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도약기:5단계 ①게임체인저와 게임체인지 되는 자

"우리는 완벽했지만, 세상은 달라졌다"

by Serena

그때, 그 회사는 정말 완벽했다

당시 입사했을 때 가장 먼저 느낀 감정은 심지어 '경외감'마저 있었다.

그건 단지, 단일 사업으로 시작해서 연매출 1조 원이 넘고 시장 1위를 압도적 점유율로 선도하는 데서 온 것은 아니었다. 그 안에 있는 경영진과 리더들, 그리고 일하는 사람들에 대한 마음이었다.

회사 전체가 정예요원으로만 구성된 조직 같았다.

구성원들은 사내 카페에서 커피를 사다가도 눈빛이 마주치면 그 자리가 바로 토론장이 되었고,

경영진과 구성원, 리더 간 사담을 섞은 대화와 토론이 수평적으로 진행되고 있었다.

입사 후 내가 무언가를 개선하고 싶으면 "여기는 누구도 '하라, 하지 마라'를 하지 않을 것이다. 대신하겠다고 하면 열렬히 지원해 줄 것이다"라는 말을 들었다.

규모는 이미 대기업이지만 그동안 알고 있던 대기업의 문화가 아니었다.

부서 간 경계를 넘나들며 해결책을 찾고 문제해결을 하는 데 있어서 대화와 토론이 우선 진행되면,

행정절차로 인해 늦어지거나 중간단계에서 스킵되는 일도 없었다.

게다가 많은 구성원들이 오너에 대한 존경이 있었고, 경영진과 리더에 대한 신뢰가 쌓여 있었다.

그것은 권위에 대한 복종이 아니라, 오랜 시간 함께 성장해 온 역사에서 비롯된 진정한 존중이었다. 구성원들의 전문성도 세계 최고 수준이었다.

각자의 영역에서 10년, 15년, 20년을 쌓아온 사람들이었고, "우리가 이 분야에서 가장 잘한다"는 말은 허세가 아니라 사실이었다.

이쯤 되니, 솔직히 "이런 회사가 또 있을까?" 싶을 정도로 맘껏 열정을 펼치기에 이만한 낙원이 없다고 생각할 정도였다.


입사 후 2년 차 되었을 때에도 여전히 내부의 시스템, 기술력, 리더십과 경영자들의 스마트하고 격의 없는 모습에 시장에 대한 높은 이해력과 경영관리 능력으로 회사는 견고함을 가지고 안정적인 수익을 냈고 있었다.

당시 주된 관심사는 같은 산업 내에서 2위와 3위간 합병을 하게 될 경우의 시장점유율에 대한 관심사였지만, 그조차 크게 우려하는 분위기가 아니었다.

그런데 정작 위협은 당시 회의 주제도 아니었고, 가끔 회의에서 스쳐 지나가던 낯선 회사명에서 시작되었다.

그리고 모든 것은 예고하지 않으면서 꼭 한꺼번에 오는 것 같았다.


그해 말 환율 변동폭이 컸고 매출규모는 최대였지만, 회사는 환율 차이로 인한 손해를 크게 입었다.

그러던 중에 어느 회의에서 "해외에서는 OTT가 유행하기 시작한 서비스"라며 시급한 대응으로 여겨지지 않던 그 회사가 갑자기 성장한 것이었다.

지난해의 환율차이로 인한 엄청난 적자. 그리고 갑자기 등장한 전혀 새로운 시장.

경쟁이라고 부르기엔 경쟁 체급이 전혀 다른 대상인 그것.

우리가 만든 제품을 통하지 않고도 스마트폰과 태블릿으로 직접 스트리밍 하기 시작하면서 더 이상 우리 제품을 필요로 하지 않는 소비자 층이 빠르게 커지기 시작했다.


주력사업의 수요감소와 시장축소. 그것은 사업 전반을 흔들기에 충분했다.

캐시카우 역할을 하던 사업이 더 이상 자금력이 되어주지 못하는 것. 구조조정은 불가피했다.

동시에 다른 한쪽에서는 신사업을 빠르게 성장시켜야 했다.

