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관리-②변화는 사람을 통과한다

사람을 위한다면, 구조를 디자인하라

by Serena

제도가 바뀌었다고 해서, 구성원의 행동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

완벽하게 설계된 평가제도는 1년 만에 유명무실해졌다.

정교하게 만든 역량모델은 조직 개편 한 번에 사라졌다.

공들여 구축한 성과관리 시스템은 현장에서 전혀 다른 방식으로 운영되었다.

설계가 부족했던 걸까. 실행이 느슨했던 걸까. 아니다.

변화는 제도가 아니라 행동에서 완성된다.

변화는 보고서에서 일어나지 않는다.

구성원의 일상에서, 현장의 행동에서 일어난다. 그리고 그 행동의 주체는 사람이다.


그렇다면 사람을 설득하면 되는가.

좋은 의도와 명확한 논리가 있다면 사람은 움직일 것이라고 믿고 싶지만, 현장은 그렇게 작동하지 않는다. 설득은 방향을 줄 수 있다. 그러나 행동을 바꾸지는 못한다. 행동은 논리가 아니라 그 사람이 놓인 환경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이다. 행동경제학은 인간이 항상 합리적으로 판단하지 않으며, 선택이 맥락과 제시 방식에 따라 예측 가능한 방식으로 달라진다는 점을 반복해서 보여주었다. 같은 정보라도 어떻게 배치되고 무엇이 기본값으로 설정되는지에 따라 선택은 달라진다. 행동경제학의 대표적 도서인 '넛지(Nudge)'에서도 설명하듯, 선택 구조가 바뀌면 행동도 따라온다. 말은 논쟁을 낳지만, 설계된 환경은 조용히 행동을 바꾼다.


행동은 의지보다 구조를 따른다.

사람이 다르게 움직일 수밖에 없는 조건을 설계해야 한다.


변화 앞에 저항은 신호다


변화를 이해하는 관점을 이 글에서는 두 가지로 나누어 보고자 한다.

하나는 개인의 차원이다. 누가 왜 저항하는지, 그 뿌리가 어디에 있는지를 읽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조직의 차원이다. 개인의 반응들이 조직 안에서 뒤섞일 때 어떤 흐름이 만들어지는지를 보는 것이다. 변화는 개인을 이해하는 것만으로는 완성되지 않는다. 결국 움직여야 하는 것은 조직 전체이기 때문이다.


첫 번째, 개인의 차원이다.

변화 앞에서 저항이 나오는 것은 자연스럽다. 의지의 문제가 아니다. 뇌는 새로운 상황을 위협으로 읽는다. 편도체가 경보를 울리고 감정이 먼저 반응한다. 이것은 태도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의 본능적인 작동 방식이다.

조직심리학 연구들은 변화에 대한 저항을 크게 세 가지로 설명한다. 변화의 논리 자체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인지적 저항, 논리는 이해하지만 감정적으로 거부하는 감정적 저항, 말과 행동으로 직접 반대 의사를 드러내는 행동적 저항이다. 같은 "저항"처럼 보여도 뿌리가 다르기 때문에, 접근법도 달라야 한다.


첫째, "이 변화가 정말 필요한가"라는 인지적 질문이다.

이 질문에는 사실과 팩트를 기반으로, 맥락과 함께 소통해야 한다. 왜 지금인지, 변화하지 않으면 어떤 위험이 있는지를 투명하게 보여줘야 한다. 감정적 설득보다 데이터와 현실이 더 강하다.

둘째, "나는 이 변화가 불편하다"는 감정적 반응이다.

여기에는 설명이 아니라 인정과 공감이 먼저 필요하다.

"그럴 수 있다"는 한 문장이 열 마디 논리보다 강하다. 변화로 인한 손실에 대한 두려움, 익숙한 방식에 대한 애착은 논리로 해소되지 않는다. 먼저 공감해야 그다음이 열린다.

셋째, "나는 참여하지 않겠다"는 행동적 거부다.

이 경우 설득은 대부분 효과가 없다. 참여하지 않아도 되는 구조가 있기 때문에 참여하지 않는 것이다. 구조가 바뀌지 않으면 행동도 바뀌지 않는다.


