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력에 순응하는 자세에 관하여

방주(房主)와 쇠붙이의 대화

by 무명초

의자 뒤,

검은 쇠막대가 늑골처럼 서 있다.

한때 중력을 거스르던 기개는 꺾이고


이제는

중력에 가장 비굴하게 순응하는 자세로.


어제의 결심은

오늘의 젖은 이불을 받아내는 횡봉이 되었다.

가끔 매달려보는 손바닥엔

굳은살 대신

낯선 통증만 얇게 박힌다.


기억 속의 나는 가벼웠으나

쇠붙이에 닿은 육신은 유난히 무거워

단 몇 초의 비상조차

구걸하지 못한다.


방 한구석,

나보다 먼저 자리를 잡고 누운

저 거대한 무능이

벽에 길게 기대 나를 읽는다.


“야,

이불이나 마저 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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