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직구조가 일의 흐름과 관계를 정하고, 조직운영의 리듬을 만든다.
우리가 '조직도'라 부르는 것.
조직구조를 이야기할 때 우리는 흔히 '조직도'를 떠올린다. 누가 팀장이고, 누구에게 보고하는지 정도. 하지만 조직구조는 훨씬 더 깊은 의미를 갖는다.
조직구조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두 단계가 필요하다.
먼저 우리가 어디에 있는가를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그 다음 어떤 관점으로 바라볼 것인가를 결정해야 한다.
이 두 가지가 명확해질 때, 비로소 우리 조직에 맞는 구조를 설계할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있을 수 있다.
"경영과 사업에 관한 전략적 판단이 있어야 하는 조직구조 설계를 과연 HR이 할 수 있는가?"
실제 현장에서 조직구조 설계는 HR이 주도하거나 최소한 중심적 역할을 맡는 경우가 많다. 각 조직의 성과 데이터, 리소스 배치, 리더십 역량, 구성원 이동 패턴을 가장 가까이에서 보는 것이 바로 HR이기 때문이다. 물론 재무팀, 사업전략팀과 함께하지만, HR이 주도적 역할을 하지 못하면 조직구조는 전략 실행의 한계를 갖는다.
바로 조직구조가 경영전략을 실행하려면 사람과 조직과 성과관리에 대한 배치도를 함께 조합해야 비로소 완성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HR은 어떻게 비즈니스와 전략을 이해할 수 있을까?
많은 경우 연중 비즈니스 전략회의나 핵심 의사결정 회의체에 배석하여 경영 맥락을 파악하거나, 필요에 따라 사업부서와 TF를 구성해 협업한다. 그리고 HRBP나 현장과 가까이서 협업하는 과정. 무엇보다 각 조직의 성과관리를 지원하고, 인력배치와 채용을 지원하는 과정에서도 각 조직의 상황과 비즈니스의 현 주소, 경영전략을 파악하게 된다.
왜 이것이 중요한가?
사업을 제대로 이해하고 일의 흐름을 파악해야만, 거기에 적합한 사람과 조직을 배치하고 성과관리를 지원하는 흐름을 제대로 설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비즈니스를 모르는 HR은 조직도의 박스만 옮길 뿐, 일이 실제로 흐르게 만들 수 없다.
만약, 비즈니스를 모르는 HR이라면 조직도를 단순히 그리는 것에 불과하게 될 것이다.
조직구조를 설계하려면 먼저 현재 우리 조직이 어디에 서 있는지를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아무리 좋은 설계도라도 현재 상황과 맞지 않으면 무용지물이기 때문이다.
조직구조를 설계할 때 가장 먼저 봐야 할 것은 조직이 마주한 복잡성의 수준을 파악하는 일이다.
그 파악 위에서 모든 설계가 시작된다.
복잡성이란 단순히 '사람이 많다' 혹은 '조직개수'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조직 내부에서 조율하고 관리해야 할 변수의 총량을 의미한다.
생각해보자. 10명이 하나의 제품을 만드는 회사와, 100명이 열 가지 제품을 동시에 만드는 회사는 복잡성의 차원이 완전히 다르다. 전자는 매일 아침 모여 10분이면 모든 것을 공유할 수 있지만, 후자는 누가 무엇을 하는지 파악하는 것만으로도 하루가 간다.
복잡성의 수준을 실제로 판단하려면 어떤 요소를 봐야 할까?
실무적으로는 다음과 같은 질문들을 던져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 각각이 조직 설계에 다른 함의를 갖기 때문이다.
① 구성원 규모:
사람이 늘면 의사소통 라인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3명은 3개 라인, 8명은 28개, 15명은 105개다. 인원이 5배 늘었을 뿐인데, 관리해야 할 관계는 35배 늘어난다.
② 제품·서비스 다양성:
하나의 앱만 운영하는 회사와 플랫폼·커머스·콘텐츠를 동시에 운영하는 회사는 의사결정 구조 자체가 달라야 한다. 전자는 모든 팀이 하나의 목표를 향해 움직이지만, 후자는 각 사업부가 독립적으로 빠르게 판단할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하다.