세 가지 저항은 겉으로는 비슷해 보인다. 모두 "변화에 반대하는 사람"으로 읽힌다. 그래서 조직은 흔히 같은 방식으로 대응한다. 설명회를 열고, 자료를 만들고, 논리를 강화한다. 그런데 인지적 질문에는 통할 수 있어도, 감정적 반응에는 오히려 역효과가 나고, 행동적 거부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저항의 뿌리를 읽지 못하면, 아무리 공을 들여도 엉뚱한 곳을 두드리는 셈이다.

그중 가장 깊은 골은 행동적 거부에 해당한다. 인지적 저항은 근거 제시, 감정적 저항은 공감으로 접근을 시도해서 어느 정도 해소가 가능하다. 그러나 행동적 거부는 어떠한 설득도 닿지 않을뿐더러 오히려 설득으로 인해 저항이 강해질 수도 있다. 참여하지 않아도 되는 구조가 존재하는 한, 행동은 바뀌지 않는다. 이것은 사람의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로 해소해야 한다.


두 번째, 조직의 차원이다.

개인이 저마다 나름의 이유로 반응해도, 그것이 조직 안에서 뒤섞이면 전혀 다른 역학이 작동한다.

개개인의 합리성이 집단 안에서는 혼란이 되기도 하고, 반대로 개인은 합리적이지만 집단사고로 인해 개인의 판단과는 다른 집단의 선택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그래서 조직 안의 변화관리 핵심은 개인의 반응을 하나하나 읽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조직 전체가 변화의 시간을 통과하면서 집단적으로 어떤 감정의 파동을 겪는지를 함께 봐야 한다.

저항은 그 파동의 일부일 뿐, 변화의 여정은 저항보다 훨씬 길고 복잡하다. 나는 이 집단의 흐름을 설명하는 언어를 지니 다니엘 덕의 『The Change Monster』에서 찾았다.

그녀가 말하는 '몬스터'란 변화를 가로막는 외부의 적이 아니다. 변화 과정에서 조직 안의 모든 사람이 크고 작게 마주치는 두려움과 감정 그 자체로 본다. 몬스터는 없앨 수 없다. 길들여야 한다. 그리고 길들이기 위해서는 먼저 조직이 통과하는 변화의 여정을 이해해야 한다.

덕은 변화가 이루어지는 여정을 다섯 단계로 설명했다.

침체기 — 변화의 필요성조차 감지하지 못한 채 현상 유지에 안주하는 시기.

준비기 — 변화의 방향이 잡히고 "이번엔 될 것 같다"는 기대가 생겨나는 시기.

실행기 — 실제 실행이 시작되면서 현실과 기대의 간극이 드러나고 혼란과 냉소가 번지는 시기.

결정기 — 초기 성과가 보이기 시작하며 "우리가 해낼 수 있다"는 확신이 생겨나는 시기.

결실기 — 새로운 방식이 일상이 되고 변화가 조직에 뿌리내리는 시기.

그녀는 그중 실행기를 '몬스터 구간'이라 불렀다. 준비할 때의 기대감은 사라지고, 아직 성과는 보이지 않으며, 지지하던 사람들조차 흔들리는 시기다. 개인의 저항이 가장 거세게 표면으로 올라오는 것도 바로 이 구간이다. 인지적 질문은 날카로워지고, 감정적 반응은 냉소로 굳어지며, 행동적 거부는 침묵과 무관심으로 번진다. (참고: Jeanie Daniel Duck, 『The Change Monster』, Crown Business, 2001)


실제 현장도 다르지 않았다. 도입 초기에는 분위기가 나쁘지 않다. 방향도 잡혔고, 사람들도 고개를 끄덕인다. 그런데 막상 실행에 들어서면 어느 순간 공기가 달라진다.

불안이 번지고, 냉소가 나오고, 처음엔 지지하던 사람들조차 흔들리기 시작한다.

"왜 갑자기 이렇게 됐지?" 당황하는 리더들을 현장에서 적지 않게 봤다. 그러나 그것은 갑작스러운 일이 아니다. 어느 조직에서나 변화를 맞이할 때 반드시 통과하는 구간이다.

대부분의 조직은 이 구간에서 설득을 강화한다.

더 많은 설명회, 더 많은 자료, 더 정교한 논리를 내세운다.

그러나 감정의 파동은 사실과 정보로 잠재워지지 않는다. 사람들은 더 많은 설명이 아니라, 이 혼란이 정상이라는 인정과 안전하게 지나갈 수 있는 구조를 원한다.

