 프레임을 넓히고, 생태계로 확장하며, 신사업을 미리 돌려두고, 사업과 인력을 같은 리듬으로 움직이게 하고, 성장 경로를 수평으로 여는 것.
이 모든 것이 하나의 메시지로 압축할 수 있다.
"생존하고 다시 성장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점진적 확장이 가능한 상황이든, 판이 급격히 바뀌는 상황이든, 결국 조직의 운명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는 평소에 어떤 구조를 만들어두었는가이다.
판이 바뀌기 전에 조직이 할 수 있는 것들은 많다.
외부를 바라볼 수 있는 산업 프레임 확장
조직 경계를 넘어서는 생태계 구조 구축
신사업의 상시 실험 체계
사업 전략과 인력 전략을 같은 리듬으로 묶는 구조
수평·심화·확장형으로 된 다방면으로의 성장 경로 설계
전환기를 맞이하더라도 조직은 구조를 다시 그리며 생존을 모색할 수 있다.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구성하고, 조직 체계와 인사 시스템을 리셋하고, 실패에서 빠르게 배우는 사이클을 만드는 것. 그것이 전환기에도 조직이 할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이때가 되면 이미 위기 상황에 대한 대응이 되고, 조직에 깊은 상처를 남기게 된다.
그래서 우리는 두 가지를 모두 준비해야 한다.
평상시의 구조 설계 (Plan A)과 전환기의 재설계 능력 (Plan B).
즉, 판이 바뀌기 전에 준비하는 것이 최선이지만 현실에서는 늘 예상치 못한 상황이 오기 때문에, 평상시뿐만 아니라 전환기에도 다시 그릴 수 있어야 조직이 살아남는다.
어느 상황이든, 핵심은 실행할 수 있는 구조를 그릴 수 있어야 한다.
5단계는 완성의 단계가 아니라 복합 구조를 운영하는 단계이다.
앞서 말한 "양손잡이 조직"을 모두 다른 리듬과 규칙을 두어가며 운영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고 운영할 수 있어야 한다.
판이 바뀌었을 때 어떤 영역을 지키고, 어떤 영역을 실험하며, 얼마나 빠르게 전환할 수 있는지는 실제 실행을 가능하게 하는 구조가 결정적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리더와 HR의 역할도 달라진다.
이제 필요한 것은 내부 관리가 아니라 다중 구조를 조율하는 설계 역량이다.
사업별 시계(Clock Speed)를 구분하는 감각.
핵심 사업과 신사업 간 자원 배분의 원칙.
탐색 기능을 보호하는 운영 구조.
새로운 실험을 예외가 아닌 '일상'으로 만드는 체계.
사업 주기 변화에 따라 사람과 역할을 지속적으로 재조정하는 구조.
5단계에서 조직의 경쟁력은 무엇을 하느냐보다, 서로 다른 리듬을 어떻게 조율하느냐에 가깝다.
다양한 단계가 공존하는 조직을 하나의 유기체처럼 움직이게 만드는 것, 이것이 5단계에서의 경영진과 리더, HR이 실행해야 할 핵심 과제이다.
우리가 Game Changer가 될지, Game Chased가 될지는 선택할 수 없다.
하지만 어떤 파고가 오더라도 생존하고, 다시 성장할 수 있는가는 우리가 설계한 구조에 달려 있다.
5단계에서 승부는 좋은 전략뿐만 아니라, 어쩌면 구조를 설계하고 운영하는 능력에서 갈리는 것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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