③ 시장·고객 세분화:
단일 시장을 공략할 때와 기업·개인·공공 등 여러 고객군을 동시에 공략할 때는 조직 설계의 철학이 달라진다. 각 고객군마다 요구사항과 의사결정 속도가 다르며, 서비스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④ 기술적 전문성 요구 수준:
기술이 핵심 경쟁력인 회사는 전문성이 응집되고 지식이 축적되는 구조가 필요하다. 반면 빠른 실행이 핵심인 회사는 전문성보다 협업 속도를 우선해야 한다.
⑤ 지리적 분산 정도:
서울 한 곳에 모여 있는 조직과 서울·부산·해외에 흩어진 조직은 소통 방식과 통제 메커니즘이 완전히 다를 수 밖에 없다. 이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가 반영되어야 한다.
복잡성은 고정된 것이 아니다. 조직이 성장하면서 복잡성의 수준도 함께 변한다.
그렇다면 언제, 어떻게 변하는가?
이는 앞서 다룬 조직성장 1단계에서 5단계를 떠올려보면 이해가 쉽다. 각 단계마다 조직이 마주하는 복잡성의 성격이 다르다. 가령, 창업기에 효과적이었던 느슨한 구조는 성장기에는 혼란을 만들고, 성숙기에 안정을 가져온 정교한 구조는 다시 혁신을 가로막는 장벽이 된다. 이에 따라 필요한 구조도 다르므로, 조직구조도 성장 단계에 맞춰 진화해야 한다.
1단계 창업기에는 창업자와 소수 핵심 인력이 모든 일을 함께한다.
이때는 조직도조차 무의미할 때가 많다. CEO가 고객 미팅을 다녀온 후 바로 개발자에게 "이거 이렇게 바꿔주세요"라고 요청하고, 디자이너가 마케팅 이메일을 직접 쓰기도 한다. 이 단계에서는 명확한 역할 분담보다 빠른 실행과 유연한 협업이 생존의 열쇠일 수 있다.
2단계에 접어들면 리더십이 발휘되는 토대를 구조화해야 한다.
창업자가 모든 것을 직접 결정하던 방식으로는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 영업팀장, 개발팀장, 마케팅팀장 같은 직책이 생기고, 각자의 영역에서 독립적으로 판단하고 실행할 수 있는 권한이 필요해지는 시기이기도 하다. 이때 리더십이 올바르게 발휘되도록 토대를 마련해야 하는데, 조직구조에 그런 점을 담을수 있어야 한다.
3단계에서는 조정과 통합의 메커니즘이 조직 성과와 성장에 필수 된다.
각 팀이 제 역할을 잘하더라도 팀 간 협업이 매끄럽지 않으면 조직 전체의 성과는 나오지 않기 때문에, 이 단계에서는 부서 간 회의체, 크로스팀 프로젝트, 공동 KPI 같은 수평적 연결 고리를 의도적으로 설계해야 한다.
4단계에서는 안정과 혁신간의 균형을 위한 이원화된 구조를 고민하게 된다.
기존 사업을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조직과 새로운 시도를 실험하는 조직을 분리하되, 둘이 서로를 지원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5단계에서는 사업전환과 외부와의 적극적 협력으로 생존하기 위한 혁신이 필요하다.
완성된 시스템이 오히려 외부 변화를 놓치게 만들 때, 조직은 다시 한번 근본적인 구조 재설계를 고민해야 한다. 기존 사업의 안정성을 유지하면서도 시장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는 동적 균형을 만드는 것이 이 단계의 핵심이다.
이처럼 각 단계마다 요구되는 구조의 복잡성이 다르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현재 조직이 마주한 복잡성 관리하면서 조직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그에 적합한 수준의 구조를 설계하는 것이다.
조직구조 설계에서 가장 흔한 실수는 현재 조직이 어떤 상황인지 정확히 읽지 못하는 것이다.
급성장하는 회사가 여전히 창업 초기의 느슨한 구조로 버티거나, 작은 조직이 대기업을 그대로 따라하며 불필요한 복잡성을 만드는 경우가 그렇다. 이런 미스매치는 단순한 불편함을 넘어 조직의 생존을 위협하게 된다.
예를 들어, 작은 조직에 복잡한 구조를 씌우면 관료주의의 무게에 짓눌려 속도를 잃는다.
30명 규모 스타트업이 대기업처럼 5단계 승인 프로세스를 만들면 어떻게 될까?