변화 초기에 가장 날카롭게 질문을 던지던 사람이, 나중에 가장 강한 지지자가 되는 경우를 적지 않게 봐왔다. 실제로 들여다보면, 그들의 질문은 변화를 막으려는 저항이 아니었다. 자신의 자리가 이 변화 이후에도 의미 있는지 확인하려는 시도였던 것이다.

무관심한 사람은 질문하지 않는다. 오히려 날카로운 질문은 그 변화에 진지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신호라고 봐야 한다.


<그림1. 변화의 여정 5단계 이미지 - '체인지몬스터'를 참고해서, 실제 상황으로 대비해서 창작>

change-monster-infographic (3).png


저항은 억눌러야 할 대상이 아니다. 방향을 잡아주면 에너지가 된다.

오히려 아무 반응이 없는 조직이 더 위험하다. 침묵은 수용이 아니라 포기의 신호일 때가 많다.

변화를 받아들이는 속도는 사람마다 다르다.

먼저 움직이는 소수가 있고, 지켜보는 다수가 있고, 끝까지 버티는 사람들이 있다.

변화의 전환점은 먼저 움직인 소수가 아니다. 지켜보던 다수가 움직이기 시작하는 순간이다.

그런데 그 다수는 왜 지켜보는가. 확신이 없어서가 아니다. 확인하고 싶은 것이 있어서다.

이 변화 안에 내가 설 자리가 있는가.

그 질문에 말로 답하는 것과 구조로 답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무게를 갖는다.


구조가 참여를 만든다


입사하고 다음 해 인원수가 3배로 급성장 중이던 한 회사에 OKR을 도입했다.

그 회사에는 그때까지도 개인이 목표를 기록하지 않았다. 목표수립이 없으니 목표 수정도 하지 않았으며, 피드백은 평가 시에 남기는 것이 전부였다. 규모가 작을 때는 문제가 드러나지 않았다. 경영진과 리더가 개인들의 성과를 직접 파악하는 데 어려움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직이 커지면서 그 방식이 한계에 부딪혔다. 직접 파악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자, 무엇이 중요한지 모두가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사실은 사람마다 달랐다는 것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목표수립 시작과 OKR 도입을 이야기하자 반응은 예상과 다르지 않았다.

"우리는 이미 목표 관리하고 있는데요." "지금도 바쁜데 HR 때문에 일이 늘어나는 거 아닌가요." "결국 평가 자료 만들려는 거 아닌가요."

변화의 논리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인지적 저항, 변화 자체가 불편한 감정적 반응, 그리고 참여를 거부하려는 행동적 거부가 한꺼번에 쏟아졌다. 앞서 말한 세 가지 저항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사실 그들이 말하는 '목표 관리'는 프로젝트 일정과 과제 진행을 챙기는 것이었다. 성과관리가 아니라 업무 관리였다. 먼저 그 차이를 설명했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무의미한 것이 아니라, 그 업무가 성과로 이어지는 흐름을 만드는 것이 목적이라는 것을. 그리고 기존의 업무 관리와 성과관리가 따로 돌지 않도록, 둘을 연동할 수 있는 구조를 함께 설계했다.


먼저 목표를 수직으로 연결했다.

전사–조직–개인 목표를 한 화면에서 볼 수 있게 만들었다.

내가 세운 목표가 팀의 목표와 어떻게 이어지고, 그것이 다시 전사 목표와 어떻게 연결되는지 직접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그저 주어진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던 사람들이, 자신의 일이 조직의 성과로 이어지는 흐름을 눈으로 확인하는 순간 달라졌다. 나의 기여가 보이면 동기가 생긴다. 목표관리는 거창한 것이 아니다. 내가 하는 일이 조직에 어떻게 기여되는지 확인하는 것, 바로 거기서 시작된다.


다음으로 성과 인센티브를 조직과 개인의 목표와 연동했다.

개인의 동기만으로는 조직 전체를 움직이기 어렵다. 개인의 성과와 조직의 성과가 구조적으로 연결되어야 했다. 조직 목표가 달성되어야 개인 보상이 극대화되는 구조였다. 개인 성과가 아무리 좋아도 조직이 성과를 내지 못하면 보상이 제한되었다. 반대로 조직이 함께 목표를 달성하면 개인도 더 큰 보상을 받았다. 참여를 독려하지 않았다. 참여가 합리적 선택이 되도록 구조를 만들었다.


마지막으로 변화의 주체를 현장에 두었다.

