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 웹보다 깊은 채굴지
수아의 눈동자 주변에서 붉은 경고등이 명멸했다.
"현우 씨... 칩이 자꾸만 '미반납 자산'을 반납하라고 강제 재부팅을 시도해."
네트워크가 끊기자 채굴봇이 데이터를 독점하려는 '은닉 행위'로 간주하고 그녀의 뇌를 들쑤시는 것이다.
나는 커플용 감정 교환 모드(P2P)를 활성화해 그녀의 손을 잡았다.
[P2P 동기화 감지: 상대방의 ‘미반납 채굴 원료’를 공유하시겠습니까?]
시야가 암전되었다가 수만 개의 파편화된 이미지들이 가득 찼다. 함께 먹었던 떡볶이의 매운맛, 비 오는 날의 눅눅한 냄새.
[로컬 관리자 알림: 자산 은닉 정황 포착. 네트워크 재연결 시 즉시 강제 징수 착수.]
"수아, 여길 나가면 안 돼. 나가는 순간 칩이 이 기억들을 뜯어갈 거야. 하지만 여기 있으면 과열로 뇌가 타버려."
도망칠 곳이 없었다. 그때, 내 머릿속에 낡은 플라스틱 상자가 떠올랐다. 온라인에 연결된 적 없는 10년 전의 '멍청한 하드디스크'.
"있어. 서버가 닿지 않는 유일한 요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