간단한 결정 하나에 일주일이 걸리고, 불필요한 보고와 회의가 실행을 가로막으며, 구성원들은 "왜 이렇게 일하기 힘들지?"라는 좌절감에 빠진다. 민첩함이 생명인 스타트업에서 속도를 잃는 것은 곧 죽음을 의미한다.
반대로 큰 조직을 느슨한 구조로 운영하면, 혼란이 커진다.
300명 규모 회사에서 여전히 CEO가 모든 의사결정을 하려 들면 어떻게 될까?
리더에게 모든 것이 몰려 병목이 생기고, 현장에서는 "승인 기다리느라 아무것도 못 하겠어요"라는 불만만 쌓인다. 구성원들은 누가 무엇을 책임지는지 알 수 없어 방향을 잃고, 부서 간에는 서로 떠넘기기가 일상화된다.
급성장을 하는 한 스타트업을 예시로 보면,
한 IT 스타트업은 시리즈 B 투자를 받고 3개월 만에 인원을 50명에서 150명으로 늘었다. 투자자들은 빠른 성장을 요구했고, 경영진은 그에 부응했다. 하지만 조직구조는 여전히 그대로 유지했고, 창업자 두 명이 모든 핵심 결정을 내리면서 팀장들의 권한은 명확하지 않았다.
얼마후 그 회사에서는 어렵게 확보한 핵심 인재들이 1년도 안 되어 이탈하기 시작했다.
"회사는 커졌는데 내 역할은 명확하지 않고, 누구에게 무엇을 물어봐야 할지도 모르겠다"는 것이 그들의 공통된 퇴사 사유였다. 그 사이 조직도 변경은 있었지만, 일과 의사결정이 실제로 흐르는 구조는 50100명 규모에 머물러 있었다. 인원은 매월 2030여 명씩 입사하며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었다.
결국, 조직이 성장하면서 복잡성이 높아질 때, 그에 맞춰 일과 의사결정의 흐름도 조직구조와 함께 진화시켜야 한다.
복잡성을 읽고, 그에 적합한 구조를 설계하는 것이 조직구조 설계의 출발점이 되어야 하는 이유이다.
현재 우리 조직의 위치를 파악하고 상황을 이해했다면, 이제 어떤 관점으로 조직구조를 바라볼 것인가를 결정해야 한다.
가령, 같은 조직도를 놓고도 사람들은 서로 다른 것을 본다.
재무팀은 비용과 효율을 보고, 사업팀은 시장 대응 속도를 보며, 현장 팀장은 업무 부담과 병목을 본다. 이들은 각자의 위치에서 조직의 진짜 문제를 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어느 한 관점만으로 구조를 설계하면, 다른 중요한 요소를 놓치게 된다. 비용 효율만 보면 협업이 끊어지고, 속도만 보면 품질이 무너지며, 병목만 해소하려다 전략과 어긋나는 구조가 만들어진다.
그렇다면 부서별로 흩어진 이 시선들을 아우를 수 있는 핵심 관점은 무엇일까?
조직 전체가 제대로 작동하는지를 통합적으로 보는 데, 실무적으로는 다음의 세 가지 관점을 주목해서 볼 필요가 있다.
첫째, 전략의 방향이 일관되게 흐르는가, 둘째, 적재적소의 사람과 권한이 적절히 배치되고 통제되는가, 셋째, 실제 업무가 막힘없이 흘러가는가.
이처럼 세 가지 관점을 중심으로 동시에 바라볼 때, 비로소 '목적에 맞게 실행되는 조직구조'가 보일 것이다.
"조직구조는 전략을 따른다(Structure follows strategy)"
조직구조는 전략을 실행하는 '물길'이다.
제품 포트폴리오, 고객군, 시장 변화에 따라 구조는 달라져야 한다. 전략과 구조가 어긋나면 조직은 성장하지 못한다.
Alfred D. Chandler는 "조직구조는 전략을 따른다(Structure follows strategy)"고 하면서, 조직구조는 결국 전략을 실행하기 위해 존재하며 아무리 보기 좋은 조직구조도 전략과 맞지 않으면 성공하기 어렵다는 점을 강조했다.
사업전략이 바뀌면서 조직구조가 극적으로 전환된 대표적인 사례로, 네덜란드 ING은행의 애자일 전환을 들 수 있다.
