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지금 어떤 국면에 있는가

성장과 진화를 통해 살아남는 조직을 위하여.

by Serena

조직은 시간이 지나면서 형태를 바꾼다.

사람이 바뀌고, 사업이 바뀌고, 환경이 바뀐다.

어떤 조직은 커지면서 구조가 복잡해지고,

어떤 조직은 사업 전환을 겪으며 성숙했던 구조가 다시 초기로 돌아가기도 한다.

두 개 이상의 성장 단계를 동시에 살아가는 조직도 있다.


그래서 조직을 이해할 때 필요한 질문은 "얼마나 성장했는가"가 아니다.

지금 어떤 국면에 있는가.

이 글은 이 질문에서 출발했다.


조직을 읽는다는 것


조직을 성장단계로 보면 각 국면에서 조직이 어떤 구조를 필요로 하는지가 보인다.

창업 초기를 이끈 자유로움은 성장기에 혼란이 되고,

성장기를 안정시킨 체계는 성숙기에 관료화로 느껴진다.

어제의 성장 동력이 오늘의 제약이 되는 것이다.

한 단계를 넘어설 때마다 조직은 익숙한 것을 버려야 하는 순간을 맞는다. 그리고 지금의 시대상황은 그 순간이 더욱 빠르고 복합적으로 찾아오게 한다.

성장이 선형이지 않다는 것, 이것이 지금 조직을 읽을 때 가장 먼저 알아야 할 전제다.

조직은 그러한 성장통을 겪으면서 다음 단계로 나아간다.


HR 아키텍처, 즉 설계도의 관점으로 구조를 보면 제도 간 정합성이 만들어내는 시너지가 보인다.

반대로 제도들이 서로 어긋날 때 — 채용 기준과 성과관리가 다른 방향을 가리키고, 평가와 보상이 따로 움직일 때 — 조직 안에서 의도하지 않은 결과들이 생겨난다.


숲 안에서는 숲이 변하고 있다는 것을 알기 어렵다.

지금 이 팀, 이 본부가 아니라 조직 전체를 시간과 설계도의 흐름 위에 놓고 봐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다. 조직 안에 있으면서도 조직을 밖에서 보듯 읽을 수 있게 되는 것,

그것이 성장단계와 설계도의 관점에서 구조를 봐야 하는 이유다.


그런데 조직이 변화할 때마다 그 모든 것을 제도와 구조로 재단할 수는 없다.

새로운 국면마다 규칙을 다시 짜고 시스템을 새로 얹는 것만으로는 조직이 온전히 작동하지 않는다.

어떤 상황에서도 조직 구성원이라면 누구나 같은 방향으로 판단할 수 있는 기준,

말하지 않아도 공유되는 원칙이 필요하다.

시간이 흐르면서 일관되게 쌓인 윤리와 가치관, 거버넌스가 바로 그것이다.

조직은 그것이 쌓일 때 비로소 규모와 나이에 맞는 격을 갖춰간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결국 하나의 관문을 통과한다.

변화다.

조직이 성장하든, 진화하든, 제도를 새로 짜든. 그 움직임이 조직 안에서 실제로 뿌리를 내리려면 구조들 간 정합성이 맞도록 설계되어야 한다. 아무리 완벽한 설계도라도 사람들의 행동으로 내재화되어야 비로소 의미를 갖는다.

변화관리는 바로 그 과정이다. 변화의 성격을 읽고, 조직 안에서 체화되도록 사람을 통과해야 한다.


그래도 변하지 않는 것들이 있다


새로운 기술과 혁신이 등장할 때마다 사람들은 늘 불안과 불확실성을 이야기해 왔다.

인터넷이 그랬고, 모바일이 그랬다. 지금의 AI도 다르지 않다.

더 적은 사람이 더 많은 일을 하는 구조.

끊임없이 재정의되는 역할.

계속 바뀌는 성과의 기준.


이 변화의 속도는 앞으로 더 빨라질 것이다.

그럼에도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

조직은 사람으로 움직이고, 사람은 구조 안에서 행동한다.


많은 조직이 구조와 제도는 그대로인 채 문화가 바뀌기를 기대한다. 혹은 제대로 된 역할 설계 없이 리더 개인의 역량에 기대어 조직이 움직이기를 바란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조직은 쉽게 움직이지 않는다.

이 연재가 말하고 싶었던 것도 바로 그것이다.

구조가 바뀌어야 행동이 바뀌고, 행동이 쌓여야 문화가 된다.


지금이야말로 숲을 볼 때


HR은 정원사의 시각을 가져야 한다.

정원사는 나무 하나만 보지 않는다. 토양과 햇빛, 계절과 전체 균형을 먼저 읽는다. 그리고 그 조건 안에서 무엇이 함께 자랄 수 있는지를 설계한다. 억지로 자라게 하지 않는다. 조건을 만들고 균형을 살핀다.

사실 이 시각은 지금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다만 과거에는 조직이 비교적 선형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이었다. 시장은 지금보다 안정적이었고, 성장의 방향도 비교적 예측 가능했다. 그 환경에서는 정원사의 시각이 없더라도 조직이 어느 정도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지금은 다르다.

성장이 선형이지 않고, 사업의 경계가 빠르게 바뀌고, 조직은 여러 국면을 동시에 살아간다. 그래서 정원사의 시각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필수이다. HR은 조직 전체를 시간과 구조의 흐름 위에 놓고 틈틈이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시선은 HR 안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비즈니스가 어떤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시장이 무엇을 요구하는지를 함께 읽을 수 있어야 비로소 조직 전체가 보인다. HR의 시각을 가지면서 동시에 비즈니스의 흐름을 읽을 수 있어야 정원 전체를 설계할 수 있다.


정원사의 역할은 구조를 설계했다고 끝이 아니다.

새로운 환경에서 숲 안의 나무들이 잘 자라려면 계절마다 들여다보고, 균형이 어긋나면 다시 조율해야 한다.

그 과정이 바로 변화관리다.

결국 목적은 새로운 변화가 숲 안에서 다른 식물들과 조화를 이루며 스스로 뿌리를 내리게 하는 것이다.


우리는 늘 어떤 조직 안에서 살아간다.

그 안에서 사람들이 매일 몸으로 경험하는 것은 선언된 문화가 아니라, 실제로 작동하는 구조다.


조직은 여전히 사람으로 움직인다.

사람은 여전히 구조 안에서 행동한다.


그래서 문화는 구조를 타고 흐른다.


여기까지 함께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이 글이 조직을 입체적으로 이해하는 데 작은 도움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 연재를 마칩니다. ♣





이전 07화변화관리-②변화는 사람을 통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