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수학은 아닌 듯...
학창 시절, 우리는 종종 타인의 시선 끝에 서게 된다. 때로는 그 시선이 너무나 따뜻해서 부담스럽고, 때로는 너무나 냉정해서 서운하다. 나에게는 수학 시간의 '침묵'과 체육 시간의 '재촉'이 그랬다.
전날 분명히 풀어봤던 문제였다. 숫자도, 공식도 익숙했다. 하지만 분필을 쥐고 칠판 앞에 서는 순간, 머릿속은 하얀 칠판보다 더 하얗게 변해버렸다. 전개 과정 어디쯤에서 길을 잃었는지 알 수 없었다.
뒤통수로 쏟아지는 친구들의 시선, 그리고 내 옆에 서 계신 수학 선생님. 선생님은 아무 말씀도 없으셨다. 재촉하지도, 힌트를 주지도 않으셨다. 그저 수업이 끝날 때까지 묵묵히 나의 당혹감을 지켜보셨다. 마침내 종이 울리기 직전, 선생님은 내 어깨를 툭 치며 말씀하셨다.
"거의 다 풀었네. 여기만 이렇게 하면 돼. 자, 들어가라."
그건 배려였을까, 아니면 나를 시험대에 올린 고문이었을까. 어쨌든 그날 이후 나는 수학을 잘하게 되지는 못했다. 다만, 풀리지 않는 문제 앞에서 땀 흘리는 법만큼은 확실히 배웠다.
반대로 체육 시간은 너무나 빨랐다. 턱걸이 실기 평가 날, 배치기에 턱만 겨우 걸치는 꼼수를 써가며 열 개쯤 당기고 나니, 팔이 부들부들 떨려왔다. 하지만 분명 조금의 힘은 남아 있었다. 11개를 채울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마지막 기대를 품고, 나는 철봉에 대롱대롱 매달려 숨을 골랐다.
그 찰나의 순간, 체육 선생님의 날카로운 한 마디가 날아와 꽂혔다.
"야, 시간 끌지 말고 그냥 내려와!"
뒷사람을 위한 배려였겠지만, 내 마지막 '한 개'의 가능성은 그 말 한마디에 바닥으로 추락했다. 수학 선생님은 그토록 기다려 주시더니, 왜 체육 선생님은 단 5초를 기다려 주지 않으셨을까. 철봉에서 내려온 내 손바닥은 화끈거렸고 마음은 억울함으로 얼룩졌다.
세월이 흘러 나는 어른이 되었지만, 결론은 여전하다. 나는 여전히 수학을 못 한다. 하지만 가끔 삶이라는 문제 앞에서 전개 과정이 막막해질 때, 칠판 앞에서 기다려 주던 선생님의 침묵을 떠올린다. 그리고 무언가에 끈질기게 매달려 있을 때 누군가 내려오라고 재촉하면, 속으로 '아직 내 힘이 남았는지 당신이 어떻게 알아!'라며 소심한 반항을 해보기도 한다.
수학 점수는 얻지 못했어도, 그 시절의 상반된 두 온도는 내 기억 속에 나란히 박제되어 있다. 못하면 좀 어떤가. 칠판 앞에서 버텨봤고, 철봉 위에서 끝까지 매달려 본 기억이 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