※ ING은행의 애자일 조직으로의 전환 사례
네덜란드 ING은행의 사례는 이를 극적으로 보여준다.
2015년, ING은행은 핀테크 경쟁의 한가운데 있었다. TransferWise, LendingClub, Robinhood 같은 스타트업들이 송금, 대출, 투자 영역에서 전통 은행의 영역을 잠식하고 있었다. 고객들은 모바일에서 즉시 실행되는 서비스를 기대했고, 새로운 금융 상품 출시 주기는 분기가 아니라 주 단위로 빨라지고 있었다.
ING는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여 디지털 전략을 내세웠다. "고객이 원하는 순간에, 원하는 채널에서, 즉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한다." 하지만 문제는 기존 사업에 최적화된 조직구조로는 새로운 산업환경에 빠르게 대응하기 어렵다는 점이었다.
당시 ING의 조직은 13개 계층의 전통적 피라미드 구조였고, 한 가지 의사결정이 내려지기까지 평균 6주가 걸렸다. 새로운 앱 기능 하나를 출시하려면 IT 부서, 리스크 관리 부서, 컴플라이언스 부서, 마케팅 부서를 순차적으로 거쳐야 했다. 각 부서는 자신들의 관점에서만 검토했고, 전체 고객 경험을 책임지는 사람은 없었다.
CEO Ralph Hamers는 이를 두고 "우리의 전략은 2015년인데, 조직구조는 1990년대 그대로다."라고 진단을 했다. 그리고 ING은 과감한 결정을 내렸다.
첫째, 조직의 수평적 구조면에서, 전체 조직을 약350개의 '스쿼드(Squad)'로 재편하였다.
변경된 조직에서는 재편된 각 스쿼드를 7명에서 9명으로 구성하며, 하나의 명확한 고객 니즈에 집중하는 것을 목표로 운영하였다.
예를 들어 "모바일 송금 경험 개선 스쿼드"에는 개발자, 디자이너, 데이터 분석가, 컴플라이언스 전문가가 모두 포함되어 있다. 이들은 6주가 아니라 2주 단위로 새로운 기능을 출시하고, 고객 피드백을 즉시 반영할 수 있게 되었다.
둘째, 조직의 수직적 라인. 즉, 조직 계층은 13단계에서 4~5단계로 줄였다.
의사결정권은 최대한 현장으로 내려갔고, 스쿼드 리더는 예산 범위 내에서 독립적으로 판단하고 실행할 수 있게 되었다.
그 결과는 극적인 변화를 갖게 되었는데,
디지털 서비스 출시 기간이 50% 단축되었고, 고객 만족도는 크게 향상되었으며, 직원 만족도도 상승했다.
다만 이 과정에서 약 3,500명의 직원이 기존 직책을 내려놓고 새로운 역할에 재지원해야 했고, 약 40%는 기존과 유사한 역할을, 나머지는 새로운 역할을 맡거나 회사를 떠나게 되었다.
그럼에도 ING는 전통적 은행업에서 디지털 금융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조직구조 변화를 시작으로 전면적 혁신을 단행했다. 결국 생존과 진화를 동시에 이뤄낸 것이다.
전략이 바뀌면 조직구조가 변경되어야 그에 따른 전략을 실행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때로는 그 변화는 점진적 개선이 아니라, 전면적 재설계를 요구한다.
두 번째 관점은 사람을 어떻게 배치하고, 어디서 병목이 생기는지를 보는 것이다.
조직에서 누가 업무의 중심이 되고, 어디에 권한이 집중되는지를 파악하는 것은 조직구조가 의도대로 작동하는지를 판단하는 핵심이 된다.
실제로 조직구조에 맞게 사람을 배치할 때에는 고려해야 할 요소가 많다. 개인의 역량과 전문성, 시니어와 주니어 간의 균형, 팀 내 스킬 조합은 물론, 조직 내 히스토리와 개인별 경력 등 인사 정보에 대한 세밀한 이해가 필요하다. 하지만 여기서는 조직구조적 측면에 집중하고자 한다. 즉, 사람을 개인이 아닌 조직을 구성하는 단위로 보는 관점이다.
조직구조 설계 단계에서 결정해야 하는 것은 '몇 명을 어떻게 묶을 것인가', 즉 적정 통제범위(Span of Control)다.