회사는 이미 몇 년 전부터 신사업을 준비하고 있었지만, 주력 사업이 여전히 견고할 것이라 믿었기 때문에 충분한 투자 기간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였다. 신사업이 성장 궤도에 오르기 전에 기존 사업이 급격히 쇠퇴하기 시작한 것이다.

캐시카우가 쇠퇴하는 속도보다 신사업이 성장하는 속도가 느렸고,

자금이 부족해지면서 조직은 동시에 두 가지를 해내야 했다. 기존 사업의 빠른 구조조정과 신사업의 가파른 성장 곡선 만들기. 즉, 사업을 서서히 변경하는 것이 아닌, 빠른 태세로의 사업전환이었다.

완벽했던 협력의 리듬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불안했고, 미래가 보이지 않았다. "우리가 뭘 잘못한 걸까?" 많은 사람들이 자문했지만, 그들이 잘못한 것은 없었다.


우리는 여전히 우리가 하던 일을 완벽하게 하고 있었다. 단지, 세상이 더 이상 그것을 필요로 하지 않게 된 것뿐.

결국 변화는 경쟁의 문제가 아니라 판의 변화였다.

우리가 아무리 완성도 높은 제품을 만들어도,

그 제품이 필요 없는 세상이 오기 시작하면 싸움의 규칙 자체가 무너지는 것이다.


돌이켜 보면, 우리는 조직성장 이론에서 말하는 '5단계'에 진입해 있었다. 래리 그라이너(Larry Greiner)가 말한, 내부 협력이 완성되고 외부와의 연결이 필요한 그 지점.

5단계 조직은 황금기를 누린다. 완벽한 협력, 최고의 성과, 깊은 신뢰.

하지만 바로 그 완벽함이 외부를 보는 창을 좁게 만든다. 조직의 시선이 점점 더 내부와 산업 내 입지로만 향하면서, 우리는 정작 전혀 다른 게임체인저가 세상을 갑자기 변화시킬 것이란 예상을 놓쳤던 것이다.


5단계는 혁명이다


래리 그라이너는 5단계를 "협력을 통한 성장(Growth through Collaboration)"이라고 정의했다. 이론적으로는 내부 시스템을 넘어 기능 간, 부서 간, 팀 간 협업과 유연화를 통해 점진적으로 성장하는 단계다. 하지만 현실에서 5단계로 가는 과정은 혁명에 가깝다.

4단계까지의 성장이 '진화(Evolution)'였다면, 5단계로의 전환은 '혁명(Revolution)'처럼 느껴진다.

1단계에서 우리는 창의성을 구조로 바꾸는 용기를 배웠고,

2단계에서는 권한을 나누는 용기로 리더십을 확장했으며,

3단계에서는 조정과 통합으로 하나의 유기체로 진화했다.

4단계에서는 내부가 지속성장하기 위한 정교한 시스템을 의도적 균열을 주어 새로운 시도를 가능하게 했다.

이 모든 과정은 같은 조직 안에서 '더 잘하기'였다. 더 효율적으로, 더 체계적으로, 더 완벽하게.

그러나 5단계는 다르다.

5단계는 더 잘하는 것이 아니라 다르게 해야 하는 단계이다. 내부 효율과 새로운 시도에 대한 문제가 아니라 완전한 구조적 전환의 문제이다.

비즈니스 개선이 아니라 비즈니스 모델의 변환이다. 조직 관리가 아니라 조직 정체성의 재정의 이다.


4단계에서의 새로운 시도와 5단계의 전혀 다른 변환이 어떻게 다른 걸까?

4단계는 내부 시스템이 복잡해지면서 생기는 경직성이 이슈였다.

규정이 너무 많아지고, 절차가 복잡해지며, 의사결정이 느려진다.

이때 필요한 것은 내부의 균열이다.

규칙을 느슨하게 하고, 자율성을 회복하며, 원칙 중심으로 전환하면서 새로운 시도를 불어넣고 체계를 재조합할 수 있는 유연함을 가져가는 것이 필요했다.

반면 5단계는 내부 협력이 완성되면서, 자연스럽게 외부를 보는 시야가 좁아지는 이슈가 생긴다.

