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단 옆차기의 속도 계산
수학 시험지를 마주한 순간, 나는 깨달았다. 이건 인간의 머리로 풀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는 것을. 나는 겸허히 펜을 내려놓고 ‘신의 계시’에 몸을 맡기기로 했다. 하느님 부처님을 소환하며 주문을 외우며, 1번부터 50번까지, 오직 감각만으로 번호를 찍어 내렸다. 통계학적으로 5지 선다형 50문제에서 올(All) 번호 찍기로 0점이 나올 확률은 약 7만 분의 1이라고 한다. 하지만 나는 그 기적 같은 확률을 뚫고 내 인생 첫 ‘빵점’을 거머쥐었다. 신이 있다면 내게 “너는 찍기조차 하지 마라”라고 경고하는 듯했다. 그래서 현재까지 로또에는 돈을 아낀다.
다음 날이었나, 집으로 불길한 전화 한 통이 걸려 왔다. 학교였다. 우리 아들의 수학적 재능이 ‘무(無)’를 넘어 ‘진공’ 상태라는 안부 전화였을 것이다.
그날 저녁 밥상은 평소보다 무거웠다. 밥알 씹는 소리만 정막을 깨던 중, 아버지가 넌지시 운을 떼셨다. 학교에서 전화가 왔노라고. 수학에 무슨 심각한 문제라도 있는 거냐고. 나는 이 어색한 공기를 깨보겠답시고, 인생 최대의 실수를 저질렀다.
“아니, 아버지. 그게 아니라... 와, 어떻게 찍었는데도 하나도 안 맞냐? 이거 확률적으로 진짜 대단한 거 아니에요? ㅋㅋㅋ”
말이 끝나기도 전이었다. 나는 보았다. 아버지의 눈동자 속에서 번쩍이며 일어나는 서슬 퍼런 살기를. 그리고 0.1초 뒤, 식탁 위로 전설의 **‘2단 옆차기’**가 작렬했다.
중력을 거부한 발길질이 공기를 가르는 순간, 세상은 돌연 끈적한 젤리처럼 느려지기 시작했다. 매트릭스의 한 장면처럼.
내 몸이 뒤로 기울어지며 허공으로 붕 뜨는 찰나, 시야에 들어온 것은 형이었다. 그는 이 거대한 파멸의 소용돌이 속에 단 1%도 연루되지 않겠다는 강철 같은 의지로 숟가락을 꽉 쥐고 있었다. '내 입에 들어가는 이 한 술이 평화다'라고 외치는 듯한 그 결연한 무관심. 그는 오직 밥알의 개수를 세는 데 온 신경을 집중하며 철저히 타인으로 남기를 선택했다.
그 옆으로 시선을 돌리자, 이번엔 어머니의 눈동자가 슬로비디오처럼 스쳐 지나갔다. "아이고, 이놈아... 왜 그랬니..." 입 밖으로 나오지 못한 애처로운 탄식이 젖은 눈빛에 담겨 나를 쓰다듬었다. 하지만 어머니의 손은 그 비극적인 눈빛과는 별개로, 아주 평온하고도 정교하게 국그릇에 국을 푸고 계셨다. 솟구치는 국물 한 방울조차 허용하지 않겠다는 그 경건한 움직임은 마치 폭풍의 핵처럼 고요했다.
국그릇이 공중에서 발레리나처럼 춤을 추고, 수저들이 챙그랑거리며 비명을 지르는 0.1초의 영겁 같은 시간.
그 모든 '가족의 풍경'을 망막에 새기며, 나는 마침내 방 안으로 거세게 튕겨 나갔다.
방바닥에 처박혀 벽을 붙들고 엉엉 울었다. 서러움과 억울함, 그리고 왠지 모를 오기가 치밀어 올랐다. ‘두고 봐라. 내가 보여준다. 이 0점의 수치를 공부로 갚아주마!’
내가 만약 수학을 잘했다면 그 속도를 미리 계산해서 예측하고 극복할 수 있었을까?
비장하게 눈물을 닦고 책상 앞에 앉았다. 불가사의했던 이단 옆차기의 속도를 구해 보겠다고, 다음 날, 나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자발적으로 수학 책을 폈다. 이동 거리, 소요 시간, 다리의 질량 기타 등등을 찾아보며 내 결연한 의지를 다졌다.
그리고 그다음 날,
나는 깨끗하게 잊어버렸다. 어제의 눈물도, 아버지의 발차기도, 그리고 어려운 수식도. 원래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지 않던가. 나는 역시 지극히 정상적인 인간이었다.
제미나이의 힘을 빌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