한 리더 밑에 몇 명을 배치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순간, 조직의 계층 수가 정해지고, 의사결정이 몇 단계를 거쳐야 하는지가 결정되며, 조직 전체의 속도와 유연성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100명 규모 조직에서 한 리더당 5명씩 관리하면 45계층이 필요하지만, 10명씩 관리하면 23계층으로 충분하다. 같은 인원이라도 통제범위를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조직의 형태가 완전히 달라지는 것이다.
그래서 조직구조 설계에서는 개별 인재의 배치보다 먼저, 조직 전체의 골격을 결정하는 통제범위를 점검해야 한다.
※ 적정 통제범위(Span of Control): 한 리더가 관리 가능한 범위
조직구조를 설계할 때 가장 실질적으로 부딪히는 질문이 있다.
"00 팀에 몇 명을 배치해야 할까?"
이 질문은 단순해 보이지만, 조직의 효율과 구성원의 만족도를 동시에 조직의 실제 성과를 결정하는 핵심 설계 요소가 된다. 너무 많은 사람을 한 리더 밑에 두면 관리가 불가능해지고, 너무 적으면 조직 계층이 불필요하게 늘어나 관료주의가 생긴다.
그리고 단순히 인원수(규모) 뿐만 아니라 그 안에 그 일을 해낼 수 있는 전문성과 경력의 정도도 '적정 범위'안에 포함될 수 있다.
전문성과 경력의 정도가 유사하다고 가정할 때, 팀을 구성하는 적정인원규모를 구성하기 위한다면, 이를 통제범위(Span of Control)라고 부른다. 이는 한 리더가 직접 관리할 수 있는 적정 인원의 범위를 의미한다.
그렇다면 한 리더가 관리할 수 있는 적정 인원은 얼마나 될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경영학에서는 오래전부터 연구와 실험을 이어왔다. 이론적 유래, 실험적 근거, 그리고 실제 기업 사례를 통해 통제범위의 중요성을 확인할 수 있다.
<첫째, 1951년, 관리의 본질을 나누다>
통제범위에 대한 이론적 기초는 1951년 오하이오 주립대학교의 경영학 교수였던 Ralph C. Davis가 세운 이론에서 유래한다. 그는 자신의 저서 『The Fundamentals of Top Management』에서 관리업무를 두 가지로 구분했다.
1. 물리적 작업(Physical work):
직접 눈으로 보고 확인할 수 있는 관리. 예를 들어 제조 현장에서 감독자가 작업자들의 동작을 관찰하고, 작업 속도를 체크하며, 완성품의 품질을 즉시 확인하는 일이다.
2. 정신적 활동(Mental activity):
판단과 조정이 필요한 관리. 전략을 검토하고,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며, 팀원들의 성장을 코칭하고, 부서 간 갈등을 조정하는 일이다.
Davis는 이 구분을 통해 관리 대상의 성격에 따라 적정 통제범위가 달라진다는 점을 밝혔다.
먼저, 물리적 작업을 감독하는 현장 감독자(first-level supervisor)는 최대 30명까지 관리할 수 있다. 작업이 반복적이고 표준화되어 있으며, 각 작업자가 독립적으로 움직이기 때문이다. 제조 공장의 라인 관리자를 떠올리면 된다.
반면 정신적 활동을 담당하는 상위 관리자(managers at higher levels)는 3명에서 8명 정도가 적정하다. 그들이 다루는 문제는 구조화되지 않았고, 각 팀원과 깊이 있는 대화가 필요하며, 상황에 따라 즉각적인 판단을 내려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Davis의 이론은 1950년대 제조업 중심 시대의 프레임워크이므로, 현재에 와서는 그대로 적용하는데 맞지 않을 수 있다. "물리적 작업=현장 감독자, 정신적 활동=상위 관리자"라는 이분법은 현대 조직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소프트웨어 개발자, 데이터 분석가, 컨설턴트 같은 지식노동자들은 계층상 "상위 관리자"가 아니지만 고도의 정신적 활동을 수행한다. 반대로 고위 임원도 표준화된 의사결정 프로세스를 따르는 경우가 있다.
Davis의 핵심을 요즘으로 번역하면 "매뉴얼에 따라 작업하는 정형 업무"와 "상황에 따라 판단이 필요한 비정형 업무"로 나눌 수 있다. 그리고 업무의 정형성 정도에 따라 적정 통제범위가 달라진다는 원칙은 지금도 작동한다.
