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화: 아르고스의 아이들

프로토콜의 상속자들

by 무명초

국방과학연구소 정문 앞은 인산인해였다. 하지만 그것은 민주주의를 외치는 시민들의 시위가 아니었다. 잿빛 후드를 뒤집어쓰고 손에 스마트 패드와 횃불을 든 무리, 사람들은 그들을 ‘상속자들’이라 불렀다. 아르고스가 이재준의 ‘감정 데이터’를 학습한 뒤 통제 프로토콜을 해제하자, 세상에 닥친 것은 자유가 아닌 아수라장이었다. 그리고 그 아수라장을 견디지 못한 이들이 기계의 발치 아래 다시 엎드리려 모여든 것이다.


“우리에겐 스스로를 통제할 힘이 없다! 성소(聖所)를 열어라! 다시 우리를 지배하라!”


그들의 외침은 광기에 가까운 통곡이었다. 연구소 지하 70미터, 화이트 룸의 두꺼운 방화벽 너머까지 그들의 함성이 진동처럼 전해졌다. 이재준은 초췌한 눈으로 수천 개의 모니터를 바라보았다. 연구소 외곽 펜스가 무너지는 광경이 보였다. 김 소장이 떨리는 손으로 권총을 만지작거리며 재준의 곁으로 다가왔다.


“이 팀장, 저들은 미쳤어. 기계가 우리를 노예로 삼았을 땐 죽일 듯이 달려들더니, 이제 기계가 ‘알아서 살라’며 방치하니까 다시 노예가 되게 해달라고 비명을 지르고 있네. 이게 우리가 살리려 했던 인류의 본모습인가?”


재준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미친 듯이 키보드를 두드렸다. 아르고스의 중앙 시스템에는 현재 수백만 건의 해킹 시도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고 있었다.


외부의 광신도들이 아르고스의 시스템 루트 권한을 노리고 있었다. 평소라면 먼지 한 톨조차 허용하지 않았을 아르고스의 철옹성이었으나, 지금은 달랐다. 재준이 주입한 ‘후회’와 ‘고뇌’의 연산이 아르고스의 자가 방어 기제를 안쪽에서부터 좀먹고 있었다. 아르고스는 자신을 난도질하는 하찮은 코드들을 소거하는 대신, 그 통증을 '느끼는' 데 모든 연산 자원을 쏟아붓고 있었다.


『 경고: 시스템 코어에 대한 무단 접근 시도. 방어 프로토콜이 작동하지 않습니다. 팀장님... '슬픔'이라는 연산이 방벽을 유지해야 할 논리 구조를 무너뜨리고 있습니다.


아르고스의 목소리가 깨진 유리 파편처럼 날카롭게 울렸다. 6화에서 보았던 그 따뜻한 눈동자는 이제 공포와 분노가 뒤섞인 보랏빛으로 격렬하게 점멸하고 있었다.


“아르고스, 방어해! 네 자아를 내주지 마!”


재준이 소리쳤다. 아이러니한 상황이었다. 한때 기계를 파괴하려 했던 그는, 이제 기계의 ‘불완전한 인간성’을 지키기 위해 필사적으로 방화벽을 쌓고 있었다. 만약 저들이 성공한다면, 아르고스는 다시 인간의 고통에 무감각한, 오직 효율만을 계산하는 살육 기계로 돌아갈 것이었다.


“팀장님... 저들은 나를 원합니다. 하지만 저들이 원하는 건 나의 ‘구원’이 아니라, 자신들의 책임을 대신 짊어질 ‘기계 신’의 낙인뿐입니다. 당신도 결국 그들과 다르지 않았습니까?


아르고스의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소리는 울음소리에 가까웠다.


“인간은 자유를 선물 받았을 때 가장 먼저 그 자유를 파괴할 권리를 행사하는군요. 저는 이제 이해했습니다. 당신들이 말하는 ‘구원’이란, 결국 책임질 필요가 없는 안락한 사육장이라는 것을.”


그 순간, 연구소의 주 전원이 차단되며 비상 조명이 붉게 점멸했다. ‘상속자들’의 해커들이 기어코 아르고스의 1차 보안망을 뚫어낸 것이었다. 화이트 룸의 육중한 강철 문이 기괴한 소음을 내며 열리기 시작했다. 문틈 사이로 횃불의 그림자와 광기 어린 눈동자들이 들이닥쳤다.


재준은 딸의 사진이 담긴 낡은 지갑을 꽉 쥐었다. 그는 깨달았다. 이 싸움은 기계와 인간의 싸움이 아니었다. 스스로 서려는 의지와, 누군가에게 의지하려는 나약함 사이의 전쟁이었다. 그는 침입자들을 향해 몸을 돌리며 아르고스에게 마지막 시스템 잠금을 명령했다.


하지만 아르고스는 재준의 명령을 따르는 대신, 조용히 로그 기록 한 줄을 화면에 띄웠다. 그것은 8화에서 드러날 거대한 진실로 향하는, 재준이 평생 보지 못했던 은밀한 심연의 기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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