더 잘하려 할수록 산업 안쪽으로만 시선이 향하게 된다.

내부는 완벽하게 돌아가지만, 그 완벽함이 외부 변화를 감지하는 감각을 둔화시킨다.

"우리 방식이 최고다"는 확신이 외부의 새로운 가능성이란 시야를 자연스럽게 차단한다.


모든 조직이 5단계까지 가야 하는가?

반드시 그런 것이 아니다.

어떤 산업, 어떤 사업 모델은 4단계가 최적의 도착지일 수 있다.

래리 그라이너 자신도 모든 조직이 반드시 모든 단계를 거쳐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조직의 목표와 산업 특성에 따라,

특정 단계에 머무르며 그 단계의 강점을 극대화하는 것이 더 합리적인 선택일 수 있다는 것이다.

제품과 서비스의 품질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내부 정교함이 경쟁력의 핵심이며,

외부 충격보다 내부 완성도가 더 중요한 분야가 그렇다.

보통 일본의 많은 장수 기업들이나 특정 분야의 히든 챔피언들이 여기에 해당하는데,

우리는 이런 조직들이 통상 "장인" 혹은 "명품"회사라 부르기도 한다.

조직이 4단계에 머무르는 것은 실패가 아니라 전략적 선택이다.

하지만 외부 환경이 급격히 변할 때, 특히 산업의 판 자체가 바뀌는 변화 앞에서는,

아무리 내부가 완벽해도 속수무책이 될 수 있다.


*참고로, 그라이너의 모델은 1972년 초판에서는 5단계까지였으나, 이후 연구에서 6단계(외부 제휴와 네트워크를 통한 성장, Growth through Alliances)가 추가되기도 했다. 하지만 많은 조직이 5단계까지 도달하는 것도 쉽지 않은 현실에서, 우리는 이 글에 5단계까지의 위기와 전환에 집중한다.*


조직이 맞이하는 실제 5단계는 어떠한가?

래리 그라이너는 5단계를 "협력을 통한 성장(Growth through Collaboration)"이라고 정의했다.

조직 경계를 넘어서는 것.

더 이상 혼자서는 성장할 수 없다는 인식에서 출발하는 것이다.


이론적으로 이상적인 경로 - 점진적인 확장

엔비디아가 최근 AI 시장의 판을 주도하는 방식이 그 대표적 사례다.

엔비디아는 GPU 설계에 집중한다. 하지만 생산은 TSMC와 삼성에 맡기고, 메모리는 SK하이닉스와 협력하며, Microsoft, Amazon, Google 같은 클라우드 기업들과 생태계를 구축한다. 혼자서 모든 것을 만들지 않는다. 각 분야 최고의 파트너들과 협력해 AI 반도체 생태계 전체를 설계하는 것이다.

이것이 그라이너가 말한 5단계의 이상적인 모습이다.


현실에서의 경로 - 점진적 변화를 기다려주지 않는

그런데 현실은 이론처럼 움직이지 않는다. 훨씬 가혹하다.

그라이너의 모델은 "같은 사업을 외부 협력으로 확장하는 것"을 전제한다.

파트너십을 맺고, 생태계를 구축하며, 함께 성장하는 것. 충분한 시간과 자원이 있다면, 그것이 가장 합리적인 길이다.

하지만 앞선 사례와 같이 산업 자체가 바뀔 때는 어떻게 할 것인가?

외부 협력으로 확장할 시간도, 생태계를 구축할 여유도 없이, 판 자체가 사라질 때는?

이론은 "점진적 성장"을 다루지만, 현실에서는 "급진적 전환"이 불가피한 순간이 온다.


노키아가 휴대전화에서 통신 인프라로, 닌텐도가 화투 제조와 장난감을 거쳐 비디오게임으로 전환한 것처럼.

넷플릭스도 마찬가지다. DVD 우편대여 사업은 블록버스터를 비롯한 비디오 대여 체인점들과 경쟁하던 판이었다. 하지만 넷플릭스는 그 판 자체를 스트리밍으로 바꿨다. 만약 판을 바꾸지 못했다면, 넷플릭스 역시 블록버스터처럼 사라졌을 것이다.