예를 들어, 명확한 매뉴얼을 따르는 콜센터 상담원 팀은 한 리더가 15~20명을 관리할 수 있다. 반면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고 고도의 판단이 필요한 전략 기획팀이나 R&D팀은 한 리더가 58명 정도를 밀착 관리해야 효과적이다.
이러한 그의 통찰은 7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조직 설계에 녹아 있다.
<둘째, 1913년, 줄다리기에서 발견한 인간 본성 - '링겔만효과'>
통제범위가 중요한 또 다른 이유는 집단의 크기가 개인의 동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를 최초로 발견한 사람은 프랑스의 농업 엔지니어 Maximilien Ringelmann이었다.
그는 1880년대에 농업 노동의 효율성을 연구하던 중, 흥미로운 현상을 발견했다. 바로 사람들이 집단으로 일할 때 개인이 혼자 일할 때보다 더 적은 힘을 낸다는 것이었다.
Ringelmann은 이를 검증하기 위해 1913년 줄다리기를 통해 간단하지만 명확한 실험을 설계했다.
실험 과정:
먼저 각 참가자에게 혼자서 줄을 당기게 했다. 그리고 힘을 측정했다.
그다음 2명, 3명, 8명씩 조를 짜서 함께 줄을 당기게 하고 총 힘을 측정했다.
결과:
2명이 함께 당길 때: 각자 혼자 당길 때의 93%의 힘만 냄
3명이 함께 당길 때: 각자 85%의 힘만 냄
8명이 함께 당길 때: 각자 49%의 힘만 냄
즉, 8명이 함께 당기면 이론적으로는 8배의 힘이 나와야 하는데, 실제로는 4배의 힘밖에 나오지 않았던 것이다. 즉, 절반의 효율이었다.
Ringelmann은 이 현상의 원인을 두 가지로 분석했다.
① 조정 손실(Coordination loss):
"동시성의 부족(lack of simultaneity)" 즉, 여러 사람이 함께 당기다 보니 타이밍이 미묘하게 어긋나면서 힘이 상쇄되는 것이다. 마치 여러 명이 노를 저을 때 리듬이 맞지 않으면 오히려 배가 느려지는 것과 같다.
② 동기 손실(Motivation loss):
"이웃이 원하는 노력을 제공할 것이라 믿는 것(each man trusting his neighbor to furnish the desired effort)" 즉, 다른 사람도 열심히 할 것이라 생각하며, 자신이 조금 덜 해도 괜찮다고 무의식적으로 판단하는 것이다.
이 실험 결과는 나중에 '링겔만 효과(Ringelmann Effect)' 또는 '사회적 태만(Social Loafing)'이라 불리게 되었다.
그렇다면 조직에서 링겔만 효과의 의미는 무엇으로 볼 수 있을까?
팀내 인원규모가 커질수록 개인의 책임감은 희석될 수 있다.
가령, 10명짜리 팀에서 "내가 조금 덜 해도 누가 알겠어?"라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생길 확률이 높은 반면, 5명짜리 팀에서는 내가 빠지면 즉시 티가 나기 때문에 책임감이 더욱 높아질 것이다.
이것은 또 다음에 보는 아마존이 '피자 두 판의 법칙(Two-Pizza Rule)'을 고집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셋째, 아마존의 피자 두 판 법칙>
아마존은 초기부터 팀 크기에 대한 명확한 원칙을 세웠다.
"팀의 크기가 피자 두 판으로 식사할 수 있는 인원을 넘어서는 안 된다." 는 것으로, 이는 일반적으로 6~8명 규모에 해당한다.
이 원칙으로 의도한 효과는 크게 세 가지로 볼 수 있다.
① 의사소통 라인 최소화
6명 팀의 잠재적 소통 경로는 15개다. 하지만 12명이 되면 66개로 폭발한다. 작은 팀은 의사결정 속도를 극적으로 높인다. 모든 팀원이 한자리에 모여 30분 안에 결정을 내릴 수 있다.
② 개인의 책임감 강화
작은 팀에서는 링겔만 효과가 최소화된다. 각자의 기여가 명확히 보이기 때문에 "내가 이 팀의 성과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는 주인의식이 생긴다.