목표 연결과 인센티브 연동만으로는 제도가 내재화되기에 부족했다. 구조를 설계하고 시스템을 구축해도, 그것을 실제로 작동시키는 것은 결국 현장의 구성원과 리더들이었다. 제도가 아무리 잘 만들어져도 현장이 수동적으로 따르는 데 그치면 절반의 변화에 불과하다. 그들이 능동적으로 받아들이고 스스로 운영의 주체가 되어야 했다.

각 조직의 리더가 현장의 Key Man을 OKR 코디로 직접 선정했다.

이들은 제도의 전달자가 아니라 조직 리더의 목표수립과 성과관리를 실질적으로 지원하고, 구성원의 목표가 조직 목표와 연결되도록 돕는 역할을 맡았다. 목표가 흔들릴 때 조정하고, 피드백이 끊길 때 다시 연결하는 것이 이들의 일이었다. HR은 매월 전사 코디 회의체를 통해 조직별 이슈를 공유하고 전체 흐름을 이었다. 제도는 중앙에서 설계했지만, 운영은 현장에서 살아 움직였다.


그렇게 운영하고 2년 차를 맞이하던 해에 흥미로운 일이 일어났다.

도입 초기 가장 날카롭게 문제를 제기하고 불만을 쏟아냈던 구성원이 OKR 코디로 자원했다. 그리고 그가 속한 조직이 가장 먼저 모범사례가 되었다. 개선 아이디어를 가장 많이 내놓은 것도 그 구성원이었다.

단지 그 에너지에 방향을 주었을 뿐이다.

첫해를 마무리하며 OKR 코디들에게 감사패와 선물을 전달했고, 그 회사의 OKR 운영 사례는 HR 잡지 우수사례 인터뷰로 소개되었다.

그리고 어느 순간, 회사의 곳곳에서 구성원들의 질문과 대화의 내용이 바뀌어 있었다.

"왜 해야 하죠?" 대신 "이 목표를 이렇게 조정해 보면 어떨까요?", "올해 OKR을 어떻게 변경할까요?"라는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

제도를 받아들인 것이 아니었다. 제도를 자기 것으로 쓰기 시작한 것이었다.

설득이 만든 변화가 아니었다. 구조가 만든 전환이었다.


<그림2. OKR 도입 사례로 보는 현장이 참여하는 변화관리>

okr-infographic.png


설득하지 말고, 설계하라


변화를 잘하는 조직은 변화를 특별한 이벤트로 취급하지 않는다. 대신 습관처럼 묻는다.

지금 이 방식이 최선인가. 더 나은 방법은 없을까.

이러한 질문이 반복될 때, 변화는 이벤트가 아니라 일상이 된다.

이제는 더 이상 변화가 간헐적으로 찾아오는 시대가 아니다. 산업 구조가 재편되고 기술이 가속되는 환경에서, 변화는 몇 년에 한 번 있는 대형 프로젝트가 아니라 매 분기, 어쩌면 매달 새로운 판단을 요구하는 연속적인 과정이 되었다. 이러한 환경에서 "사람을 설득하자"는 접근은 점점 한계를 드러낸다.

사람은 설득으로 잠시 움직일 수 있다. 그러나 오랫동안 의도대로 움직이게 하려면 환경이 필요하다.

참여를 요청하는 것과, 참여가 자연스러운 선택이 되도록 만드는 것은 다르다.

전자는 의지에 기대고, 후자는 구조에 기댄다.

저항이 나올 때 억누르는 것이 아니라 방향을 잡아주는 구조,

혼란의 구간을 실패로 보지 않고 정상으로 인정하는 구조,

참여가 강요가 아니라 합리적 선택이 되는 구조.

이것이 변화관리가 실제로 작동하게 되는 방식이다.

우리는 종종 사람을 바꾸려 한다.

그러나 실제로 바꿔야 할 것은 환경이다.

사람은 구조를 따른다. 그리고 그 구조는 누군가의 설계에서 시작된다.

지금 당신의 조직에서는 어떤 구조가 어떤 행동을 만들고 있는가. 변화는 그 질문에서 시작된다.


참조 및 참고자료

Jeanie Daniel Duck, 『The Change Monster』, Crown Business, 2001

리처드 탈러·캐스 선스타인, 『넛지(Nudge)』, 안그라픽스, 2009 (초판)


이전 06화변화관리-①변화는 있었다. 그런데 조직은 왜 그대로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