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화. 데드 존(Dead Zone): 침묵의 주파수

by 무명초

도시의 경계를 넘자 인터페이스들이 찢어졌다.


[연결 끊김: 중앙 서버와 통신할 수 없습니다.]


데이터의 공백을 채운 건 생전 처음 느껴보는 '선명함'이었다. 숲의 바람 소리, 수아의 주근깨가 거대한 해상도로 밀려 들어왔다. 하지만 평화는 오래가지 않았다. 중앙 서버는 마지막 신호 지점을 추적해 '정화 드론'을 보냈다. 칩이 오프라인 상태라 신경 마비 프로토콜이 지연되자, 시스템은 물리적 회수를 선택한 것이다.


[정화 드론 접근 중 - 거리: 300m... 140m... 50m]


[알림: 감정 데이터 동기화 강제 진행 중. 미승인 자산 추출 중.]


창문이 깨지며 붉은 레이저가 방 안을 훑었다. 나는 칩의 의료 디버그 포트를 열어 구형 케이블을 데스크톱에 꽂았다.


[위험: 데이터 무단 유출 감지. 뇌세포 강제 소각 중.]


관자놀이가 타버릴 듯한 고통 속에 10년 전 그래픽카드의 팬이 굉음을 내며 돌았다. 칩의 비상 모드는 오직 핵심적인 '감정 태그'만을 초고속으로 추출해 하드디스크로 쏘아 보냈다.


[백업 완료: 떡볶이의 매운맛(100%)... 수아의 흉터(100%)... 아버지의 미소(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