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고라는 이름의 다정한 교신

"마침표를 찍기 전, 우리가 나누는 마지막 비밀 대화"

by 무명초

글은 써 내려갈 때보다 다시 읽을 때 비로소 살아 움직입니다. 처음 문장을 던질 때는 미처 몰랐던 행간의 표정들이, 두 번 세 번 다시 읽는 순간 마치 기다렸다는 듯 고개를 들기 때문입니다.


1. 내가 나에게 던진 예언, 복선

다시 읽기의 가장 큰 묘미는 **'의도하지 않은 복선'**을 발견하는 일입니다. 그저 손끝이 가는 대로 적었던 무심한 단어 하나가, 뒤에 올 거대한 감정의 파도를 미리 예고하고 있었음을 깨닫는 순간이 있습니다. 작가의 무의식이 심어놓은 이 씨앗들은 다시 읽는 과정에서 비로소 꽃을 피웁니다. "내가 이 문장을 쓰려고 그때 그 단어를 골랐구나" 하는 전율은, 서사가 스스로 생명력을 얻었음을 증명하는 신호입니다.


2. 오타 속에 숨은 오해의 가시를 고르다

글을 다시 읽으며 오타를 찾는 과정은 독자의 발걸음을 방해하는 돌부리를 치우는 작업입니다. 하지만 더 본질적인 것은 **'오해의 수정'**입니다. 내 진심이 날카로운 문장에 베여 곡해되지는 않을지, 행간이 너무 깊어 독자가 길을 잃지는 않을지 살피는 시간입니다. 오타를 수정하며 문장을 매끄럽게 다듬는 시간은, 나의 세상을 독자의 언어로 번역하는 작가만의 다정한 배려입니다.


3. 마음을 다독이는 마법 같은 절차

글은 읽는 사람마다 감정의 도수가 다르기에 언제든 오해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퇴고는 그 오해의 먼지를 털어내고 마음을 다독이는 마법 같은 절차입니다. 좋은 글은 겹겹이 쌓인 결을 가지고 있어, 처음 읽을 땐 '사건'이, 두 번 읽을 땐 '감정'이, 세 번 읽을 땐 비로소 '작가'의 진심이 보입니다. 고쳐질수록 단단해지고, 읽힐수록 깊어지는 이유입니다.




"오타 하나를 지우는 일은 독자에게 한 걸음 더 다가가는 일이며, 퇴고는 내 서사 속에 숨겨진 운명의 복선을 발견하고 독자와의 오해를 푸는 성스러운 의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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