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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록자 곁 May 24. 2022

지속하는 삶을 위해, 가장 먼저 버린 것은.

日刊 | 자람의 기본 002


日刊 | 자람의 기본 002

지속하는 삶을 위해

가장 먼저 버린 것은.


저는 지속하는 삶을 위해 가장 먼저 "죄책감"을 버렸습니다. 검은 방 안에서 하얀 눈 부라리며 노려보던 나를 용서한 순간 또한, "죄책감"을 버리면서부터였죠. 내가 왜 그런 선택을 했지? 나 때문에 이런 일이 일어난 걸까? 내가 못나서 부모님이 힘든 걸지도 몰라 등등. 후회보다 짙고 거무 튀튀 한 죄책감이란 것을 지금 당신도 가지고 있지 않나요? 후회와 반성은 병마를 걷어내는 의사의 메스라면, 죄책감은 안 그래도 유약해진 몸 위에 긋는 녹슨 커터칼 같은 것입니다.


당신은 하소연합니다. 지속하는 게 힘들어요. 또는 예전처럼 실패할까 봐 아무것도 할 엄두가 안 나요.라면서. 끝없는 자기 탓 끝에 불안이 높아지고, 불안은 결국 죄책감으로 고여있게 됩니다. 허우적거릴수록 빠지게 되는 늪처럼. 무기력, 슬럼프. 그리고 포기. 더욱 큰 어두운 감정을 마주하게 됩니다.



자, 이렇게 생각해봅시다. 죄책감을 "나"라는 집의 문 앞에 방치한 쓰레기 더미라고. 그걸 치우지 않고 그대로 두면 썩어 악취가 나게 되고, 악취 때문에 남들은 눈치를 주고, 그로 인해 집 밖을 나서지 못하는. 아무런 시도조차 하지 못하게 만드는 게, 바로 죄책감입니다.



삶을 바꾸고 싶다면, 나는 당신이 가진 죄책감을 어서 버리기를 부디 바랍니다. 수년만에 깨끗해진 현관 앞을 나설 때 표정을 상상해보세요. 저는 그 순간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어요. 밤새도록 죄책감을 버리던 그날, 약간은 지쳤지만 홀가분했던 몸. 떨리는 손바닥으로 힘껏 문을 열어젖히고 만난 새벽의 하늘. 지치는 줄도 모르고 공원으로 달려가 들이켰던 푸르스름한 첫 숨 같은 것을요.


다시 한번 주문처럼, 선언으로 되뇌었으면 좋겠습니다.

나는, 그리고 우리는 잘못하지 않았습니다. 잘못되지도 않았습니다.


우리는 죄가 없습니다.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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