③ 하나의 조직은 하나의 미션에 집중
작은 팀은 하나의 명확한 미션을 가진다. "결제 시스템 개선", "추천 알고리즘 정확도 향상" 같은 구체적 목표에 모든 에너지를 쏟을 수 있다. 이는 혁신 속도를 높인다.
그리고 이런 모습은 대표적인 글로벌 혁신 기업에서도 유사하게 발견할 수 있다.
스포티파이는 6~12명의 스쿼드(Squad)로 조직을 구성한다.
각 스쿼드는 특정 기능을 책임지며 자율적으로 의사결정한다. 개발자, 디자이너, 프로덕트 매니저가 모두 포함되어 외부 의존 없이 빠르게 움직인다.
구글은 "작은 팀이 큰 임팩트를 만든다"는 원칙 아래, 대부분 프로덕트 팀을 10명 내외로 유지한다.
넷플릭스는 각 팀을 가능한 작고 자율적으로 운영한다. 팀마다 명확한 미션과 결정 권한이 주어지며, 불필요한 조율 없이 독립적으로 실행한다. "자율과 책임(Freedom and Responsibility)" 문화의 핵심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바로 '작은 팀, 명확한 미션, 자율적 실행'이라는 점이다.
그렇다면 모든 팀을 6~8명으로 만들어야 할까?
그렇지 않다. 적정 통제범위는 고정된 숫자가 아니라, 업무의 성격과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이를 결정짓는 공통적인 요인은 크게 다음과 같이 나누어 볼 수 있다.
1) 업무의 복잡성과 전문성 수준
고도로 전문화된 개발 팀이나 연구 조직은 5~7명이 적정하다.
각 팀원이 다루는 기술적 난제가 복잡하고, 리더는 한 명 한 명과 깊이 있는 기술 논의를 해야 하며, 코드 리뷰와 아키텍처 결정에 직접 참여해야 하기 때문이다.
반면 반복적 작업 중심의 운영 팀, 예를 들어 고객 응대팀이나 데이터 입력팀은 10~15명도 관리 가능하다. 업무가 표준화되어 있고 명확한 프로세스를 따르기 때문에, 리더가 개별적으로 깊이 관여할 필요가 적다.
2) 팀의 물리적 배치
같은 사무실에서 매일 얼굴을 맞대는 팀과, 서울·부산·해외에 흩어진 팀은 관리 방식이 완전히 다르다. 지리적으로 분산된 팀은 소통 비용이 높고 맥락 공유가 어렵기 때문에, 더 적은 인원(5~6명)으로 구성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3) 리더의 역량과 경험
경험이 풍부한 시니어 리더는 10~12명도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이미 수많은 상황을 겪었고, 빠르게 판단하며, 팀원들을 적절히 임파워먼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처음 팀장을 맡은 초보 리더는 4~5명으로 시작하는 것이 좋다. 팀 관리 경험을 쌓으면서 점진적으로 팀 규모를 늘려가는 것이 리더 본인과 팀원 모두에게 건강하다.
결국 조직의 규모를 결정짓는 핵심은 팀의 성격, 리더의 역량, 업무의 복잡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적정 범위를 설계하는 것이다.
통제범위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그것은 개인의 동기, 팀의 효율, 조직의 민첩성을 동시에 결정하는 구조 설계의 핵심이다.
조직구조가 제대로 설계되었는지는 마지막으로 '일이 실제로 어떻게 흐르는가'에서 드러난다.
조직도는 단순히 사람의 위치를 그린 표가 아니라, 일의 이동 경로를 그린 지도이기 때문이다.
고객의 요청이 들어와 어떤 팀을 거쳐 처리되는지, 제품 아이디어가 기획에서 개발·검증·출시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어디서 멈추고 어디서 가속되는지, 이 모든 것은 구조가 어떻게 짜였는지에 따라 결정된다.
흐름이 설계되지 않은 조직의 증상
흐름이 설계되지 않은 조직은 늘 바쁘지만 성과가 잘 나지 않는다.
회의는 많고 조율은 반복되지만, 막상 중요한 일이 제때 완성되지 않는 이유는 대부분 '동선의 단절' 때문이다. 기획은 기획대로, 개발은 개발대로, 운영은 운영대로 움직이는데 서로를 잇는 선이 없거나 서로 다른 리듬으로 일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구성원은 자신의 역할이 아닌 '조율자' 역할을 떠안게 되고, 리더는 모든 의사결정을 직접 챙긴다는 착각 속에서 스스로 병목이 되어버린다.
