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라는 이름의 세련된 수용소

편리함을 담보로 '고요함'을 저당 잡힌 현대인의 초상

by 무명초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이웃의 몰상식과 공동체의 의무를, 나는 오늘도 거실 한복판에서 강제 중계받는다.


"삐~ 딩동 댕동~~"


"층간소음주의 바랍니다."

"반려견 배설물을 치워주세요."

"집 안에서 흡연하지 마세요."


여기에 쉼 없이 들이닥치는 통제와 점검의 목록들.


"가스 점검입니다. 소방 점검입니다. 소독 시간입니다. 승강기 점검입니다. 동의서를 받으러 왔습니다."


나는 하루에도 몇 번씩 보이지 않는 '사감 선생님'의 지시를 받으며 편리함을 담보로 고요함을 저당 잡혔다. 누군가에게는 안식처일 이 공간이, 나에게는 타인의 허물을 함께 짊어져야 하는 피로한 공유지가 된다.


물론 이것은 아파트라는 거대한 시스템의 지극히 편협한 단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단면이 날카로운 칼날이 되어 나의 평온을 베어낼 때, 아파트는 현대인이 선택한 가장 세련된 형태의 '집단 수용소'로 변모한다.


"이상 관리 사무소에서 알려드렸습니다. ~ 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