이론과 현실의 간극

이것이 조직성장 5단계의 이론과 현실 사이의 간극이다.

그라이너는 "외부와 협력하라"라고 말하지만, 현실에서 때로는 협력할 파트너조차 찾을 수 없다.

왜냐하면 판 자체가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이론은 점진적 성장을 가정하지만, 현실은 종종 급진적 전환을 요구한다.

문제는, 현실의 모든 조직이 판을 바꿀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

판은 언젠가 바뀐다.

내가 바꾸든, 누군가 다른 사람이 바꾸든. 마치 지금 AI가 그러하듯, 어떤 변화는 막을 수 없다.

만약에 내가 판을 바꾸지 못한다면, 최소한 바뀐 판에 빠르게 탑승해야 한다. 하지만 그것조차 관련 기술이나 사업 기반이 있을 때만 가능하다.


앞선 회사의 경험이 바로 그것이었다.

OTT라는 새로운 판이 열렸지만, 우리가 가진 사업 내에는 그 판과 관련한 사업 분야와 기술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우리는 이미 다른 판을 내부에서 키우고 있었다. 기존 사업이 성숙기에서 캐시카우로서 몇 년은 버틸 것이라 믿었고, 그 시간 동안 완전히 다른 분야의 신사업을 준비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OTT의 등장으로 기존 사업의 시장이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축소되기 시작했다. 신사업이 성장 궤도에 오르기 전에, 캐시카우가 먼저 무너진 것이다.

이 사례처럼 OTT 판에 뛰어들 의지도 기술도 없으면서, 다른 미래를 준비하고 있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다만 그 준비가 완성되기 전에 판이 바뀌어버렸을 뿐이다.

이론과 달리 현실은 더 복잡하다.

협력하고 싶어도 협력할 접점이 없을 수 있고, 바뀌는 판과 우리 사업 사이에 연결고리가 없을 수 있다. 생태계를 구축하고 싶어도, 우리가 기여할 가치가 없을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는 이미 다른 미래에 베팅하고 있는데, 그 미래가 도착하기 전에 현재가 무너진다는 것이다.

이것이 5단계 진입과 성장에 대한 가장 현실적이고도 냉정한 교훈이다.

이론은 "외부와 협력하라"라고 말하지만, 현실은 "협력할 수 없을 때도 있다"라고.

판은 언제든 바뀔 수 있고, 그 변화는 우리가 통제할 수 없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당시의 그 회사가 경험한 5단계 위기였다.


완성의 함정


경영학에서는 조직이 자신의 성공 패턴에 갇히는 현상을 '역량의 함정(Competency Trap)'이라고 부른다.

조직은 "우리가 잘하는 것"에 리소스를 집중하고, 그 프레임 안에서의 최적화를 반복한다. 성공이 반복될수록, 그 성공을 만든 방식에 대한 확신은 강해지고, 다른 방식을 시도할 이유는 줄어든다.

문제는 이것이 매우 합리적인 선택이라는 점이다. "우리가 가장 잘하는 것에 집중하자"는 명제는 논리적으로 완벽하다. 실제로 그것이 지금까지의 성공을 만들어냈다.

그런데 바로 이 합리성이, 외부 환경이 급변할 때는 치명적인 약점이 된다.


성공이 주는 세 가지 함정

앞선 사례의 회사도 그랬다.

갑자기 모든 것이 한 번에 왔던 그 해 초까지만 해도 내부 지표는 모두 좋았다. 품질, 효율, 수익성, 구성원 만족도. 모든 것이 역대 최고 수준이었다.

문제는 외부의 갑작스러운 변화였다. 시장이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었고, 그것을 갑자기 대응하기란 쉽지 않은 상황이었던 것이다.

그들이 놓친 것은 무엇일까?


첫째, 분석의 프레임이 '산업 내'에 갇혀 있었다.

경영기획과 마케팅 부서는 경쟁사 분석에서 완벽했다. 2위와 3위의 합병 가능성, 신기술 도입 시점, 시장 점유율 변화. 모든 분석이 정교했다.