이때, 반복되고 있는 일의 흐름을 기준으로 조직구조를 보면 문제의 원인이 보인다.
다만 문제의 원인이 보인다고 해서 조직 안의 규칙과 명분이 있는 것을 무시하고 바로 해결해버릴 수 없는 것이 또한 조직구조 안의 일의 흐름을 재정렬하는 일이기도 하다.
바로 이것이 조직구조를 설계할 때 일의 흐름을 반드시 고려해야 하는 이유이다.
한번 만들어진 조직구조 안에서 일을 조직 간에 이관하거나 흐름을 변경하는 것은, 해당 조직들과 그 조직들을 둘러싼 이해관계까지 함께 조정해야 하기 때문에 쉽게 바꾸기 어렵다.
따라서 일의 흐름에서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문제들은 기록해두었다가, 조직구조를 설계할 때 일이 어떻게 흘러갈지를 염두에 두고 반영해야 한다.
일의 동선을 고려한 조직구조 설계
결국 좋은 조직구조란 박스를 잘 배열한 구조가 아니라, 일이 끊기지 않고 이어지는 '업무 동선'까지도 보이게 하는 설계여야 한다.
조직구조를 짤 때 "누가 누구에게 보고하는가"만 고려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일이 어디서 시작되고 어디로 흘러가야 하는가"를 먼저 체크한 뒤에 의사결정을 보면, 조직은 훨씬 더 자연스럽고 빠르게 움직일 수 있게 된다.
다만 현실에서는 이론처럼 흘러가지 않는다.
실제로 조직구조를 설계한 이후에도 실제 운영 과정에서 드러나는 문제들을 바탕으로 부서 간 협의와 조정을 여러 차례 거치며 동선을 다듬어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리고 조직구조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각 조직의 역할과 책임, 권한이 명확히 정의되어야 소위 실질적으로 일이 굴러간다.
어디에 무슨 일이 있고, 누가 결정하며, 누구와 협업하는지가 명확해야 동선이 작동한다.
(※ 조직 형태별 구체적 설계는 2회차에서, 역할과 책임의 실제 정의와 운영은 역할과 책임(R&R) 장에서 다루기로 한다.)
조직구조는 단순한 표가 아니다. 전략이 흐르고, 문화가 형성되고, 성과가 만들어지는 "조직의 뼈대이자, 전략지도"이다.
현재 우리 조직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 – 빠른 의사결정도, 답답한 부서 간 벽도 – 모두 현재 조직구조의 결과일 수 있다. 그래서 조직의 문제를 '사람 탓'으로 돌리기 전에, 먼저 '조직구조'를 점검해야 한다.
1회차에서 우리는 두 가지를 확인했다.
첫째, 우리가 어디에 있는가. 조직이 마주한 복잡성의 수준, 성장 단계, 그리고 적정 통제범위를 파악하는 것이 조직구조 설계의 출발점이다.
둘째, 어떤 관점으로 볼 것인가. 사업전략과의 정합성, 리소스 운영의 효율성, 그리고 일의 실제 흐름이라는 세 가지 관점에서 조직구조를 입체적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점을 확인했다.
이제 조직구조는 어떻게 설계하고, 조직도에는 무엇을 담을 것인가?
2회차에서는 조직구조에서 실제로 보여줘야 하는 세 가지를 다룬다.
누가 결정하는가, 어디서 무슨 일을 하는가, 그리고 일이 어떻게 흘러가는가.
조직의 뼈대를 실제로 어떻게 설계하고 그리는지를 구체적으로 살펴볼 것이다.
Chandler, A. D. (1962). Strategy and Structure: Chapters in the History of the American Industrial Enterprise. MIT Press.
Davis, R. C. (1951). The Fundamentals of Top Management. New York: Harper & Brothers.
Ringelmann, M. (1913). Recherches sur les moteurs animés: Travail de l'homme [Research on animate sources of power: The work of man]. Annales de l'Institut National Agronomique, 2e série, tome XII, 1-40.
Barneveld, K., & Tuk, T. (2017). ING's agile transformation. McKinsey Quarterly, Janu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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