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킷의 이면: 어느 0점짜리 작가의 뒤늦은 참회록

기분은 좋은데 왠지 빚지는 기분

by 무명초

오늘 내 브런치 1일차에 불이 났다. [9-11-8-5-7]. 이 기묘한 숫자들이 요동친다. 처음엔 환상에 젖었다. '와, 내 글이 이 정도였나? 드디어 내 천재성을 세상이 알아보는군.' 어깨에 108km/h급 힘이 들어갔다.


궁금해서 라이킷을 눌러준 분들의 프로필을 하나씩 클릭해 봤다. 그리고 나는 곧바로 **'충격적인 숫자'**와 마주했다. 그분들의 팔로워 수는 몇 백, 몇 천대. 나 같은 무명초와는 체급부터 달랐다.


순간, 머릿속에 불경한 생각이 스쳤다. '아... 이것은 혹시 브런치판의 은밀한 거래, 상부상조인가?' 갑자기 고민이 깊어졌다. '나도 가서 그분들 글에 라이킷을 품앗이해야 하나? 이게 이 동네 예의인가?' 마치 숙제 안 한 초등학생처럼 마음이 복잡해졌다. 9점, 11점이라는 숫자가 갑자기 무겁게 느껴졌다.


하지만 가만히 앉아 그분들의 흔적을 다시 들여다봤다. 몇 천 명의 팔로워를 거느린 그 '거물'들께서, 굳이 여기까지 흘러들어와 내 허접한 문장 하나하나에 흔적을 남기고 가셨다.


상부상조면 어떻고, 동정표면 어떠랴. 결국 그분들은 내 수선소 문을 열고 들어와 주신 귀한 손님들이었다. 그것도 모르고 '품앗이'니 뭐니 계산기나 두드리고 있었던 내 옹졸한 마음이 부끄러워졌다.


오늘 하루를 반성한다. 라이킷 숫자에 취해 어깨 힘줄 게 아니라, 그 숫자에 담긴 **'응원'**의 무게를 먼저 읽었어야 했다.


앞으로 더 특이하고, 더 날것 같은 엉뚱한 문장으로 보답해야겠다. 그게 이 과분한 관심에 대한 진짜 '상도덕'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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