문제는, 그 모든 분석이 "산업 내"에 집중되어 있었다는 것이다. OTT가 존재한다는 건 알았다. 하지만 그것이 "다른 산업의 일"처럼 보였다.


둘째, 성장의 구조적 관성이 작동했다.

조직의 모든 시스템은 "성장"을 전제로 설계되어 있었다.

영업 목표는 매년 증가했다. 축소 목표를 세우는 부서는 단 하나도 없었다.

KPI는 모두 성장을 전제했고,

조직 설계와 인력 구조는 확장만을 담고 있었다.

"Grow or die." 성장하지 않으면 죽는다는 믿음 아래, 쇠퇴를 논의하는 것 자체가 패배를 인정하는 것처럼 여겨졌다.

성장기에 만들어진 구조는 쇠퇴를 담지 않는다.


셋째, '티핑포인트'를 넘기는 순간 변화의 속도는 걷잡을 수 없다

OTT는 한동안 "흥미로운 트렌드" 정도로만 여겨졌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갑자기 "우리 산업의 위협"이 되었다.

티핑포인트를 넘는 순간, 변화는 폭발적으로 확산되었다.
마치 지금 AI가 그러하듯, 어떤 변화는 오랜 시간 잠복해 있다가 어느 순간 폭발적으로 현실이 된다.


체계적 폐기는 가능한가?

그런데 여기서 질문이 남는다. 그 회사는 정말 손 놓고 있었던 것일까?

사실은 그 반대였다. 적극적으로 대비하고 있었다.

피터 드러커가 강조한 체계적 폐기(Systematic Abandonment)를 조직 내 목표로 가지고 있었고,

"만약 우리가 지금 이 일을 하고 있지 않다면, 과연 지금 시작할 것인가?" 이 질문을 조직 내에서 정기적으로 던지고 있었다.

실제로 개발자를 PM으로 전환시키는 프로그램을 운영했고, 부서 간 크로스 펑션 프로젝트를 진행했으며, 신사업에 투자하고 있었다.

클레이튼 크리스텐슨이 《혁신기업의 딜레마》에서 경고한 "자신의 주력 사업을 스스로 파괴하지 못하면 결국 외부에서 파괴당한다"는 메시지를 경영진뿐만 아니라 구성원들까지 업무에서 활용하고 있었다. 늘 자신이 한 업무에 대한 회고와 반성으로 더 나은 것을 고민하는 것이 목표로 관리되고 있었다.

그런데도 판이 바뀌는 상황과 속도에서는 속수무책이었다.

체계적 폐기를 하고 있어도, 신사업에 투자하고 있어도, 그 속도보다 빠른 외부변화 앞에서는 무력해진다. 준비는 하고 있었지만, 준비가 완성되기 전에 판이 바뀌어버렸다.

가보지 않은 미래는 언제나 그렇게 온다.

점진적이지 않게, 예측 가능하지 않게, 우리가 준비한 시나리오 밖에서.

이것이 5단계 위기의 현실적인 본질이다.

내부를 완벽하게 만드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외부와 연결되는 구조, 산업 밖을 보는 시선, 변화의 속도를 앞서가는 민첩성. 이 모든 것이 동시에 필요하다.

그것은 단순한 전략이나 프로그램이 아니라, 많은 경우 조직 구조와 시스템 자체를 근본적으로 재설계하는 일로 이어진다. 그리고 이 모든 변화의 뒤편에는 결국 사람이 있다는 점이다.


지금, 우리 조직은 어디에 있는가


이 글을 읽는 당신의 조직은 지금 어디쯤 있는가.

완벽해 보이는가? 내부 협력이 잘 이루어지고 있고, 성과도 좋으며, 구성원 만족도도 높은가?

그렇다면 더욱 섬세해져야 한다.


회사가 "어떻게 더 잘할까"만 논의하고 있지는 않은가?

경쟁사 분석은 완벽하지만, 그 분석이 모두 "산업 내"에만 집중되어 있지는 않은가?

사업이 잘될 때일수록, 조직 내부를 더 투명하게 들여다봐야 한다.

