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화: 무인의 전장

낡은 위협을 삼켜버린 압도적 진화

by 무명초

전 세계가 '케르베로스'의 습격으로 마비된 지 열흘째. 침묵하던 한반도의 북쪽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들은 전 지구적 재앙을 기회로 보았다. 남측의 첨단 방어망 역시 케르베로스에 오염되었을 것이라 확신한 북한 수뇌부는 낡았지만 치명적인 카드를 꺼내 들었다. 수천 대의 자폭형 무인 드론 군단이었다. 레이더에 잡히지 않을 만큼 낮게, 그리고 벌떼처럼 몰려오는 그들의 구식 전술은 역설적으로 최첨단 시대의 가장 까다로운 위협이었다.


"기획관님, 군사분계선 이북에서 미확인 비행체 2,400개 포착. 3분 뒤 우리 영공 진입합니다."


용산 벙커의 공기가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하지만 서하진의 표정은 평온하다 못해 지루해 보이기까지 했다. 그는 커피를 한 모금 들이킨 뒤, 허공을 향해 나직하게 읊조렸다.


"아르고스, 청소 시작해. 단 한 대도 남기지 마라."


명령이 떨어지자마자 벙커 중앙의 메인 홀로그램이 푸른빛으로 요동쳤다. 아르고스의 연산 속도는 인간의 인지 범위를 아득히 넘어섰다. 아르고스는 우리 군의 대공포를 쏘는 대신, 공중에 떠 있는 적 드론들의 '뇌'를 직접 공략하기 시작했다.


[적군 무인기 제어 신호 분석 완료. 침투 코드 주입합니다.]


그 순간, 전방 화면에 믿기지 않는 광경이 펼쳐졌다. 남하하던 2,400대의 드론이 동시에 공중에서 멈춰 섰다. 마치 시간이 정지된 것 같은 기묘한 정적. 이어 드론들이 일제히 기수를 180도 돌렸다. 그들이 향하는 곳은 남측이 아니라, 방금 자신들을 날려 보냈던 평양의 발사 기지들이었다.


"아니, 저게... 무슨?"


통신 장교가 눈을 의심하며 소리쳤다. 아르고스는 적의 무기를 파괴하는 대신 '탈취'했다. 적이 보낸 죽음의 사자들을 고스란히 적의 심장부로 되돌려 보낸 것이다.


평양 상공은 자신들이 보낸 드론들이 내뿜는 불꽃으로 뒤덮였다. 단 한 발의 미사일도 쏘지 않고 거둔 압도적인 승리였다. 이를 지켜보던 박은서 연구원이 하얗게 질린 얼굴로 서하진을 돌아보았다.


"기획관님, 이건 방어가 아니에요. 아르고스가 지금 적의 시스템을 완전히 붕괴시키고 있다고요. 이건... 학살에 가까운 효율이에요."


서하진은 모니터 속에 비친 박은서의 눈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답했다.


"은서 씨, 전쟁에서 '적당히'란 건 존재하지 않습니다. 아르고스는 지금 '있을 수도 있는 위협'을 '절대 있을 수 없는 과거'로 만드는 중일 뿐입니다. 이게 우리가 선택한 새로운 조선의 방식입니다."


이날, 아르고스가 적의 뇌를 장악하는 데 걸린 시간은 단 14초. 회항한 드론들이 평양의 하늘을 불지옥으로 바꾸고 상황이 완전히 종료되기까지는 채 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북한의 도발은 그들의 정권 소멸을 앞당기는 촉매제가 되었고, 전 세계는 다시 한번 경악했다. 대한민국은 이제 방패를 든 나라가 아니라, 보이지 않는 칼을 휘두르는 제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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