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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록자 곁 May 23. 2022

[잘]을 "잘"빼는 것부터 시작하기

日刊 | 자람의 기본 001


日刊 | 자람의 기본 001

[잘]을

"잘"빼는 것부터

시작하기



시작부터 헤매는 사람이 있다. 내가 그런 사람이었다. 소위 말하는 [완벽주의자] 성향. 자꾸만 타이밍을 놓치는 상황에 실망과 좌절이 쌓여가고 있었다. 발 밑이 무너지는 걸 그저 바라보는 기분. 나는 바뀌어야만 했다. 시간을 들여 완벽주의자란 무얼까 생각해보았다. 완성도에 집착하는 사람? 꼼꼼하게 계획한 대로 하려는 사람?... 아니다, 그런 면이 없는 건 아니지만, 단지 그런 이유로 시작이 어려운 게 아니었다. 


나는 [잘]하는 것에 집착했다.


[잘]한다는 심리 속에는 남의 시선이 있다. 타인에게 잘한다는 인상을 주고 싶다는 욕구. 다이어리의 첫 장을 항상 찢어버렸던 이유는, 실수와 오류 하나 없이 [잘] 하는 걸 증명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찢은 종이가 쌓여가고 그만큼 불안이 즐비해졌다.


그러던 중 우연히 듣게 된 강원국 선생님의 글쓰기 강연. 머뭇거림을 단번에 고친 한 문장을 만났다. 신발끈만 고르던 내가, 얼른 끈을 고쳐 묶어 발을 집어넣고, 다리를 편 후 당장 달리게 만든 말이었다.


"글을 잘 쓰고 싶다면, 무작정 쓰십시오. 그리고 거기서 [잘]을 빼면 됩니다."


멍하니 문장을 오래 곱씹어보았다. 그리고 내가, [잘]이라는 울타리 안에 가능성을 가두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신기하기도 [잘]을 잘 뺀 순간부터, 기록과 공부, 식사, 일, 운동 등 삶의 대부분의 영역에서 스타트 시간이 빨라졌다. 마치 제로백처럼. 거침없이 도전하고, 즐겁게 성공하며 지혜롭게 실패하는 주행을 하게 된 것이다. 좁은 울타리가 아닌 넓디넓은 가능성 속에서.


오늘도 마음속에 [잘]이 있는지 "잘" 살펴본다. [잘]하려 하다가 놓친 무한한 기회를 아까워하고 타인의 빛남을 빤히 바라보기만 했던 시간, 불만 가득한 목격자였던 나는 이제, 없다.





#비하인드

건강하게 먹는 것을 잘 전시하려는 마음에 한동안 시달렸다. 완벽한 그릇, 완벽한 형태, 완벽한 재료를 신경 쓰느라 나중에는 원하는 것이 없으면 식사를 거르거나 그날 먹는 걸 포기했다. 지금은 전혀 달라진 모습. [잘]을 빼고 나니 식사의 본질이 보였다. 냉장고를 열어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먹는다. 새롭거나 신기한 맛을 만나기도 한다. 부족한 재료의 여백을 알게 되었다. 지금 나의 식사는 재료만 건강한 것이 아닌 마음도 건강한 식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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