성과가 좋을 때는 소위 '젖은 낙엽'이 붙어 있어도 잘 보이지 않는다. 무임승차가 있어도 전체 성과가 좋으니 묻혀버린다. 하지만 바람이 불면 젖은 낙엽은 순식간에 드러난다.


외부 환경은 언제든 바뀔 수 있다. 그것은 불가피하다. 하지만 그 충격을 최소화할 수는 있다.

평소 내부 인력, 기술, 조직 구조에 대한 정확한 진단이 있다면,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때도 급소만 지혈하며 재정비할 수 있다. 하지만 내부 파악 없이 위기를 맞으면, 따질 틈도 없이 급하게, 원치 않는 조정까지 하게 된다.

특히 HR의 관점에서 물어야 할 것들이 있다.

조직과 인력 운영에 있어서 짜임새 있게 가고 있는가?

체크 앤 밸런스는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가?

성장만 외치는 목소리와 전체 판을 보며 균형을 맞추려는 목소리가 적절히 조율되고 있는가?

그리고 무엇보다, 경영전략과 사업전략을 제대로 읽고 있는가?

전체 사업의 흐름, 산업 내 비즈니스 전략. 이것을 읽지 못하고 인력운영계획을 진행하면, 나중에 쓰나미처럼 인력조정이나 구조조정이 몰려올 수 있다.


사업은 지속적으로 운영하는 과정에서 언제든 재편과 구조조정이 올 수 있다.

그것을 예측하고, 비즈니스에 밀착하며, 사업 흐름에 맞게 선형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체계를 가져가야 한다.

성숙기라는 것은 인력이 수직으로 계속 성장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다른 길을 열어줘야 한다.

인력들이 영역을 수평적으로 넓히고, 역할을 다분화하며, 내부에서 지속적으로 자신의 역할을 해내도록. 굳이 수직 성장이 아니더라도, 다양한 역할로 기여하며 성장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인력의 순환. 자발적 기여가 가능한 구조.

좋은 인력들이 오래, 그리고 다양하게 조직에 기여할 수 있도록.

물론 늘 긴장하라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사업이 성숙기일수록, 언제든 어떤 상황에서든 인력을 체계적으로 배치할 수 있도록,

조직과 인력의 Visibility(가시성)를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

5단계에서 HR은 사업 전략과 긴밀하게 교류하면서, 조직의 대응력을 사업 흐름에 맞게, 그리고 민첩하게 만들어야 하는 단계이다.


우리 회사가 판을 바꾸는 Game Changer가 될지, 판에 쫓기는 Game Chased가 될지는 HR이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것은 산업의 흐름, 기술의 변화, 고객의 선택에 달려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 변화가 왔을 때 조직이 얼마나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가는 조직 구조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이어지는 내용에서는 5단계 조직이 무엇을 어떻게 설계해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다룬다.

외부 변화를 감지하는 구조는 어떻게 만드는가?

산업 경계를 넘어서는 탐색을 어떻게 평가하고 보상하는가?

사업의 호흡에 맞춰 빠르게 변하는 조직 구조는 어떻게 설계하는가?

수직이 아닌 수평으로, 역할의 다분화로 인력이 지속 성장하는 구조는 어떻게 만드는가?

5단계, 그 혁명의 시작과 극복은 조직이 새로운 판에 대한 대응력을 어떻게 민첩하게 가져가느냐를 구조적으로 재설계하는데서 출발한다.


위 글의 참조 및 참고자료

Greiner, L. E. (1972). "Evolution and Revolution as Organizations Grow." Harvard Business Review, 50(4), 37–46.

Greiner, L. E. (1998). "Evolution and Revolution as Organizations Grow." Harvard Business Review, May–June 1998.

Christensen, C. M. (1997). The Innovator's Dilemma: When New Technologies Cause Great Firms to Fail. Harvard Business School Press.

Drucker, P. F. (1985). Innovation and Entrepreneurship: Practice and Principles. Harper & Row.

Levinthal, D. A., & March, J. G. (1993). "The myopia of learning." Strategic Management Journal, 14(S2), 95–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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